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구명조끼 부족하고 탑승인원 조차 모르는’…침몰 군함에 태국 국민들 분노
1.부족한 구명조끼
당초 승선인원은 87명이였다. 하지만 해군창립행사 관련해 승선인원이 크게 늘었다. 지난 18일(일) 밤 침몰한 태국 왕립해군의 초계함 'HTMS수코타이호'에는 하지만 단 70여 개의 구명조끼만 있었다. 일부 장병들은 구명조끼도 없이 어두운 바다로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5명이 사망했고 76명이 구조됐다. 24명의 해군이 여전히 바다에 남아있다. 타이 왕립해군(RTN)은 처음에는 탑승자가 106명이라고 했다. 사흘뒤 105명으로 정정했다(해군 1명이 당초 탑승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커진다. 하원군사위원회는 빠르면 다음주 쁘라윳총리를 불러 이 문제를 강하게 추궁할 계획이다.
2.목숨건 탈출...76명 구조
지나 18일(일), 방콕에서 차로 4시간 떨어진 뿌라쭈압키리칸 해상 30km 지점에는 6미터가 넘는 파도가 쳤다. 파도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수코타이호 승조원들의 휴대전화에 담긴 영상에는 '이러다 잠기는 것은 아니겠지' 걱정하는 음성이 담겨있다.
저녁 7시쯤, 결국 전원이 끊기면서 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상당후 승조원들이 이 무렵 가족과 통화를 했다). 2척의 호위함이 구조를 위해 도착했다. 자정이 지나 900톤급 초계함 수코타이호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잠겼다. 배에는 구명조끼가 70여 개밖에 없었다. 구명조끼를 얻지 못한 승조원들은 구명 부이 등을 들고 뛰어내렸다.
구조된 '나티 팀디(Natee Timdee)'상병은 "파도가 너무 거세, 아무리 고개를 물위로 들려고 했지만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어머니를 돌봐야 하기때문에 죽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틀동안 구조된 75명의 승조원 중에 18명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
3.명예를 지킨 해군
의무병 '쿠나콘 찌라윳(Kunakorn Jirayot)'도 구명조끼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훈련받은 대로 구명조끼를 입은 두 명의 동료와 팔을 낀 채로 버텼다. 얼마 지나지않아 혼자 바다에 표류하던 콤크릿 일병이 다가왔다. 4명이 파도에 휩쓸리며 버틴지 얼마 안되, 가장 나이가 많은 사라콘(계급 불명)이 힘을 잃고 떠내려갔다.
곧 구조함 크라부리호가 다가왔다. 의무병 쿠나콘은 "크라부리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뱃머리로 헤엄쳐야 돼" 라고 말했다(구조된 콤크릿 일병의 페이스북). 남은 3명은 그렇게 구조됐다. 쿠나콘은 구조 직후 콤크릿 일병의 구명조끼를 입고 다시 침몰하는 수코타이호로 돌아갔다. 그는 사건 발생 엿새가 지난 오늘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간호학교를 졸업한 뒤 아바콘 끼아띠웅 병원(Abhakorn Kiatiwong Hospital)에서 일했던 쿠나콘은 수코타이 함의 병참과 의무담당 장교로 근무중이였다. 쿠나콘의 의료 구난 가방은 동료들에 의해 발견됐다. 태국인들의 페이스북에는 "아직도 쿠나콘을 기다립니다"라는 글이 이어진다. 그가 일했던 아바콘 병원은 '그가 과거 구조강습 조교로 일했으며, 그의 희생정신과 용기를 기억한다'는 글을 올렸다.
4.
사고 이튿날, 구명조끼없이 구명 부이에 버티던 해군 1명이 사고 10시간만에 구조됐다. 그는 뚜렷한 의식으로 "머리에 상처를 입었으며, 바닷물때문에 눈이 많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이어졌다.
이날 임시 구조본부에서 부선장을 만난 한 실종 해군의 어머니는 침몰 직전 아들과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아들은 구명조끼를 얻지 못했다고 했어요. 우리 아들에게 얼마만큼의 희망이 있는 건가요?"
사고 사흘째 되는날 40시간을 버틴 해군 1명이 추가로 구조됐다. 그는 사고 해역에서 60km나 떠내려가다 주위를 지나던 상선에 구조됐다. 사고 닷새째, 파도는 여전히 높고 생존자를 기다리는 태국 언론은 점점 낙담하는 분위기다. 태국 국민들은 책임을 묻고 있다.
이날 해상에서 100km이상 떨어진 한 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 작퐁 푼폰'의 이름이 적힌 구명조끼 한 벌이 발견됐다. 해군은 구명조끼를 그의 가족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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