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③ 100% 찬성에 ‘꼼수’ 여론조사까지…주민의견수렴 제대로 했나?

김민철 2022. 12. 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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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의정비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월정수당.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2022년의 경우, 1.4%)을 초과해서 올릴 경우, 주민여론조사나 공청회 등 주민 의견수렴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섭니다.

행정안전부 지침에는 의견수렴결과를 반드시 반영하게 돼 있는데요.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행정안전부 지방의회의원 의정비 결정 관련 지침〉 일부


■ "밀고 나가면 좋겠다"..."욕을 먹어도 방법이 없다"

내년 월정수당을 20% 올리기로 한 강원도 영월군의회. 1차 회의 이후 공청회 당일 저녁까지 보름여 동안 이메일로 주민의견서를 받았습니다.

주민 의견서 337건 중에서 '월정수당 20% 인상안'에 대해 '높다'는 의견이 83%로 가장 많았습니다. '적정하다'는 의견이 15.7%, '낮다'는 의견은 1.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공청회가 끝난 뒤 2차 회의에선 주민 의견조사 결과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냥 밀고 나가면 좋겠다", "욕을 먹어도 방법이 없다"는 인상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월정수당 20% 인상안이 확정됐습니다. 주민 83%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1.4%)의 14배를 인상한 겁니다.

강원도 영월군 의정비심의위원회 2차 회의록 일부

강원 영월군 관계자
"(주민의견 조사)자료는 저희가 일단 참고하려고 일단 올렸고요. 심의 위원들 분들께서는 그거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을 안 하셨고요."

내년에 월정수당을 18% 올리기로 한 강원도 횡성군도 비슷합니다.

공청회를 앞두고 2주 동안 이메일로 주민의견서를 받았는데, 월정수당 18% 인상에 대해 46명 중 34명이 '높다'고 답했고, '적정하다'와 '낮다'는 답변은 각각 6명에 그쳤습니다.

강원 횡성군 관계자
"(주민 의견조사)결과를 공청회에 얘기했었고, 위원회에도 보고했고 그런 결과가 있었다고...그것에 그렇게 구속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여러 가지 정황을 따졌겠죠.

공청회 참석주민 100% 인상 '찬성'?

내년에 월정 수당을 20%를 인상하기로 한 서울 노원구. 공청회 참석 주민을 대상으로 의견서를 받았습니다.

노원구 의정비 결정을 위한 주민 공청회 참석자 의견서 일부


그런데 이례적으로 유효의견을 낸 주민 62명 모두 월정수당 인상에 찬성했고, 이 중 10명 중 4명 가까이는 20%를 올리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서명갑/노원시민정치연대 대표(공청회 패널로 참석)
"한두 명 말씀하셨고 별로 말이 없더라고요. 사람들은. 그래서 나는 그런 공청회 처음 봤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

서울 노원구 관계자
(공청회 당일) 비까지 와서 더 없었고 저희가 30일가량 낸 거에 비해서는 진짜 많지 않은 주민들이 오셔가지고 그래도 그냥 어쨌든 기본은 되겠다 싶어서 했고요.

전국에서 인상률 2~5위까지 차지한 대전 대덕구 등 4개 구도 공청회를 열었는데, 3곳은 인상 찬성 의견이 90%를 넘었고, 1곳은 100%였습니다.

임승빈/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공청회가) 자율적인 주민 조직보다는 관에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주민 조직들에 의해서 동원될 가능성이 크고, 특히 SNS라든가 이런 온라인상에서의 참여가 활발하게 된 상황 속에서는 상당히 실효성이 떨어져요.

■ 인상률, 인상금액 뺀 여론조사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선 내년도 월정수당을 1.4%를 초과해 올리기로 한 곳은 모두 7곳입니다. 앞서 언급한 노원구를 뺀 6개 자치구는 주민여론조사를 했습니다.

관악구도 그중 한 곳인데 전화면접을 통한 주민여론조사로 12.6%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관악구의 질문 문항은 행안부의 지침을 따른 다른 5개 자치구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관악구와 인구가 비슷한 자치구의 평균 의정비에 최근 4년간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을 적용한다고 돼 있을 뿐, 구체적인 인상률과 인상금액은 얼마인지 넣지 않은 겁니다.

한 심의위원이 '1.73% 인상'이란 표기에 우려를 제기하며 관악구의 내년도 의정비 인상률인 '8.81% 인상' 문구를 넣자고 의견을 냈지만, 그렇게되면 인상을 하지 말자라는 것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반대가 나오면서 여론조사는 원안대로 강행됐습니다.

관악구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록 일부

관악구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록 일부

엄태석/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설문의 공정성 설문 자체가 어떤 대답을 유도할 수 있는 의도가 들어 있으면 원래 안 되는 거거든요. 여론조사의 내용을 만진 건데 이 자체가 특정한 답을 유도하는 거라서 문제가 심각한 거죠.

관악구 관계자는 행안부 지침은 참고사항일 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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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기자 (mc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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