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사흘간 40㎝ 역대급 폭설…일부 교통통제 지속
폭설에도 강수량 효과 미미…해갈에 도움 안 돼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천정인 기자 = 광주·전남 지역에 최근 사흘간 최고 40㎝의 역대급 폭설이 쏟아지며 눈길 사고와 피해가 잇따랐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위기를 개선하지 못하면서 제설은 제설대로, 가뭄은 가뭄대로 어려움을 겪는 이중고에 놓였다.
최고 적설량 40㎝…광주 1939년 이후 역대 3번째 폭설
지난 22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매우 강한 강도를 유지하며 24일 새벽까지 사흘간 쉬지 않고 쏟아졌다.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를 의미하는 최심 적설량은 광주가 40㎝를 기록했다.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1939년 이후 광주에서는 역대 3번째로 많은 눈이다.
역대 1위는 2008년 1월 1일 41.9㎝, 2위는 2005년 12월 22일 40.5㎝이다.
하루 동안 내려 쌓인 눈을 의미하는 신적설량도 역대급 기록을 경신했다.
23일 하루 동안 광주에 32.9㎝가 내리면서 40.5㎝가 내린 2005년 12월 22일에 이어 역대 2번째 많은 양을 기록했다.
전남 지역도 최고 30㎝가 넘는 적설량을 보였다.
사흘간 최심 적설량은 장성 36.1㎝, 화순 30㎝, 담양 25.9㎝, 함평 월야 23.4㎝ 곡성 석곡 20.4㎝ 나주 19.5㎝ 장흥 유치 17.9㎝ 등이다.
순천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적설량(17.1㎝)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눈 소식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26일까지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내외의 추운 날씨를 보이겠다.
전남 담양, 곡성, 구례, 화순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폭설 피해 구조·구급 분주…광주 128건·전남 140건
많은 양의 눈이 도로에 가득 쌓이면서 차량과 보행자들이 미끄러지는 사고에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22일 오후 4시 41분께 전남 영암군 삼호읍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경차가 인도를 넘어 저수지에 빠져 40대 여성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차선을 변경하려다 차량이 미끄러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같은날 오후 7시쯤에도 삼호읍에서 차량 3대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잇따라 부딪혀 운전자와 동승자 5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23일 오전 8시 51분에는 영암-순천 고속도로 장흥나들목 인근에서 액화 산소 가스를 싣고 가던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탱크 부분이 차량에서 떨어져 나가 가스가 누출돼 소방당국이 긴급 조치했다.
같은 날 오전 7시 27분께에는 호남고속도로 옥과나들목 인근에서 눈길을 달리던 고속버스도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왼쪽으로 넘어졌다.
승객 10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길을 지나거나 눈을 치우다가 넘어져 머리와 손목, 허리 등을 다치는 낙상 사고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설특보가 발령된 22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광주에서는 교통사고 13건, 낙상 66건, 수도관 동파 1건 등 128건의 폭설 관련 사고가 119에 접수됐다.
전남은 오전 8시까지의 기준으로 교통사고 16건, 낙상 50건, 안전조치 73건 등 140건의 신고 출동이 이뤄졌다.
농가 시설 피해 속출…비닐하우스·축사 등 49개 동 파손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비닐하우스 등 농가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전날 담양군 비닐하우스가 파손됐다는 신고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전남지역에서 40동의 시설하우스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담양 31동, 곡성 3동, 보성 1동, 화순 2동, 영광 3동 등이다.
겨울철 빈 비닐하우스가 많아 농작물 피해는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농가에서는 딸기, 마늘, 파 등 작물이 눈에 파묻히는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축사 지붕이 파손되기도 했다.
함평에서는 1개 농가에서 축사 2동 퇴비사 2동 등 4동의 지붕이 한꺼번에 파손됐고, 화순에서도 노후한 돼지 축사 지붕이 무너졌다.
이 외에도 담양 3동, 보성 1동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도는 폭설 피해 상황을 계속 집계 중이다.
폭설 여파 이어져…도로 통제·여객선 결항 계속
24일 오전 광주·전남 대부분 지역에 대설특보가 해제됐지만, 여전히 쌓여있는 눈이 많아 대중교통 운행이 제한되는 등 일부 교통 상황은 여전히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전날 군내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한 진도군의 경우 이날 오후 2시 현재 여전히 전 구간 운행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구례, 보성, 강진, 영암, 무안, 완도 등 7개 시군에서도 일부 노선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나주, 담양, 곡성, 장흥, 영광은 운행 중단까지는 아니지만 일부 결빙 구간에 대해 단축 운행하고 있다.
광주 역시 이날 오후 1시 기준 101개 노선 중 38개 노선이 단축 운행이나 우회 운행으로 이뤄지고 있다.
산간 도로 교통 통제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 송강로 5.4㎞, 무등로 2.1㎞, 남문로 구 너릿재∼화순 이십곡리치안센터 3.8㎞ 구간이 통제되고 전남에서는 화순 3곳, 담양 2곳, 곡성 1곳, 구례 2곳, 진도 2곳 등 모두 10곳에서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다.
담양의 경우 이날 오후 4시께 개통될 것으로 예상되고 나머지 대부분의 도로도 늦어도 25일께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객선은 이날 오전까지 38항로 48척(목포 26항로, 여수 6항로, 고흥 4항로, 완도 2항로)의 운항이 통제됐다.
전날까지 전편 결항했던 광주·무안·여수공항의 항공기 운항은 이날 오전부터 정상화됐다.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대응한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날까지 주요 도로에 제설 장비를 투입해 제설 작업에 나섰다.
소속 공무원들에게도 간선·이면도로 골목길 등에 나가 제설 작업을 하도록 했지만, 워낙 많은 눈이 내린 탓에 도로 곳곳에 쌓인 눈들이 치워지지 못하고 있다.
가뭄 해갈 역부족…강수량은 고작 13~17㎜
최고 40㎝의 많은 양의 눈에도 극심한 가뭄을 겪는 광주와 전남의 저수율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대설특보가 모두 해제된 이 날 오전 10시 기준 광주·전남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은 각각 26.8%, 29.3%로 나타났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기 전인 21일 26.9%(동복댐), 29.4%(주암댐)와 별 차이가 없는 수치다.
마른 눈(乾雪)과 물기를 머금은 눈(濕雪)이 번갈아 내리긴 했지만 마른 눈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흘간 최고 적설량 40㎝를 기록한 광주의 경우 이를 강수량으로 환산하면 13.9㎜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상수원인 동복댐이 있는 전남 화순도 적설량을 강수량으로 계산하면 약 17㎜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쌓인 눈이 녹으면서 물로 유입되면 조금이나마 저수율이 개선될 수 있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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