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헤어질 결심' 정훈희 "박찬욱 OST 요청 거절했던 이유는…"

강지영 2022. 12. 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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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영화 헤어질 결심이 현지 시간 21일 치러지는 오스카상 국제장편 영화상 후보에 올라가 있는데요.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 노래가 영화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줬다는 평을 하기도 했는데 노래 안개를 부르신 가수 정훈희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정훈희/가수 : 안녕하세요.]

[앵커]

너무 반갑습니다.

[정훈희/가수 : 지금은 내 노래보다도 굉장히 가슴이 방방 뛰어요.]

[앵커]

친정에 온 기분이라고 하셨어요. TBC와의 인연 때문에 그렇게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정훈희/가수 : 왜냐하면 안개를 부르기 전에 외국 노래를 처음 부른 것도 TBC, 안개를 처음 노래 부른 곳도 TBC, 그다음에 동경가요제 가서 상 받아서 맨 처음 튼 것도 TBC, 이봉조 선생님이 TBC반장이셨잖아요.]

[앵커]

그래서 2022년에 다시 태어난 JTBC 뉴스룸에서 선생님을 모셔봤습니다.

[정훈희/가수 : 그러니까 심장이 뛰죠.]

[앵커]

감회가 깊은 인터뷰가 될 것 같은데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삽입된 노래. 안개로 다시 큰 사랑을 받고 계시는데.

[정훈희/가수 : 생각지도 못했어요. 생각지도 못하고 그 당시 67년도에 어린 나이에 안개를 부를 때는 그냥 선생님, 이거 어떻게 불러야 돼요?]

[앵커]

당시 10대셨잖아요.

[정훈희/가수 : 10대도 10대 후반이 아니라 거의 중반.]

[앵커]

16, 17 이럴 때.

[정훈희/가수 : 그러니까 선생님, 이거 노래 어떻게 불러야지 돼요? 첫사랑도 모를 때인데. 그랬더니 아이야, 남자, 여자가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그런 기분 그래. 너는 모르겠다.]

[앵커]

그런데도 그 노래를 멋지게 소화하셨고.

[정훈희/가수 : 소리를 한다면 그때 10대 때는 그냥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가지고 있는 목소리로 그냥 불렀어요. 왜? 미묘한 그 사랑에 어긋나는 사랑의 차이점을 몰랐기 때문에. 그런데 지금은 알잖아요. 해 봤잖아요. 그렇게 가슴 아파하면서 살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나 홀로부터 달라.]

[앵커]

얼마 전에 청룡영화상에서 이제 이 무대를 펼치셨고 많은 분들이 탕웨이 씨도 눈물을 흘리면서 들었잖아요.

[정훈희/가수 : 노래를 시작할 때부터 눈을 감고 해서 끝나고서도 눈을 감고 끝났었어요. 무대 밖으로 나오니까 거기에 있던 방송에 있던.]

[앵커]

수많은 배우와.

[정훈희/가수 : 작가들부터 전부 울고 난리가 난 거예요. 그래서 왜 이렇게 울어 그랬더니 선생님이 울렸잖아요. 그래서 내가 언제? 그랬더니 탕웨이 씨는 통곡했어요,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기도드렸죠. 짧은 순간이나마. 여우주연상을 받으면.]

[앵커]

너무 좋겠다.

[정훈희/가수 : 저 눈물에.]

[앵커]

의미가 있겠구나. 그런데 정작 처음 박찬욱 감독이 찾아와서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을 했을 때는 거절하셨다고.

[정훈희/가수 : 당연하죠.]

[앵커]

왜 당연하죠?

[정훈희/가수 : 10대 때 부른 거하고 지금 70대가. 55년 세월이 흘렀는데 어떻게 그렇게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 못 하니까. 나는 그런 소리를 원하는지 알고 나 그때 소리 안 나요, 못해요 하니까 그러니까 선생님, 지금 소리 좋아요. 지금 소리 괜찮아요 그러니까 네.]

[앵커]

그 말에 설득되셔서.

[정훈희/가수 : 그래서 송창식 씨랑 같이 해 달라고 해서 송창식 씨는 분명히 전화하면 나 못해. 그 형이 성대결절 수술을 2번 받았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분명히 안 할 거니까 박찬욱 감독하고 같이 무조건 그 형 노래하는 장소로 쳐들어갔죠. 그래서 박찬욱 감독이 야, 그러고 소개하고 어떻게 왔어 그래서 형, 안개 녹음하자. 그 형하고 55년을 알고 지내면서 긴 이야기 필요 없이 딱 얘기하면 무슨 뜻인지 아니까 예스, 노가 빨리 나와요.]

[앵커]

사실 박찬욱 감독이 처음 찾아왔을 때 선생님이 보셨던 느낌은 어땠는지도 궁금하거든요.

