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변' '슈룹' 찍고 '일당백집사'까지 접수한 한동희
올해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슈룹' '일당백집사'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신예 배우 한동희(25)다. '천원짜리 변호사'에선 남궁민(천변)의 의뢰인 김수연 역으로 등장했고, '슈룹'에선 폐세자빈 민휘빈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최근 종영된 MBC 수목극 '일당백집사'에선 이준영(김태희)의 옛 연인 탁청하로 시청자와 만났다. 하나 같이 다른 컬러의 인물이었지만 한동희는 신예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 지난해 드라마 '한 사람만'으로 데뷔한 한동희. 작은 역할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발걸음을 떼고 있다. 2년 차 신예로 촬영장에서 직접 보고 배우며 한창 배움의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실제로 만난 한동희의 눈빛엔 풋풋한 신인의 '열정' 배움의 '열망'이 뜨거웠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고 앞으로 이 배우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올해 정말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정신이 없기도 한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거라 정신이 없어도 재밌고 행복하게 보낸 것 같다. 새로운 경험들을 계속할 수 있었다. 배움의 2022년이었다."
-최근 '일당백집사'가 끝났다.
"'일당백집사'는 표면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내가 맡은 청하란 인물은 삶과 죽음 속에서 살짝 번외 느낌이긴 해서 내 가치관과 생각의 깊이를 깊게 해 준 작품이었다. 촬영 현장에서든 작품 안에서 만난 청하든 가치관을 깊게 해 줬다."
-'슈룹'을 통해 사극을 경험해본 소감은.
"사극 말투라고 해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 '대장금'이나 '주몽' 같은 느낌의 사극은 아니라서 말투도 말투지만 인물의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너무 신인이다 보니 선배님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그냥 함께 연기하지 않아도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많은 현장이었다. 선배님들께 해가 안 되려고 연기적으로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대본 리딩 때도 그렇고 현장에서도 선배님들을 봬었을 때 긴장되고 떨리기보다 배우는 게 많으니 소름이 돋았다. 현장에서도 저렇게 연기가 된다는 것 자체가 소름이었다. 난 아직 내 연기를 카메라 앵글에 담는 게 어렵다. 근데 선배님들의 연기는 앵글에 고스란히 담기더라. 보면서 늘 짜릿했다."
-'천원짜리 변호사'가 올해 스타트를 끊은 작품이었다.
"매체 연기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롤이 있는 작품이었다. 이런 역할이 처음이라 긴장이 됐는데 남궁민 선배님이 현장에서 젠틀하게 대해줘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사실 너무 신인이라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은데 어떤 걸 신경 쓸지 모르겠어서 더 불안했던 시기였다. 선배님의 친절한 배려 덕에. (웃음) 감사했다."
-올해 작품 수확이 대단했다.
"사실 작년엔 오디션에 다 떨어져서 올해 이렇게 오디션이 붙은 게 신기하고 의아하다. 작년에 거의 50개 넘게 떨어졌던 것 같다.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오디션이 많았다. 실제적인 내 에너지를 전달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데 카메라에 담겨 오디션을 보고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년의 숱한 오디션 탈락이 올해 합격으로 이끈 것이 아닌가.
"오디션을 거듭 탈락하며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나란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오디션을 볼 때 가장 충격적인 말이 대화할 땐 매력적인데 연기할 땐 그 매력이 없다는 말이었다. 제삼자가 보는 나란 사람은 무엇인지, 난 어떤 사람인지 탐구를 많이 했는데 그것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히려 그 안에 갇히게 되는 것 같더라. 작년의 나도 있고 올해의 나도 있고 다 다를 수 있을 법한데 무언가를 정해야만 할까 싶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대로 내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을 바꿨다. 그렇게 바꾼 게 답이었던 것 같다."
-그럼 오디션 슬럼프를 끊은 게 '천원짜리 변호사'인가.
