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의 동거… 바로사밸리 ‘꼬뜨로띠’ 그리녹과 모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묵직한 쉬라즈와 우아한 비오니에 만남/프랑스 북부론 꼬뜨 로띠 유명/호주 바로사밸리 ‘꼬뜨 로띠’ 그리녹과 모파에서도 우아한 쉬라즈 생산/펜폴즈 그랜지용 포도 재배한 170년 역사 칼레스케
론(Rhone)은 보르도에 이어 프랑스에서 두번째로 큰 와인 산지입니다. 북론은 비엔느(Vienne)∼발렁스(Valence), 남론은 몽텔리마(Montelimar)~님스(Nimes)로 론강을 따라 양쪽으로 와인산지들이 펼쳐집니다. 그중 가장 북쪽 산지가 세계 최고의 시라 산지로 유명한 마을 꼬뜨 로띠(Cote Rotie)입니다. 시라로 레드와인만 생산하는데 아주 우아한 시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화강암(그라니트) 베이스에 편암(쉬스트)가 얹어진 토양 덕분입니다. 여기 포도밭이 대부분 론강 주변의 매우 가파른 경사지에 만들어져 배수가 잘되고 햇살과 반사광을 잘 받아 포도가 천천히 잘 익어갑니다.
비오니에는 잘 익은 복숭아, 살구, 배, 달콤한 열대 과일향, 베르가못 같은 허브와 생강향이 주를 이루고 특히 강한 머스크(사향)이 특징입니다. 입에서는 리치하고 라운드하면서 미끌미끌한 유질감과 크리미함이 도드라집니다. 꽁드리유는 비오니에 100%로 빚는데 마셔본 이들은 향수라고 얘기할 정도로 아로마가 뛰어난 풀바디 와인입니다. 강렬한 시라에 우아한 비오니에를 섞으면 아로마가 훨씬 풍부해지고 탄닌도 부드러워집니다. 마치가 야수가 미녀를 품은 것 처럼 말이죠. 꼬뜨 로띠가 가장 우아한 시라를 생산하는 마을로 명성을 얻게 된 배경입니다.
◆바로사밸리의 ‘꼬뜨 로띠’ 그리녹과 모파
프랑스 북부론 시라(Syrah)와 호주 바로사밸리 쉬라즈(Shiraz). 같은 품종이지만 마셔보면 전혀 다른 품종으로 여겨집니다. 북부론 시라는 우아함이 돋보이고 바로사밸리 쉬라즈는 매우 파워풀하고 강렬합니다. 멋진 수트를 차려입은 이정재와 단단한 근육질의 짐승남 제이슨 모모아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는 기후 때문입니다. 더운 지역에서 자란 쉬라즈는 시라의 특성에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이 더해지고 시라의 매콤한 향신료는 스위트한 향신료로 바뀝니다. 호주 쉬라즈하면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짐승남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사밸리의 쉬라즈가 다 이런 스타일은 아닙니다. 꼬뜨 로띠와 거의 흡사한 우아한 쉬라즈도 만날 수 있답니다. 바로 바로사밸리 북서쪽 끝자락에 있는 그리녹(Greenock)과 그리녹에서도 더 작은 세부 산지 모파(Moppa)에서 생산된 쉬라즈로 빚는 와인이 꼬뜨 로띠와 흡사한 우아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이곳은 해발고도 약 300m로 바로사밸리에서 가장 높은 곳입니다. 일조량이 좋고 일교차가 커 포도는 천천히 완숙되면서 신선한 산도를 움켜쥡니다. 덕분에 집중도 높고 우아한 쉬라즈가 생산된답니다. 바로사밸리는 포도나무 뿌리를 섞게 만드는 필록세라를 피한 덕분에 올드바인이 지금도 무럭무럭 자라는데 그리녹과 모파에는 수령 150년에 가까운 포도나무가 즐비합니다.
