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노조위원장 임기가 내년 4월까지로 연장된 이유는
연초 공시되는 감사보고서 확인 후 임금협상 위해…"협상력 제고될 것"
사측 최종안 대의원회의에서 부결…상후하박 구조 개선 위해 정액제 도입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12월31일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매일경제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 집행부가 임기를 내년 4월까지로 연장하고, 앞으로의 노동조합 집행부 임기 만료 시기를 매년 4월로 하기로 했다. 연초 회사가 공시하는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후 임금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노동조합은 이번 임금협상에서 고연차 직원은 높은 임금을 받고 중·저연차 직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 '상후하박'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일경제 사측은 지난 9일 노동조합에 임금협상 최종안을 제시했다. 연봉 정액 210만 원 인상,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 기자 직군 기자수당 인상 등이다.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연봉 210만 원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총액 기준으로는 3.5% 인상에 해당한다. 기본 연봉인상률이 2.5%인 점을 감안하면 1%가 인상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자수당은 2014년~2021년 입사자 72만 원, 2009년~2013년 입사자 48만 원, 2007년~2008년 입사자 24만 원 순이다. 저연차일수록 더 많은 기자수당을 받는 구조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22일 대의원회의에서 사측 제시안을 부결했다. 대의원 대부분이 사측 제시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동조합은 현 집행부 임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현행 노동조합 집행부 임기는 1월1일부터 그해 12월31일까지다. 이를 5월1일~이듬해 4월30일로 바꾸겠다는 것. 이에 따라 현 집행부 임기는 2023년 4월30일까지가 된다.
이는 노동조합이 사측의 경영상황을 살펴본 후 임금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매일경제 사측은 노동조합에 '올해 적자를 기록했다'며 임금인상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용지·잉크값 상승, 배달비용 증가, CMS 구축 비용 때문에 회사가 적자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회사가 적자 상황이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재무제표를 보지 않고는 사측의 '회사가 적자라서 임금인상이 어렵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매일경제 감사보고서는 매년 3월 말 공시된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동안 재무제표와 같은 자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을 해왔기 때문에 숫자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이런 부분이 명확해지면 협상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임금협상은 지지부진한 과정을 거쳤다. 사측 실무자는 지난 10월 노동조합에 동결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이후 노동조합의 항의가 있었고, 공식 협상 자리에서 사측이 '동결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9차례에 걸쳐 진행된 실무협상에서 나온 사측 최종안이 부결됨에 따라 다시 원점에서 협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임금협상 중 경쟁 매체인 한국경제 노사가 기본급 6.8%를 인상하기로 하자 사측 최종안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다른 경제지들에 비해 인상 총액 자체가 낮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2.5%가 인상된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기본인상률을 깨겠다는 건데, 사측 최종안은 그 대가로는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이 '상후하박'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정률인상이 아닌 정액인상을 제안한 것이 눈에 띈다. 현재 매일경제는 고연차에게 유리한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2011년 매일경제는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했다. 매년 연차에 상관없이 기본인상률이 2.5%로 동등하게 적용되면서 고연차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상률을 얻고, 15년차 이하 후배들은 낮은 인상률을 감내하고 있다. 정액인상을 할 경우 중·저연차 기자들의 인상률이 고연차보다 높아지면서 '상후하박'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기존 정률인상 방식으로는 상후하박 구조를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지난 집행부에서도 정액인상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사측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타사 대비 낮은 임금에 직원들의 자존심이 꺾여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많이 퍼져있다. 그래서 선배들도 후배를 위해 양보하자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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