"사실 '슈룹'에 먼저 캐스팅이 됐다. 합격했다고 했을 때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할이 크고 작고 간에 붙을 수가 있구나 싶어 마냥 다행이다 싶었다. 갈길은 멀지만 그래도 붙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 두 번째 합격 소식을 접했을 땐 어땠나.
"'천원짜리 변호사'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 올해 할 거 다 했다,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붙었지?!'란 궁금증이 들었다. 궁금해도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그 역할을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일당백집사'까지 됐을 땐 진짜 경사였겠다.
"대부분 내가 맡은 캐릭터가 성숙한 역할이 많아서 더 의아했다. 본래 성격은 낙천적이고 밝은 편인데 조용하고 진중하게 보는 분들이 많더라. 그래서 신기하기도 했고 연기를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 작년엔 광범위한 곳에서 방황하는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어느 정도의 길 안에서 방황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웃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연기를 잘하고 싶고 잘 나아가고 싶고 내가 느끼는 걸 잘 담고 싶은데 그 기회를 갖기까지 쉽지 않다. 워낙 많은 기다림이 필요한 직업이란 걸 알고 있어서 이거에 대한 각오를 안 하지는 않았지만, 직접 겪으니 쉽지는 않더라. 그래도 딜레마에 빠지지는 않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디션 기회를 가질 수 있던 것 자체에 감사했던 해였다. 나란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찾는 게 힘들었을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나쁘지 않고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한예종 16학번 출신이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6학년 때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고현정 선배님의 미실 연기를 보고 '저렇게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처음 생겼다. 그때 부모님께 말했는데 어린 나이니까 헛바람이 들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나 역시 이걸 무조건 하고 실다는 용기가 없었다. 다른 꿈을 찾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명확하게 진로를 정해야 하니 그것조차 용기를 안 내고 싶지 않았다. 용기를 내 우여곡절 끝 입시를 준비하게 됐다."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부모님 말씀 따라 적당히 보통으로 공부하고, 반장도 하고 학생회 활동도 하며 살았다. 근데 그런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너무 재밌더라. 재밌는 걸 하니 성적이 덩달아 올라갔다. 근데 아무래도 남들에 비해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진도가 느릴 수밖에 없어서 다른 친구들이 쉬는 날에도 나와 연습하고 그랬다. 재밌으니 멈출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배우란 꿈을 부모님이 반대했을 때 국어 선생님, 변호사, 아나운서 등 말을 다루는 직업을 하고 싶어서 고민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런지 재미가 없었다."
-늦게 시작했다고 했지만 수시합격으로 한예종에 들어갔다.
"수시 때 붙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 놀랐다. 한예종 합격 후 처음 갔던 예비소집일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날고 기는 친구들이 많아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선배들도 다 멋있고 예쁘더라. '나 왜 뽑힌 거지?' 싶었다. 2년 동안 연기에 대해서라기보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연기의 시작이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그거에 대해 인지할 필요성이 있었다."
-내년 계획은.
"내년에 SBS 새 드라마 '법쩐'이라는 작품에 문채원 선배님 아역으로 나오게 됐다. 그렇게 스타트를 끊는다. 내년에도 좋은 작품으로 인사하고 싶다."
-롤모델이 있나.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퓨어하고 순수함의 결정체이지 않나. 너무 닮고 싶다. 나탈리 포트만은 그녀만의 단단함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나만의 '소확행'이 있나.
"평소에 긍정적인 편이다. 낮보다 밤을 좋아한다. 밤에 고요한 노래 듣는 걸 좋아한다. 그 시간을 즐긴다. 편안하고 온전하게 있는 느낌이 든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작품에서 배우만 돋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작품을 보여주며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목표지 내 연기를 뽐내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본인이 원하는 삶의 목표는.
"이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게 인생의 목표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 않나. 내 사람들과 살아가려면 열심히 일도 해야 하고. (웃음) 가족, 친구들과 교류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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