한화 선수들이 살쪄서 못한 것일까, 다이어트 금지령 왜?
[OSEN=이상학 기자]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은 선수부터 감독, 코치, 프런트를 가리지 않고 비난의 대상들이 된다. 지난해 11월부터 한화에 합류한 이지풍(44) 수석 트레이닝코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요지는 ‘선수들이 살쪘는데 왜 관리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이지풍 코치는 넥센(현 키움) 시절 벌크업 전도사로 KBO리그 트레이닝 시스템에 혁신을 일으켰다. 2013년부터 넥센의 성공과 함께 주목받았다. 강훈련보다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체육계에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깬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한화에선 ‘선수들이 훈련을 적게 하니 살만 찌게 한다’는 비난도 받았다.
이 코치는 지난달 마무리캠프 때 1~2군 대전과 서산을 오가며 선수들에게 트레이닝 관련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도 체중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 FA 보상선수로 LG에 간 투수 윤호솔의 체중 변화를 선수 동의하에 PPT 자료로 쓰기도 했다.
이 코치는 “올해 우리 선수들이 살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다. 나도 팬들에게 이와 관련해서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며 “하지만 내가 팀에 합류하기 전부터 선수들 체중이 쪄 있었다. 매년 다이어트를 하던 선수들이었다. 다른 팀도 그런데 다이어트는 매년 하던 선수들만 한다. 그 선수들만 계속 살이 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코치는 한화에 오자마자 살찐 선수들에게 오히려 “다이어트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말한 이유는 다이어트를 안 해야 살이 더 찌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강제로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몇몇은 신진대사가 망가졌다.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요요 현상으로 살이 계속 찌고 있다”는 것이 이 코치의 말이다.
이어 이 코치는 “시중의 모든 다이어트 방법은 성공한다. 단, 일시적이다. 나 역시 지금 당장 선수들의 체중을 10~20kg 빼줄 수 있지만 그렇게 무리해서 빼면 내년에 지금보다 체중이 더 나가게 돼 있다. 식습관을 완전히 개선해서 꾸준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다이어트를 안 하는 게 낫다. 대신 지금 상태에서 살이 더 찌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먹는 양을 조금씩 줄이라는 식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질 개선에는 몸의 적응 시간도 필요하다. 정체기를 거쳐 체지방을 줄이는 과정에서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그 와중에도 선수들은 야구를 계속 해야 한다. 체중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중심타자 노시환도 “야구를 엄청 못할 때 살쪘다고 욕 많이 먹었다. 그때가 살이 제일 많이 빠졌을 때였다”며 이 코치에게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고. 살집 있는 선수들은 비난에 노출되기 쉽다.
이 코치는 “팬분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성적이 안 좋으니 화가 날 수 있고, 나라도 충분히 그럴 것이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살이 찌면 게으르거나 몸 관리 잘 안 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게 아닌데 우리 스스로 그렇게 만든 부분이 있다. 이걸 어떻게 해야 정상화할 수 있을까. 다이어트부터 하지 않는 것이다. 계속 배가 고프거나 굶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코치는 “다이어트로 살을 뺀다고 해서 100% 야구를 잘한다는 확신이 없다. 윤호솔이 살이 찐 상태에서도 올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다이어트한다고 무조건 야구를 더 잘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단언했다.
윤호솔도 LG로 이적한 뒤 체중과 관련해 “이지풍 코치님은 항상 무리하게 살 빼지 말라고 하셨다. ‘네 몸을 이기는 상태만 유지하면 된다’고 했다. 수베로 감독님도 체중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제 편에 서주셨다”며 “체중이 작년보다 더 찌지는 않았다. 체중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식단 조절을 했다. 탄수화물 줄이고 고기를 많이 먹는 식으로 하면서 살찌지 않고 1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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