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2022년을 보내며, 영화의 디지털 소장과 강박증에 대하여

현화영 2022. 12. 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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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돌아보며, 어떤 영화를 소장할지 고민 중이다.

소장 및 기록을 위해 개봉 한국영화로부터 과거에는 필름을 제출받았으나, 현재는 영화 파일이 저장된 외장하드를 제출받고 있는데, 내구성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2년을 보내며, 영화 소장과 관련해 몇 가지 느슨한 계획은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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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 포스터.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돌아보며, 어떤 영화를 소장할지 고민 중이다. 잡지, 음악 CD, 영화 비디오테이프나 DVD 등을 수집했던 습관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특별한 영화는 소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선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직은 답을 찾지 못한 고민이라, 좀 어수선할 수 있겠다.  

요즘은 영화를 소장하지 않아도 듣고 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웹이나 모바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스트리밍 플랫폼만 사용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웬만한 영화는 감상이 가능하다.  

그렇게 영화 본편을 비롯해 촬영 현장 영상, 인터뷰 영상 등을 흘러가듯 보다 보면, 어떤 것들은 갖고 싶어진다. 이럴 땐 ‘저장’을 시도하는데, 보통은 휴대전화 내장 메모리, 외장 메모리카드, 외장하드 등의 저장 미디어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 둘 저장한 디지털 미디어가 늘어가다 보면 어는 순간 고민에 빠진다. 인화지에 출력한 사진이나 종이에 쓴 글과 달리, 데이터로 저장한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컴퓨터나 스마트 폰과 같은 기계가 필요하고, 재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기계와 프로그램의 교체 주기가 짧다는 거다. 보고 싶을 때 보려 저장했지만, 볼 수 없는 상황이 오고야 만다. 

예를 들어, 열심히 쓴 시나리오가 다홍색 플로피 디스크에 고이 저장되어 있으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읽을 길이 없다. 전문가를 통해 드라이버를 확보해도, 파일을 열어줄 프로그램이 있을지 모르겠고, 무엇보다 파일 자체가 손상된 건 아니지 자신이 없다. 폴더 폰 시절부터 찍은 사진과 영상도 나름 백업을 해두었지만, 과연 보기가 가능할까?

디지털 미디어에 저장된 사진, 음악, 영화 등은 아날로그 미디어와는 다르게 물리적 실체를 갖고 있지 않다. 아날로그 미디어를 경험한 사람은 상대적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소유는 했으나 소유한 것 같지 않고, 언제고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도 든다. 심한 경우, ‘저장강박증’이라고 한다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에게나 익숙한 걱정이지 않을까? 

한국영상자료원도 고민이 많은 걸로 안다. 소장 및 기록을 위해 개봉 한국영화로부터 과거에는 필름을 제출받았으나, 현재는 영화 파일이 저장된 외장하드를 제출받고 있는데, 내구성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정 주기로 백업 혹은 교체 작업 등 고민이 많을 듯하다. 집단 지성의 힘이 발휘될 거라 기대해본다. 

영화 ‘오마주’ 포스터.
 
2022년을 보내며, 영화 소장과 관련해 몇 가지 느슨한 계획은 짜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정재 감독의 '헌트',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 등 소장하고 싶은 영화를 합법적으로 내려받아 외장하드 속 ‘소장 영화’ 폴더에 저장하고, 소장을 포기할 영화들은 과감히 삭제한다. 

개봉 영화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 중 일부도 ‘2022 영상’ 폴더에 정리하려 한다. 몇 년 후에는 다시 백업할 마음의 준비도 하면서 말이다. 마치 일정 주기로 옷이며 물건을 정리하며 옷장, 방, 집의 공간을 재확보하듯이, 디지털 데이터도 비슷한 작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2022년 일상에 기쁨을 주었던 영화나 영상들을 나름의 노하우로 소장하고 기억하며,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을 이어가길 바란다. 건강한 성탄과 연말 보내길!!!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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