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수입 203만원, 2030대 여성들 뛰어든다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2. 12. 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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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아줌마’ 애칭인 프레시 매니저
hy, 2030 비중 5% 넘어서
경력단절 여성들 지원 많아
자유로운 시간관리에 만족도는↑
진정희 프레시 매니저. /사진 제공= hy
지원서에 쓸 내용은 이름, 핸드폰 번호, 연령, 거주지 뿐이다. 학력, 경력은 전혀 필요 없다. 초기 이 일을 시작하는데 드는 비용은 ‘0원’, 하지만 월평균 수입은 203만원 가량을 번다.

물론 훨씬 고수입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 그야말로 자기가 일하는 만큼 확실히 가져가는 구조여서다.

단, 여성만 지원할 수 있는 이 직업은 다름 아닌 hy(옛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 흔히 야쿠르트 아줌마라 불리는 프레시 매니저에 최근 2030 여성들의 지원이 많아졌다.

전국의 1만1000여명 프레시 메니저 중 비중이 5%를 돌파했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 강변도시에서 활동하는 진정희(35) 매니저도 그 중 한 명이다.

“서른살인 동네 친구와 함께 시작했어요. 이제 딱 7개월차에 접어들었네요(웃음).”

지난 22일 바쁜 일과를 쪼개 전화 인터뷰에 응한 진씨는 시종일관 밝았다. 경력단절녀로서 1년 여간 직업을 찾다 드디어 일과 육아의 병행이 가능한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주로 40대 후반 기혼 여성들이 일한다는 프레시매니저 이미지가 깨지고 있다. 진씨처럼 2030세대의 유입이 늘고 있어서다.

[사진출처 = hy]
hy에 따르면 2017년만 하더라도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는 2030대 매니저는 2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1만1000여명의 프레시 매니저 중 5.1%인 561명이 2030세대다.

일자리로서 프레시 매니저는 양질이기도 하다. 이들의 평균 근속 기간 11.6년, 1인당 평균 203만원의 월수입을 가져간다. 10년 이상 장기 활동자는 약 5000여명이 넘는다.

진씨 역시 이제 막 프레시 매니저로서의 걸음마를 뗐지만, 자유롭게 자기가 시간 관리를 하면서 열심히 일한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했다.

진 매니저는 임신 전 동물병원 간호사로 일을 했다. 수술방에서 주로 일을 했던 진씨는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게 바쁠 때가 많았다. 그런데 막상 출산 후 일과 육아 병행이 쉽지 않았다. 동물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책임감 강한 진 매니저를 위해 병원 측은 사무직을 제안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마다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오랜 고민 끝에 일을 관뒀다.

[사진출처 = hy]
“뜻한 바 있어 동물병원 간호사 자격증을 어렵게 땄었는데, 너무 너무 아쉬웠어요. 그렇지만 그래서 프레시 매니저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니겠어요?(웃음) 동물을 돌보다가 이제는 애음자들의 건강관리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찰 때가 참 많아요.”

그가 말하는 ‘애음자’는 각종 발효유를 정기구독하는 고객들을 일컫는다. 그가 맡은 미사 강변도시 구역 중 총 150가구가 그의 애음자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벽 6시면 문을 나선다고 했다.

프레시 매니저는 활동 이래 약 50년간 꾸준히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 배송해 왔다. 금액에 관계없이 단 한 개의 제품이라도 집 앞까지 무료로 전달해 준다. 진 씨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한 몸이 된 코코 덕분에 정말 편하게 이동하고 있어요.”

배달카트 코코는 프레시 매니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요즘 같이 한파가 몰아치는 날이면 코코 손잡이의 열선부터 작동시킨다. 전기로 구동되기 때문에 매연과 소음이 적다. 오르막길도 끄덕없다.

특히 코코의 제품 적재칸은 통상 5℃를 유지하기 때문에 언제나 신선하게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게 돕는다.

“코코엔 야쿠르트나 윌과 같은 발효유 제품만 들어 있는 게 아니에요.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을 포함해 달걀, 샐러드, 죽, 샌드위치 등 신선하게 배송가능한 제품들이 아주 다양하게 담겨 있어요.”

그는 동네서 일할 때면 ‘애기엄마’로 통한다.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 고객들이 진씨의 아이 이름도 물어봐주곤 하는데, 자꾸 잊어버리시는 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말씀을 나눌 기회가 많아져 그저 좋다는 진 씨.

“딸 같다며, 손녀 같다며 손 한 번 잡아주시는 어르신들 만나면 감사할 따름이에요. 눈빛이 다들 따뜻하셔서 말씀을 나누면 저까지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이틀에 한번씩 배송하는 할머님 댁도 이제는 매일 가보게 되고, 노인정에 식사하러 가시는 분들은 정말 매일같이 얼굴을 봬 하루라도 못 뵈면 걱정이 될 정도에요.”

실제로 그가 담당하는 150가구 중 70여가구는 독거노인 가구다. 단순히 제품을 날라다 주는 것 만이 아니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신 분들이다.

새벽배송 등 속도전이 중요한 시대에 프레시 매니저의 방문판매 방식은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매일 아침 눈을 마주치며, 반갑게 인사하고 고객의 안부를 물으며 그의 건강에 맞는 제품을 권해주는 이른바 ‘스킨십 마케팅’이 여전히 유효함을 프레시 매니저는 잘 보여준다.

[사진출처 = hy]
hy 관계자는 “온라인, 모바일 쇼핑 사이트 고객은 익명이지만, 프레시 매니저의 직접 배송을 통해 특별 대우를 받은 것 같다는 고객들이 많다”며 “고객과 매일 만나는 친밀한 관계를 통해 소비자들은 불경기에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방문 판매를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제가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네가? 정말로?’ 이렇게 놀라며 반응했어요. 하지만 젊으니까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아이 키우면서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는 직업이어서 왜 진작 몰랐나 싶다니까요. 오죽했음 제가 서른 살 동네 동생에게도 권유를 했겠어요?”

진씨는 비록 간호사로서의 경력은 단절됐지만, 프레시 매니저로 새 경력을 꾸려나가게 돼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하나 밖에 없는 아이와 원하는 시간에 함께 보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프레시 매니저로서의 롱런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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