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노웅래, 뇌물 수수 후 '공감정치로 보답하겠다' 메시지 보내"

배민영 2022. 12. 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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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6000만원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그의 구속영장청구서에 노 의원이 21대 총선을 전후로 수천만원이 든 돈 봉투를 언제, 어디서, 어떤 청탁과 함께 건네받았는지 자세하게 적시한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노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겠다’며 접근한 사업가는 본인 사업은 물론 고위 공무원 인사 관련 등 다양한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노 의원이 ‘증거인멸을 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일시적으로 도주 또는 잠적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자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뉴스1
◆사업가가 청탁, 부인이 ‘돈 봉투’ 배달

검찰 작성 영장청구서에는 노 의원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박모씨로부터 각종 청탁과 함께 수차례 돈 봉투를 받은 정황이 담겼다. 박씨 부인인 대학교수 조모씨가 이 과정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 의원은 21대 총선을 약 두 달 앞둔 2020년 2월18일 조씨로부터 후원하려 한다는 연락을 받고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식당에서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이 자리에서 ‘남편(박씨)이 발전소 납품 등 사업을 하고 있는데, 나중에 말씀드리면 남편 사업을 도와주고, 관련 공무원 등을 연결해 주는 등 도움을 달라’는 말과 함께 2000만원을 노 의원한테 건넸다고 한다. 노 의원은 그날 심야에 조씨한테 ‘공감 정치로 보답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금품을 받고 박씨와 친분이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사업 편의를 봐준 정황도 있다. 노 의원은 21대 총선을 한 달 앞둔 2020년 3월14일 서울 마포구의 지역사무실에서 조씨를 만났다고 한다. 조씨는 이 자리에서 ‘남편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가 국토교통부에 실수요검증 승인을 올렸는데, 코로나를 이유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며 ‘국토부 공무원에게 이야기해 빨리 진행되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이 든 봉투를 노 의원에게 건넸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그 업체는 경기 용인에 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절차 지연으로 각종 비용만 지출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은 그날 밤 심야에 ‘격려 방문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검찰 전경. 뉴스1
◆점점 대담해진 청탁···‘정책적 추진 방식으로 도와달라’

금품을 대가로 박씨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 조력한 혐의도 포착됐다. 노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약 한 달 앞둔 2020년 6월 조씨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7월2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났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민주당 최고위원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남편이 재력이 있으니 금전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제안과 함께 ‘본론’으로 들어갔다.

조씨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쪽에 쓰지 않는 폐철로가 많이 있는데, 그 부지에 1000억원 정도를 투자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전기를 공급한 후 20년 뒤에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이를 도와달라’고 청탁했다고 한다. 노 의원이 ‘코레일을 소개해주겠다’고 하자 조씨는 ‘국회의원으로서 좋은 의정활동 실적이 될 수 있으니 남편의 태양광 사업을 국회의원의 지위에서 직접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으로 도와달라’고 재차 청탁했다고 한다. 노 의원은 조씨한테 관련 자료를 전자우편으로 보내주면 검토하겠다며 청탁을 승낙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노 의원의 대답을 들은 조씨는 ‘시간을 빼앗아 미안하니 약주나 하시라고 조금 가져왔다’며 현금 10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노 의원은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시나. 저번에 받은 것은 잘 쓰고 있다’면서도 돈 봉투는 받았다고 한다.

사진=뉴시스
◆국세청, 한전 자회사 인사 청탁도

국세청 고위직 인사가 명예퇴직 압박을 받고 있는데 임박한 인사에서 유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도 박씨 부부로부터 받은 정황이 있다. 검찰은 노 의원이 조씨 연락을 받고 2020년 11월22일 국회 앞 호텔 로비에서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국세청 공무원 관련 인사 문제를 부탁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알려주겠다’며 10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고 한다. 노 의원은 돈 봉투를 받고 향후 해당 국세청 고위 인사의 유임 여부를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노 의원은 2020년 12월10일 국회 인근 호텔 내 커피숍에서 조씨를 만나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에 근무 중인 한 임원이 승진할 수 있도록 사장에게 연락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네받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적법절차에 따른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다수의 전자정보, 관련 서류 등 물적 증거와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계좌추적 등을 통해 본건 범행 당시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명백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노 의원이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관련자 진술을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중형 선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 의원이) 증거인멸 등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일시적으로 도주, 잠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 노 의원 측은 “위와 같은 내용의 영장을 받아본 사실이 없고, 국회 체포동의안의 내용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다만 기사에 나온 문자나 카톡에 답변을 남긴 적이 없고,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를 넘는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대해 반드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노 의원은 또한 관련 혐의 전부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수사는 ‘검찰 농단’,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 의원은 23일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검찰의 농단과 언론 플레이가 아닌, 정당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켜달라”고 했다. 그는 “증거인멸의 우려도, 도주 우려도 없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을 청구하는 것은 여론몰이를 통해 걸리면 누구든 손 보겠다는 것”이라며 “혐의 소명도 되지 않은 검찰의 주장만으로 체포동의안이 처리되고 인신 구속이 이뤄진다면,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장관) 정치검찰의 기획수사, 야당 탄압 수사 앞에서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고 했다.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상태다.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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