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의 ‘60㎝ 폭설’ 전북 등 호남 피해 속출...피해는 피해대로, 가뭄 해갈에는 부족

이민종 기자 2022. 12. 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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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에 최근 사흘간 집중적으로 쏟아진 17년 만의 기록적인 대설로 건물 붕괴와 계량기 동파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24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내린 눈으로 순창 63.7cm, 임실 57.2cm, 정읍 45.7cm, 전주 15.6cm, 김제 25.5cm, 광주 40cm의 적설량이 기록됐다.

피해는 눈이 많이 내린 군산, 정읍, 순창, 임실, 남원 등지에 집중됐다.

계량기 동파, 낙상사고, 한랭 질환 등의 피해가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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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축사가 무너져 내린 전남 담양군 한 오리 농장에서 24일 담양군 관계자들이 방호복을 입고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비닐하우스·축사 붕괴, 계량기 동파, 낙상사고 잇달아

항공기 결항, 여객선 운항도 차질

전북지역에 최근 사흘간 집중적으로 쏟아진 17년 만의 기록적인 대설로 건물 붕괴와 계량기 동파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24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내린 눈으로 순창 63.7cm, 임실 57.2cm, 정읍 45.7cm, 전주 15.6cm, 김제 25.5cm, 광주 40cm의 적설량이 기록됐다. 현재까지 전라남북도와 광주에서 비닐하우스 111동, 축사 37동 등 시설물 붕괴 피해가 152건에 이르렀다.

피해는 눈이 많이 내린 군산, 정읍, 순창, 임실, 남원 등지에 집중됐다. 계량기 동파, 낙상사고, 한랭 질환 등의 피해가 접수됐다. 정읍의 한 주민은 “사흘 내내 계속 눈이 쏟아져 무릎까지 찰 정도인데 무게를 견디다 못해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내렸다”며 “눈을 치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원 고기삼거리∼달궁삼거리, 완주 소양∼모래재터널 등 9개 노선 50㎞가량의 도로도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

군산과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가 오전 내내 결항했으며 군산에서 도서 지역을 잇는 여객선 일부 노선도 아직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12개의 국립공원·도립공원·군립공원 탐방로 역시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다만 도내에는 오전에 대부분 눈이 그친 상태며 대설특보도 모두 해제됐다. 한파특보도 익산, 완주, 남원 등 8개 시·군의 한파주의보를 제외하고 모두 해제됐다.

전북도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피해 접수 건수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시설물과 건강 관리에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은 최고 40㎝ 폭설

광주·전남 지역에도 최근 사흘간 최고 40㎝의 폭설이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22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24일 새벽까지 쏟아졌다.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를 의미하는 최심 적설량은 광주가 40㎝를 기록했다.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1939년 이후 광주에서는 역대 3번째로 많은 양이다. 하루 동안 내려 쌓인 눈을 의미하는 신적설량도 23일 하루 동안 광주에 32.9㎝가 내려 역대 2번째로 많았다.

전남 지역도 최고 30㎝가 넘는 적설량을 나타냈다. 사흘간 최심 적설량은 장성 36.1㎝, 화순 30㎝, 담양 25.9㎝, 함평 월야 23.4㎝ 등이었다. 순천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적설량(17.1㎝)을 기록했다.

폭설로 인한 사고로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22일 오후 전남 영암군 삼호읍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경차가 인도를 넘어 저수지에 빠져 40대 여성운전자가 숨졌다. 대설특보가 발령된 22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광주에서는 교통사고 13건, 낙상 66건, 수도관 동파 1건 등 128건의 폭설 관련 사고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전남에선 오전 8시 기준으로 교통사고 16건, 낙상 50건, 안전조치 73건 등 140건의 신고 출동이 이뤄졌다.

24일 오전을 기해 광주·전남 대부분 지역에 대설특보가 해제됐지만, 쌓여있는 눈이 많아 광주 송강로 5.4㎞, 무등로 2.1㎞, 남문로 구 너릿재∼화순 이십곡리치안센터 3.8㎞ 구간이 통제되고 전남에서는 화순 3곳, 담양 2곳, 곡성 1곳, 구례 2곳, 진도 2곳 등 모두 10곳에서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의 계량기 동파는 751건이며 서울이 480건으로 가장 많다.

강원 원주시 무실동 일대 542가구와 평창군 진부면 25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기도 했다. 현재 도로는 59곳(국도 7곳, 지방도 52곳)이 통제 중이다.

무등산, 내장산, 덕유산 등 9개 국립공원 232개 탐방로의 출입도 통제됐다. 이날 여객선은 기상악화와 풍랑 때문에 38개 항로 48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항공기는 출발 공항 기준으로 8편이 결항했다. 현재 제주도(산지)에만 대설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눈이 내리고 있다.

하지만 최고 40㎝의 많은 양의 눈에도 극심한 가뭄을 겪는 광주와 전남의 저수율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대설특보가 모두 해제된 이 날 오전 10시 기준 광주·전남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은 각각 26.8%, 29.3%로 나타났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기 전인 21일 26.9%(동복댐), 29.4%(주암댐)와 별 차이가 없는 수치다. 마른 눈(乾雪)과 물기를 머금은 눈(濕雪)이 번갈아 내리긴 했지만 마른 눈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흘간 최고 적설량 40㎝를 기록한 광주의 경우 이를 강수량으로 환산하면 13.9㎜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상수원인 동복댐이 있는 전남 화순도 적설량을 강수량으로 계산하면 약 17㎜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쌓인 눈이 녹으면서 물로 유입되면 조금이나마 저수율이 개선될 수 있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종·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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