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물의 길’, 우리는 신화의 세계에 살고 있다[MD칼럼]
[곽명동의 씨네톡]
1966년, 심리학자 조지 타마린은 이스라엘에서 한가지 실험을 했다. 8살부터 14살까지의 어린이들에게 ‘성경’에 나오는 여호수아의 여리고 성 함락 일화를 들려주었다. 여호수아는 도시를 약탈하고 불을 지르고 남자든, 여자든, 어린아이든, 노인이든, 가축이든 모두 죽이라고 부추겼다. 타마린은 아이들에게 “여러분은 여호수아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올바르게 행동했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66%의 어린이가 완전히 긍정적으로 대답했고, 8%는 부분적으로 긍정했다. 부정적으로 대답한 어린이는 26%에 불과했다. 종교사학자 프레데릭 르누아르는 “여호수아의 학살 행위가 종교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타마린은 먼저 그룹과 같은 나이 또래의 이스라엘 어린이 168명을 대상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여호수아’라는 이름은 ‘리 장군’으로, 이스라엘은 ‘3,000년 전 중국의 한 왕국’으로 각각 설정을 바꾸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긍정적으로 대답한 비율은 7%에 그쳤고, 75%의 어린이들이 완전히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만약 이 실험을 각 종교의 근본주의자들을 상대로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마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 종교는 가장 기본적인 인본주의 도덕조차 잊게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비단 종교뿐이겠는가. 이념, 인종, 민족의 이름으로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정당화하는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애초 인간은 땅에서 나와 온 자연과 함께 성장하고 진화했다. 인간과 자연은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로 얽혀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창조 신화는 모두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역사가 발전하면서 각 부족들은 자신만의 유일신을 만들어 냈고, 서로 화해하지 못하고 수천 년간 싸움질만 일삼고 있다. 종교는 범주에 구속된 사회적 도그마로 전락했다. 지구와 자연과 인간이 한 몸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과연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제노사이드(국민, 인종, 민족, 종교 따위의 차이로 집단을 박해하고 살해하는 행위)를 행할 수 있을까. 인류는 자신이 믿는 종교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종속돼 도덕의식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를 통해 ‘현대의 신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009년 개봉한 1편에선 자원을 얻기 위해 밀림을 파괴하는 인간의 무자비한 만행을 다뤘다면, ‘아바타:물의 길’에선 생명연장을 위해 해양 생명체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야만을 그리고 있다. 카메론 감독은 1편과 2편에서 나비족이 자연과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끝없이 강조한다. 속편에서 설리(샘 워싱턴)의 둘째 아들이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는 고래 모양의 툴쿤을 친구로 대하는 모습은 상징적이다. 특히 카메론 감독은 한발 더 나아가, 툴쿤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점 쇼트’를 배치했다. 이 시점 쇼트 하나로 툴쿤이 인간 지능에 버금가는 똑똑한 생명체임을 드러낸다.
조지 루카스와 함께 ‘스타워즈’의 각본을 썼던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오늘날 우리가 할 일은 온 길을 되돌아가 자연의 지혜와 조화되는 길을 찾는 것이다. 이로써 짐승과 물과 바다가 사실은 우리와 형제지간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애틀 추장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아마 카메론 감독 역시 땅을 팔라고 요구했던 미국 정부에게 추장이 보낸 편지를 읽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 땅의 일부이듯, 그대들도 이 땅의 일부이다. 이 지구는 우리에게 소중하다. 이것은 그대들에게도 소중하다. 우리는 하느님이 한 분 뿐이라는 것을 안다. 홍인종이 되었든 백인종이 되었든 인간은 헤어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우리는 결국 형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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