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자 54년만에 나타난 母…법원 “사망 보험금 모두 줘라”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2. 12. 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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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부양치 않은 부모도 상속 1순위
‘구하라법’ 국회서 수년째 계류中
[사진 = 연합뉴스]
54년간 연락도 없다가 아들이 죽자 사망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나타난 모친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다른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유족들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4000만원 가량을 지급해달라는 80대 A씨의 청구가 이유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 아들 B씨(사고 당시 57세)는 지난해 1월 23일 오후 4시4분경 제127대양호에 승선 중 거제시 인근 바다에서 선박이 침몰하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B씨 앞으로 선박회사의 유족급여, 행방불명 급여, 장례비 등 2억3776만원이 나왔고 A씨가 이런 소식을 듣고 나타났다.

하지만 B씨의 누나 C씨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A씨는 어머니 자격이 없다며 유족보상금 등의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에 A씨가 다시 소송을 걸어 이번에 1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법원은 선원법 시행령을 인용하며 “‘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배우자, 자녀, 부모 등도 유족에 해당한다’면서 A씨가 B씨와 같이 살지 않았지만, 법규상 그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C씨가 B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배우자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그들이 주민등록상 같은 주소에 거주한 적이 없어 사실혼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상속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은 2건이 국회에 올라왔으나 논의도 안 되고 계류 중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월호, 천안함 등의 사고 이후 2021년 관련 법안을 처음 내놓았고 법무부도 지난해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제출했지만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영교 의원은 ”과거 마리나호텔 화재부터 최근 이태원 참사까지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구하라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며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상속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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