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전략 릴레이 인터뷰 ⑭] "유료구독 성공, 조직 일부 아닌 전사가 움직여야 한다"

박서연 기자 2022. 12. 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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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한국일보 미디어전략부문장 "'로그인 월' 시작하기 전 독자 분석에 더 주력할 것"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홈페이지를 개선했지만, 주제판 도입에 맞춰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 디지털 실험에 변화를 줄 때 급격하게 변화하면 한마디로 사람을 갈아 넣어야 한다. 핵심은 본진(편집국)이 움직여야 한다. 디지털화를 한다고 하면 하는 사람들만 한다. 모두의 일이 아닌 게 되는 순간 그건 안 되는 거다. 디지털 부서를 따로 만드는 건 어쩌면 전면 디지털화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12일 새롭게 한국일보 홈페이지를 단장한 김주성 미디어전략부문장의 말이다.

국내 언론사들이 구독모델 도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로그인 월'을 도입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이어 최근 한국경제와 SBS도 '로그인 월'을 실험 중이다. 후발주자로 지난 12일에는 한국일보가 모바일·PC 홈페이지를 개편해 관심주제(탐사, 전쟁과 평화, 죄와 법, 스타트업, 머니+, 동물, 젠더, 기후변화, 건강·치유), 이슈별 해시태그(#), 기자, 연재코너 177개, 기획 159개, 칼럼 68개 등을 선택해 구독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구독한 콘텐츠들은 'My구독'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유료구독' 실험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김주성 미디어전략부문장을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사진=박서연 기자.

한국일보 홈페이지 안에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하지만, 아직 콘텐츠에 로그인 '월'을 걸지는 않았다. 자사 독자들을 좀 더 알아보고 '로그인 월'을 시행할 계획이다. 독자들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로그인 전용 콘텐츠 제작과 유료구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일보는 홈페이지를 개편한 지 일주일 만에 신규독자 700여명을 모았다. 개편 이후 홈페이지 안에서 7만 건의 구독이 발생했다. '유료구독' 실험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김주성 미디어전략부문장을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언제부터 준비했나.

“개편이 아니라 개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개선될 것들이 몇 가지 더 있다. 이것들이 모이면 개편이라고 부를 수 있다. 현재는 소소하게 바꾼 것이다. 지난해 4월쯤 디지털전략부, 디지털미디어부, 콘텐츠운영부, IT팀, 커넥트팀, 뉴스룸 등 함께 모여 워크샵을 갔다. 구독과 관련한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이날 나온 이야기에 맞춰 지난해 6월 구독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승명호 회장까지 참석하는 디지털혁신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최종승인을 받고 한국일보도 구독 중심으로 가기로 했다. 올해 6월~7월에 구독 기능을 도입하려고 했는데, 인사 등의 이슈로 지난주에 도입하게 됐다.”

-구독 전략을 해야한다고 생각한 이유가 뭔지.

“지난해 9월 한국일보 '뉴스 이용자 위원회'에서 한 위원이 한국일보 홈페이지의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축이 '오피니언'과 '포커스 취재'(기획/연재, 인터랙티브, 뉴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두 개를 한국일보만의 콘텐츠로 살릴 수 있다고 말하더라. 구독 콘텐츠로서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포커스 취재물'들은 홈페이지 안에서 찾는 게 어렵다. 독자들이 좋은 기사들을 찾아보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잘 쓴 기사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콘텐츠가 한국일보에 많이 있음에도 독자들에게 전달을 못 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개편된 한국일보 구독 서비스.

-9개 분야의 주제판, 연재물, 기자, 이슈별 해시태그 등에서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해 구독할 수 있다. 이 같은 개편을 한 취지가 궁금하다.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파고 싶은 이슈를 분야별로 묶어보고 싶었다. 또 구독을 습관화시켜보고자 했다. 스트레이트 이슈에 매몰돼 심층 뉴스들이 뒤편에 자리 잡는 게 안타까웠다. 어쨌든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한다. 로그인하면 독자들의 이동 경로, 콘텐츠를 본 시간 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일보 독자들은 신문 독자, 닷컴 독자, 뉴스레터 독자, 한국일보 포럼 독자, 텀블벅을 통해 들어온 독자 등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다. 하나의 규격으로 통합해 관리하려고 한다. 이 정보를 가지고 '로그인 월' 시작 전에 활용하려고 한다. '로그인 월' 기간을 거치고 '유료구독으로 나아갈 것이다.”

-'관심주제'로 스타트업, 탐사, 전쟁과 평화, 죄와 법, 건강·치유, 머니+, 동물, 젠더, 기후변화 등을 채택한 이유는.

“주제를 나눌 때 '뉴스룸'(편집국)과 협의를 많이 했다. 젠더, 기후변화, 동물 등 주제에서 한국일보 콘텐츠가 강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독자들이 디깅할 수 있는 콘텐츠다. 두루뭉술한 주제가 아닌 누가 봐도 명확한 주제로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뉴스룸과 여러 차례 논의해 주제판 카테고리가 적용된 것이다.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고 유동적으로 그때그때 맞게 대응할 것이다”

-주로 어떤 세대의 독자들을 타기팅하고 있나.

“젊은 세대 독자들을 타기팅하고 싶다. 사실 한국일보닷컴의 전체 콘텐츠가 특정 연령대에 타기팅되는 편은 아니다. 젠더를 보는 사람은 기후변화를 안 볼 수도 있다. 범죄를 안 볼 수도 있다. 연령대가 다를 거다. 다양한 연령대를 포용하는 판을 만든 거다. 특정 연령대만 보라는 건 아니다. 가급적 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이유는 제가 판단하기엔 젊은 사람이 보는 콘텐츠는 나이 든 사람도 본다. 반면 나이 든 사람들이 보는 콘텐츠는 젊은 사람들이 보지 않더라. 한국일보 중도 스펙트럼이 넓다. 이상하게 한쪽으로 편향되어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을 모을 수 있는 구조를 위해 주제판이 필요했다.”

- 추후 유료화 로드맵은 어떤 단계를 거칠 계획인지.

“통합멤버십이 이뤄지면, '로그인 월'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2~3년 안에 유료화 실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확히 몇 명을 모아야겠다는 목표는 아직 없다. 제가 목표로 삼는 것 중 하나는 방문자당 페이지뷰와 방문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30만~40만 로그인 독자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을 하면 체리피커(마케팅 효과만 누리는 소비자)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 10만 명이 들어와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 한 사람당 여러 번 들어와서 콘텐츠를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지.

“일이 계속 리셋 된다. 인사가 나면 관련자들에게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게 힘들다. 이해를 시키는 건 쉬운데 이해도가 다르다 보니, 취지를 오해하기도 한다. 디지털 혁신을 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고, 헌신적이다. 내부적으로 디지털 실험에 관심 갖고 같이 파이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 나한테 부가적인 노동을 시키지? 이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라는 말을 들으면 힘이 빠지더라. 타사 이야기지만, 중앙일보는 오너가 유료구독 실험을 주도하고 있어서 방향성이 일괄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사는 실무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실무자들이 바뀌면 방향성이 흔들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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