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이후 3년 만에 중국發 코로나 공포 다시 덮치나
‘위드 코로나’ 준비 안 돼 “병원에 시신 쌓여”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지난 12월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지역방송국 간부인 왕양(여·가명)은 코로나19에 확진됐다. 그는 중국 메신저이자 SNS인 '위챗'의 모멘트에 자가격리 일기를 남겼다. 격리 첫날에 왕양은 남편·자녀와 방을 따로 썼고, 가사와 양육은 남편이 도맡았다. 또한 남편·자녀와의 대화는 수년 전 서유럽을 자동차로 취재하면서 마련했던 휴대용 무전기로 했다. 위챗으로 대화할 경우 당국의 감시가 염려됐기 때문이다. 첫날부터 3일 연속으로 왕양은 고열에 시달렸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남편이 관시(關係·인맥)를 총동원해 해열제를 수소문했다.
왕양의 남편은 쓰촨성에서 내로라하는 국영기업 간부다. 간신히 정가보다 4배 비싼 웃돈을 주고 한 제약회사에서 해열제를 구입해 급송으로 받았다. 격리 4일 차에 왕양의 체온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격리 7일 차에 신속항원검사를 하니 여전히 양성이었다. 하지만 직장에서 '다음 날부터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왕양은 필자에게 "자가격리 기간에 지방정부나 방역 당국에서 받은 지원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경제 사정이 좋아 충분한 식료품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황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그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지난 12월7일 중국 정부는 강압적인 방역을 대폭 완화하는 10개 조치를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그동안 고집해 왔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버리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는 지난 11월26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주요 도시에서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가 일어난 데 따른 대책이었다. '묻지마 도시 봉쇄'로 흉흉해진 민심을 확인한 중국 당국이 급히 내놓은 것이었다. 마침 지난 11월30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사망하면서 7일 동안 국장(國葬)이 치러졌다. 이를 계기로 당국은 시위 확산을 막고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따라서 장 전 주석의 장례가 끝난 다음 날에 위드 코로나 정책이 전격 시행됐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자, 14억 중국인들은 환호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지속돼온 도시 봉쇄가 드디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폭압적인 봉쇄로 인해 중국인들은 경제적으로 피폐해졌고 사회적으로 자유를 잃었다. 사실 지난 11월말 대륙을 휩쓴 대규모 거리 시위는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는 몸부림이었다. 그런데 지난 12월8일부터 중국 내외에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쏟아냈다. 위드 코로나로 나아가기 위한 중국 정부의 준비와 대책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스케줄이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진둥옌 홍콩대 바이러스학과 교수는 "대규모 감염 사태가 예상되는데 그 상황에 대해 준비되어 있는지, 당장의 목표는 사망자와 중증환자를 줄이려는 것인지, 향후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치료할 것인지 등에 대해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상황에 대한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펑쯔젠 전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 부주임은 "대규모 감염 충격의 첫 파동이 정점에 도달하면 중국인의 감염률이 약 60%가 될 것"이라며 "이후 안정기로 점차 접어들지만 결국 최종 감염률은 80~90%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런 전문가들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지 불과 1주일도 안 돼 대륙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필자의 적지 않은 중국인 친구와 대학 동창이 확진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실을 전해 왔다. 몇몇은 왕양처럼 자가격리 일기를 SNS에 남겼다. 그러나 중국의 공식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 12월19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확진자는 2722명, 사망자는 5명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월 전체 확진자 추이는 1일 4287명, 5일 5046명, 7일 4079명, 10일 2338명, 15일 2157명이었다.
이런 코로나19 확진자의 변화 양상은 지난 11월과 비교하면 정반대다. 11월 들어 확진자 수가 1일 465명, 10일 1209명, 20일 2365명, 30일 4150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중국 당국은 주요 대도시를 강력히 봉쇄했다. 그동안 봉쇄를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인구 3212만 명의 충칭시도 처음 봉쇄됐다. 그런데 한 달 만에 확진자가 감소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중국 당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도시 곳곳에 설치됐던 PCR 검사소를 대부분 폐쇄했다. 또한 증상이 확연하지 않으면 검사를 하지 않는다. 현재 자가격리에 들어간 대다수 중국인은 신속항원검사 키트로 코로나19 확진을 확인한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에 확진자로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둘째, 증상이 없는 확진자는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충칭 시민 양웨이(가명)가 그렇다. 지난 12월13일 양웨이 가족은 모두 확진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양웨이는 전화와 위챗을 통해 이 사실을 주민위원회와 직장에 알렸다. 그런데 주민위원회와 직장에서는 확실한 코로나19 증상이 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에 양웨이는 부모에게만 증상이 있고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민위원회는 부모만 확진자로 인정해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직장은 한술 더 떠 양웨이가 무증상자이기에 유급이 아닌 무급휴가를 주겠다고 통보했다.
이렇듯 중국 당국은 조작에 가까운 통계를 내세우며 위드 코로나 국면으로 급피치를 올렸다. 그렇기에 위드 코로나를 반겼던 중국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를 방치하면서 사망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시가 겪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현재 베이징시 외곽의 주요 화장장은 24시간 풀가동 중이지만, 밀려드는 시신을 제때 화장하지 못하고 있다.
장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화장장에서 하루 최대 300여 명을 화장할 수 있는데, 아직 2000여 구가 화장을 기다리고 있어 일주일 내내 화장해도 처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 12월17일 홍콩 '명보'는 "병원 영안실, 장례식장 등 시신을 보관하고 처리하는 장소에는 모두 시신이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중일우호병원 한 직원은 "시신 안치 냉장고가 가득 찼으며 바닥에는 냉동도 못 한 시신 30구가 쌓여 있다"고 제보했다. 심지어 장례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에서만 자가격리 중 사망한 확진자가 27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내년엔 사망자가 100만 명 넘을 것"
그러나 현재 중국은 중증환자를 치료할 집중치료실(ICU)과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난 11월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중국의 ICU 병상이 10만 명당 4개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 28.2개, 미국 21.6개 등에 훨씬 못 미친다. 이처럼 중국이 위드 코로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데는 오랜 기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모든 주민에게 끊임없이 PCR검사를 시행하면서 확진자를 색출하는 데 열을 올렸다. 확진자를 발견하면 밀접접촉자와 함께 격리시설에 보내버렸고, 더 늘어나면 도시를 봉쇄했다.
이처럼 암울한 현실 탓에 서구 전문가들은 "2023년에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인도의 전례처럼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중국이 다시 제로 코로나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지난 12월16일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새해를 위드 코로나 원년으로 삼아 경제를 반등시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체제가 공식 출범한다. 따라서 시 주석은 경제 성과를 확실히 거둬 위드 코로나 시대의 그림자를 가릴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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