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선·암모니아선 넘어 수소선까지…친환경 선박 선점 나선 韓조선 [비즈360]
“기술 개발·선점해 산업 경쟁력 높여야”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우리 조선업계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대세가 된 LNG(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 추진선 수주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저·무탄소 연료 기반의 선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무탄소 연료 전환과 관련해선 초기에 개발된 기술이 시장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친환경 선박은 친환경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거나 해양오염 저감 또는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을 탑재한 선박을 통칭하는데 업계는 통상 친환경 연료 선박, 그중에서도 수소선 개발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조선들은 수소선 시대를 여는 징검다리로 암모니아선을 개발 중이고 암모니아선 전환에 앞서서는 탄소 배출을 줄인 메탄올선을 만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최근 국내 최초로 1.5㎿급 LNG·수소 혼소(혼합연소)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디젤연료와 LNG·수소 혼합 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해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의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수소엔진으로 가는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암모니아 연료 추진을 위한 핵심기술인 연료공급시스템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청정연료를 위한 친환경 기술를 확보한 쾌거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소·암모니아선 개발과 별도로 메탄올선 건조에도 적극적이다. 세계 최초로 대형 컨테이너선에 메탄올 엔진을 탑재해 최근 2년간 머스크로부터 메탄올선 총 19척을 수주했다. 메탄올선의 경우 상용화까지 갈 길이 먼 수소·암모니아선과 달리 당장 운용이 가능하고 초기 인프라 구축비용도 저렴하다. 친환경 연료 전환기에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탄소중립 선박 개발을 추진 중이다. 성과도 하나둘 가시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개발을 위한 설비 안전성 검토를 완료해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기본 인증(AIP)을 획득했고 프랑스 BV 선급으로부터는 암모니아 전용 운반선 개발을 위한 기본 승인을 받았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9월 한국선급(KR)으로부터 암모니아 운송·추진 가스운반선에 대한 개념 승인을 받았다. 이 선박은 암모니아를 운송하면서 암모니아를 추진 연료로도 사용해 운항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도록 개발됐다.
이렇듯 주요 조선사가 나란히 친환경 선박 도입에 열중하고 있는 것은 조선시장에도 친환경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가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친환경 선박 발주량은 증가하고 있다. 2019년 32%에 불과했던 친환경 선박 발주 비중은 최근 절반 이상으로 늘었고 2035년 전후에는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전체 시장 구조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에서 친환경 연료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집계됐다. 아직은 절반 이상이 LNG 이중연료 추진선이지만 메탄올선 등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암모니아선 상용화 등이 뒤따르면 주력 선박은 바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친환경 연료 전환 움직임이 우리 조선업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제기된다. 조선업의 기술 진입장벽을 높이는 역할을 해 기술력을 보유한 대형사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선박 환경 규제는 지속해서 강화되는 추세”라며 “선박 연료유의 교체 과정에서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는 오랜 기간 효익을 누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선, 수출 위주의 우리 조선업에서 친환경에너지 추진선 개발은 아주 중요한 이슈”라며 “핵심부품과 원천기술을 개발·선점해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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