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③ 100% 찬성에 ‘꼼수’ 여론조사까지…주민의견수렴 제대로 했나?
지방의원 의정비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월정수당.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2022년의 경우, 1.4%)을 초과해서 올릴 경우, 주민여론조사나 공청회 등 주민 의견수렴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섭니다.
행정안전부 지침에는 의견수렴결과를 반드시 반영하게 돼 있는데요.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 "밀고 나가면 좋겠다"..."욕을 먹어도 방법이 없다"
내년 월정수당을 20% 올리기로 한 강원도 영월군의회. 1차 회의 이후 공청회 당일 저녁까지 보름여 동안 이메일로 주민의견서를 받았습니다.
주민 의견서 337건 중에서 '월정수당 20% 인상안'에 대해 '높다'는 의견이 83%로 가장 많았습니다. '적정하다'는 의견이 15.7%, '낮다'는 의견은 1.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공청회가 끝난 뒤 2차 회의에선 주민 의견조사 결과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냥 밀고 나가면 좋겠다", "욕을 먹어도 방법이 없다"는 인상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월정수당 20% 인상안이 확정됐습니다. 주민 83%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1.4%)의 14배를 인상한 겁니다.
강원 영월군 관계자
"(주민의견 조사)자료는 저희가 일단 참고하려고 일단 올렸고요. 심의 위원들 분들께서는 그거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을 안 하셨고요."
내년에 월정수당을 18% 올리기로 한 강원도 횡성군도 비슷합니다.
공청회를 앞두고 2주 동안 이메일로 주민의견서를 받았는데, 월정수당 18% 인상에 대해 46명 중 34명이 '높다'고 답했고, '적정하다'와 '낮다'는 답변은 각각 6명에 그쳤습니다.
강원 횡성군 관계자
"(주민 의견조사)결과를 공청회에 얘기했었고, 위원회에도 보고했고 그런 결과가 있었다고...그것에 그렇게 구속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여러 가지 정황을 따졌겠죠.
■ 공청회 참석주민 100% 인상 '찬성'?
내년에 월정 수당을 20%를 인상하기로 한 서울 노원구. 공청회 참석 주민을 대상으로 의견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유효의견을 낸 주민 62명 모두 월정수당 인상에 찬성했고, 이 중 10명 중 4명 가까이는 20%를 올리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서명갑/노원시민정치연대 대표(공청회 패널로 참석)
"한두 명 말씀하셨고 별로 말이 없더라고요. 사람들은. 그래서 나는 그런 공청회 처음 봤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
서울 노원구 관계자
(공청회 당일) 비까지 와서 더 없었고 저희가 30일가량 낸 거에 비해서는 진짜 많지 않은 주민들이 오셔가지고 그래도 그냥 어쨌든 기본은 되겠다 싶어서 했고요.
전국에서 인상률 2~5위까지 차지한 대전 대덕구 등 4개 구도 공청회를 열었는데, 3곳은 인상 찬성 의견이 90%를 넘었고, 1곳은 100%였습니다.
임승빈/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공청회가) 자율적인 주민 조직보다는 관에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주민 조직들에 의해서 동원될 가능성이 크고, 특히 SNS라든가 이런 온라인상에서의 참여가 활발하게 된 상황 속에서는 상당히 실효성이 떨어져요.
■ 인상률, 인상금액 뺀 여론조사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선 내년도 월정수당을 1.4%를 초과해 올리기로 한 곳은 모두 7곳입니다. 앞서 언급한 노원구를 뺀 6개 자치구는 주민여론조사를 했습니다.
관악구도 그중 한 곳인데 전화면접을 통한 주민여론조사로 12.6%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관악구의 질문 문항은 행안부의 지침을 따른 다른 5개 자치구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관악구와 인구가 비슷한 자치구의 평균 의정비에 최근 4년간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을 적용한다고 돼 있을 뿐, 구체적인 인상률과 인상금액은 얼마인지 넣지 않은 겁니다.
한 심의위원이 '1.73% 인상'이란 표기에 우려를 제기하며 관악구의 내년도 의정비 인상률인 '8.81% 인상' 문구를 넣자고 의견을 냈지만, 그렇게되면 인상을 하지 말자라는 것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반대가 나오면서 여론조사는 원안대로 강행됐습니다.
엄태석/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설문의 공정성 설문 자체가 어떤 대답을 유도할 수 있는 의도가 들어 있으면 원래 안 되는 거거든요. 여론조사의 내용을 만진 건데 이 자체가 특정한 답을 유도하는 거라서 문제가 심각한 거죠.
관악구 관계자는 행안부 지침은 참고사항일 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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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기자 (mc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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