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더 글로리》로 새로운 모습 찾아 행복”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선보이는 2022년 마지막 작품의 주인공은 송혜교다. 그동안 '다 가진 역할'만 해오던 그녀가 이번 작품에서는 과감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복수를 처절하게 하고,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멜로 드라마로 각인된 배우 송혜교는 이번 작품에서 극야의 시간을 버티고 복수를 향해 차갑게 나아가는 캐릭터 '문동은'을 맡았다.
송혜교가 데뷔 후 쉽사리 포기하기 못했던 '예쁜 연기'에서 과감히 내려올 수 있었던 건, 작가와 감독에 대한 믿음과 함께 배우로서의 한계를 깨고 싶었던 것 때문으로 추측된다.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첫 장르물 도전작이자, 장르물의 대가 안길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게다가 김은숙 작가와는 《태양의 후예》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김 작가는 《태양의 후예》라는 자신의 대표작을 선물해 줬다. 이후 출연한 작품에서는 흥행이나 연기 면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것도 사실이다.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송혜교로서는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분노와 증오로 빛 한 점 없는 극야의 시간을 버텨온 문동은 역할을 맡은 송혜교는 "장르물에 도전하는 것이 늘 꿈이었다"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은숙 작가와 평소 팬이었던 안길호 감독이라면 내가 찾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찾아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송혜교는 실제 이들이 준비한 각본과 연출 위에서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펼쳐냈다는 후문이다.
김은숙 작가 역시 "영리하고 침착하고 용감한 지점에서 동은과 송혜교가 닮았다"며 "전작에서 보여줬던 송혜교는 어디에도 없고 모든 신, 모든 순간이 문동은이었다"고 애정 어린 찬사를 보냈다. 송혜교 역시 "대본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깜짝 놀랐다. 작가님에게 이런 매력이 있으시구나 싶어 반가웠다"며 "동은의 어린 시절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안길호 감독은 "연약하지만 강인한 동은의 모순된 지점은 송혜교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은숙 작가는 《파리의 연인》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긴 대한민국 대표 작가이자 '로맨스물의 대가'다. 차갑고 진한 복수를 담은 장르물에 도전한 김 작가는 "대표작들이 알콩달콩했기에 조금 다르게 느껴지실 것이다. 그동안에도 드라마의 변주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었기에 《더 글로리》의 복수극도 그런 도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비밀의 숲》 《WATCHER(왓쳐)》 《해피니스》를 연출한 장르물의 대가 안길호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김은숙 작가와 함께 일한다는 영광은 물론, 작품 자체가 주는 울림과 재미가 굉장히 좋았다"며 《더 글로리》가 가진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다. 《더 글로리》에는 송혜교 외에도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등이 출연한다. 데뷔 후 첫 장르물에 도전하는 송혜교를 제작발표회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느낌은 어땠나.
"김은숙 작가님과는 두 번째 작업인데 처음 《더 글로리》 대본을 읽고 놀라움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로맨스의 대가이신 작가님의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 재미있게 읽기도 했지만 작가님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돼 한편으로 반가웠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더 글로리》 같은 장르물은 제가 처음 시도한다. 이런 장르적인 작품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늘 그런 작품을 찾고 있었다. 이렇게 훌륭하신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함께한다고 하니까 너무 매력 있었다. 두 분이라면 작품 안에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주실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덧붙여 이 작품을 나에게 맡겨주셔서 행복했고, 거기다 문동은 캐릭터를 만나 정말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작품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다시 알게 된 작품이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할 때마다 안길호 감독이 선택을 할 수 있게끔 현장에서 항상 도와줘 정말 감사했다."
문동은은 어떤 인물인가.
"끔찍한 학교폭력의 피해자다. 오랜 시간 분노와 증오로 빛 한 점 없는 극야의 시간을 버티고 복수를 향해 차갑게, 철저하게 나아가는 캐릭터다."
문동은을 연기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은.
"어린 동은은 무방비 상태로 상처를 받은 반면, 성인이 된 동은은 가해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불쌍한 모습보다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해자들에게 '나는 단단해졌고 너희들을 벌줄 수 있는 그만한 힘을 갖고 있어'라는 생각을 가진 인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동은은 위로가 필요한 인물이지만 시청자들이 더욱 공감하기 위해서는 동은의 아픔과 복수를 상황적으로 부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복수가 중심이 돼 동은의 아픈 모습들이 더 부각돼야 나중에 동은이란 캐릭터가 더 안쓰러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또 '내가 동은이었다면' 하는 상상을 하면서 매 장면 캐릭터에 진실하게 몰입하려고 노력했다."
캐릭터 표현을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외적으로 답답하게 보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셔츠를 입으면 목 끝까지 단추를 다 채운다든지 하는 설정을 만들어갔다. 복수에 몰두하느라 현실적으로 본인을 꾸미는 시간이 없었을 테니 헤어나 메이크업도 최대한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무엇인가.
"마음을 쿡쿡 찌르는 대사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이라는 대사를 많이 생각했다. 너무 큰 폭력을 당한 동은은 피해자지만 나중에 복수를 함으로써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캐릭터다. 그 대사가 가해자들이 벌을 받길 바라고, 그 후에 동은 자신도 벌을 받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했고, 그 대사를 생각하면서 동은을 대했다."
동은에게 '글로리'란 무엇인가.
"여정, 현남 그리고 또 동은의 편에 서서 함께 움직여준 친구들. 몇십 년 동안 늘 혼자였던 동은을 처음 위해 주고 곁에 남아준 사람들이 동은에겐 영광이지 않을까."
안길호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정말 좋았다. 감독님 머릿속에는 벌써 다 계산이 돼있고 늘 철저히 준비해 오신 덕분에 연기하기에 수월했다. 무엇보다 감독님과 마음이 잘 맞았고 캐릭터를 생각하는 관점이 비슷해 감독님의 디렉션을 잘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연기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었다. 그래서 촬영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님과 촬영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고 너무 감사드린다."
김은숙 작가와는 두 번째 호흡이다.
"처음에 대본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와, 이런 장르를 이렇게 쓰셨다고?' 하며 깜짝 놀랐다. 또 굉장히 몰입해 작업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작품을 촬영하는 7개월 동안 작가님과 통화도 한 번 안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촬영을 다 마친 뒤에 얼굴을 보고 통화를 했다. 그게 참 좋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그런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관계여서 너무나 감사하기도 했다. 김은숙 작가님께서 이런 글을 쓰셨다는 것, 이런 멋진 대본을 만드신 것에 대해 너무 축하드리고 싶다."
《더 글로리》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배우 모두가 열정적으로 연기해 주시고 캐릭터에 푹 빠져 열심히 해주셔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저도 관심 있게 봐주시면 좋겠지만, 함께한 모든 배우의 연기를 감상하시면 《더 글로리》의 재미가 몇 배가 될 것 같다. 안길호 감독님의 연출, 김은숙 작가님의 글, 그리고 현장에서 함께 뛰어준 모든 스태프분이 배우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살리고자 정말 열심히 노력해 주셨다."
《더 글로리》를 기대하는 시청자에게 한마디 해달라.
"넷플릭스를 통해 많은 나라의 시청자들이 《더 글로리》를 볼 수 있어 매우 기대된다. 배우, 스태프들과 정말 열심히 만든 작품이다. 우리의 마음이 전 세계 팬들께 다 전해지길 소망하고 《더 글로리》를 많이 사랑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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