[정훈희/가수 : 박찬욱 감독에 대해서 그렇게 세세하게는 몰랐어요. 몰랐는데 하여튼 완전히 그냥 선생님, 개를 들으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어요까지 말씀을 해 주시니까.]

[앵커]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정훈희/가수 : 갑자기 그냥 책임감이 확 오는 거예요. 박찬욱 감독의 러브스토리는 뭔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앵커]

맞아요. 선생님도 녹음하신 부분 그 부분만 조금 보셨고.

[정훈희/가수 : 엔딩만, 엔딩만 보여주더라고요. 중간 건 처음 시작하고부터 전혀 몰랐죠. 몰랐는데 시사회 때 보면서 쇼크야.]

[앵커]

쇼크, 쇼킹하셨다.

[정훈희/가수 : 쇼킹했어요. 탁 올라가면서 안개가 딱 나오는데 어머.]

[앵커]

선생님 노래가 나오고.

[정훈희/가수 : 나는 내 노래니까 나만 앉아 있는지 엉거주춤 섰다가 그냥 서 있었거든요. 앉을 수도 없고 해서.]

[앵커]

그런데 이 대단한 영화. 헤어질 결심이 미국 골든글로브 비영어권 영화상 후보에 이어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에 올라와 있습니다. 선생님의 노래를 거기서 듣는 거예요. 그 기분은 어떨까 저는 정말 제가 평생 알 수 없는 기분이라.

[정훈희/가수 : 상 받았으면 너무 좋겠고요. 그리고 그런 상 받으시는 데 송창식, 정훈희라는 목소리가 들어가서 정말 이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그 이상 영광이고 감사함이 없죠. 저는 이봉조 선생님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게 그 67년도에 이런 노래를 작곡을 하셔서 이미 저 같은 목소리의 가수를 찾으셨대요. 끈끈하고 진한 안개가 아니고 약간 보슬비 내리는데 약간 이렇게 촉촉한 그런 안개의 목소리를 찾았는데 없으니까 내가 작은아버지 반주에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오셔서 그 안개 판을 주셨죠.]

[앵커]

선생님, 갑자기 웃다가 또 감정 잡을 때는 또 이렇게 확실하게 잡으시면서 노래하시니까 느낌이 확 다르시네요. 눈물 날까 봐 멈추신 거예요?

[정훈희/가수 : 이봉조 선생님 생각나요. 대단한 작가, 선생님이시죠.]

[앵커]

정말 만약 살아계셨다면 헤어질 결심에 이렇게 또 삽입곡이 된 사랑을 받으시는 것을 보면 너무 또.

[정훈희/가수 : 그럼요. 아마 하늘에서 아시겠죠.]

[앵커]

선생님 하신 인터뷰 중에 저는 딴따라로 영원히 살고 싶다라는 표현이 되게 와닿았어요. 선생님이 사실 예전에는 딴따라라는 표현이 조금은 낮춰부르거나 이런 느낌의 단어였잖아요.

[정훈희/가수 : 낮춰부른다고 딴따라라고 하는 걸 알아요.]

[앵커]

선생님이 그런데 그걸 오히려.

[정훈희/가수 : 아무나 딴따라 되는 것 아니에요. 연예인은 타고나고 그 끼가 없으면 못해요. 송해 선생님이 내가 떠나는 순간까지.]

[앵커]

딴따라.

[정훈희/가수 : 그래서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왔다 갔다 일하셨대요, 송해 선생님이. 선생님처럼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떠난다면 더 이상, 더 이상 행복, 기쁨이 어딨어요?]

[앵커]

없다.

[정훈희/가수 : 그런 가수 되고 싶어요. 지금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현미 언니가 86세 아직도 밤안개.]

[앵커]

방금 성대모사 짧게 하신 거예요?

[정훈희/가수 : 밤안개. 아우, 장난 아니에요. 그다음에 페티김 언니 85세. 그다음에 박재란 언니가 85세인가 84세인가. 지금도 막. 이미자 언니 얼마 전에 나와서 노래하시는 거 들어봤죠? 어머, 그 쨍쨍한 목소리.]

[앵커]

마지막으로 정말 짧게 여쭤보고 싶은 게 정훈희 선생님에게 안개란 무엇일까요?

[정훈희/가수 : 몰라요.]

[앵커]

모르신다.

[정훈희/가수 : 몰라요. 안개의 가사처럼 이런 일이 55년 후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또 이 안개가 이제 제가 세상을 떠나고서도 누군가가 다시 후배 중에서 불러서 다시 이 노래가 다시 또 그 시대에 재조명돼서 또 다르게 해석되면서 할 수도 있는 거니까. 어떻다고 답을 제가 못하고요. 다만 안개라는 곡은 정훈희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계속 헤매던 거 계속 헤매보겠습니다.

[앵커]

안갯속에서 헤매시던 것 계속 헤매시겠다. 선생님이 정말 주옥같은 얘기를 많이 들었고 선생님의 명랑함, 소녀 같은 모습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훈희/가수 :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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