호주 국가대표 와이너리 펜폴즈의 시그니처 와인 그랜지(Grange)가 바로 그리녹과 모파의 포도로 만듭니다. 그랜지를 만드는 포도를 100년 책임 생산해 펜폴즈에 공급한 와이너리가 8대째 1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리녹과 모파의 터줏대감 칼레스케(Kalleske)랍니다. 결혼한 지 두달만에 아내와 함께 한국을 찾은 8세대 딜런 칼레스케(Dylan Kalleske)와 함께 강렬한 쉬라즈에 우아한 비오니에 한방울 떨어뜨린 매력적인 쉬라즈의 세계로 떠납니다. 그는 현재 와인메인킹과 해외 프로모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칼레스케 와인은 동원와인플러스에서 수입합니다.
칼레스케의 역사는 1853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프로이센 공국의 상인 출신인 요한 게오르그 칼레스케(Johann Georg Kalleske)가 호주로 이주해 바로사밸리 그리녹(Greenock) 지역의 모파(Moppa) 정착해 포도 재배를 시작합니다. 요한 게오르그가 처음부터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한 덕분에 딜런의 조부인 존 칼레스케가 와이너리를 운영하던 1988년 모든 포도밭은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았답니다.
바로사밸리에서 최초입니다. 특히 펜폴즈 그랜지에 사용한 포도를 100년 동안 책임지고 생산합니다. 이처럼 와인 생산전부터 완벽한 준비를 갖춘 칼레스케는 펜폴즈와 계약이 끝난 2002년부터 직접 와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와이너리는 딜런의 부친 토니 칼레스케(Tony Kalleske)가 이끌고 있으며 와인메이킹은 그의 형제 트로이 칼레스케(Troy Kalleske)가총괄합니다. 애들레이드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트로이는 펜폴즈, 베리타스, 미란다, 린데만, 캔달잭슨 등 유명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커로 활동했습니다. 특히 2008년 바로사 올해의 와인메이커에 올라 칼레스케를 호주 최고의 와인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로버트 파커도 “칼레스케는 바로사 밸리 쉬라즈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극찬을 합니다.
칼레스케 모파는 쉬라즈 90%를 베이스로 쁘띠베르도 7%, 비오니에 3%를 섞었습니다. 코에 갖다 대자 은은한 향수를 뿌린 여인이 스치고 지나간 듯, 우아한 향이 비강을 부드럽게 어루만집니다. 자두, 블랙베리 등 붉고 검은 베리류의 과일향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작은 제비꽃에 이어 크고 하얀 모란과 작약 느낌의 우아함이 따라 옵니다. 프렌치 새 오크를 25%만 사용해 오크향을 잘 다스렸고 아메리칸 오크, 헝가리안 오크 등을 다양하게 사용해 복합미를 얻었습니다. “모파는 바로사밸리에서 해발고도가 높은 산지라 쉬라즈의 산도가 뛰어나죠. 덕분에 우아한 쉬라즈가 생산되는데 여기에 비오니에를 조금 넣어 우아함과 부드러움을 극대화 시켰답니다.” 모파는 이처럼 쁘띠베르도와 비오니에를 섞었지만 레이블에는 ‘Shiraz’로 표기됩니다. 규정에 따라 특정 품종이 10% 이상일때만 품종 이름을 표기하기 때문입니다. 비오니에와 쁘띠베르도 역시 모파에서 생산된 포도인데 일부는 꼬띠 로띠처럼 쉬라즈에 섞여 자랍니다.
요한 게오르그 올드바인 싱글빈야드 쉬라즈는 칼레스케 창업자에게 헌정하는 와인입니다. 그리녹의 포도로 빚는데 1875년 심어진 포도로 수령이 무려 150년 가까이 됐습니다. 그만큼 포도 열매는 아주 적게 열리고 집중도는 더욱 극대화됩니다. “바로사밸리에는 이곳보다 더 오랜 수령의 포도나무가 있지만 그리녹이 훨씬 선선한 기후를 보여 산도가 우아하고 집중력이 뛰어난 포도를 얻을 수 있어요. 다른 쉬라즈와 비교할때 엘레강스한 느낌은 바로 좋은 산도에 온답니다.”
마치 여러가지 맛과 향을 촘촘하게 겹겹으로 쌓아 올린 듯, 복합미를 보여줍니다. 다크체리의 검은 과일향에서 시작해 말린 무화과, 감초의 허브향이 어우러지고 숙성된 와인에서 느껴지는 3차향인 애니멀 노트와 가죽향, 젖은 숲속향 등이 다가옵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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