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로또 1등 당첨되면 종부세를 낼 수 있을까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주변에 부자 몇 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 사람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첫째,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둘째, 사업이 잘돼서 셋째, 부동산이 올라서 넷째, 주식이 올라서 다섯째, 상속을 많이 받아서. 이 중에서 가장 드문 사례는 첫 번째 케이스다. 나보다 월급을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있지만 월급만 모아서 수십억 원의 자산을 모은 부자는 흔치 않다. 그래서 주변의 부자들의 소득의 원천은 근로소득 보다는 자산소득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 어떤 부자가 가장 부러울까? 월급을 모아서 된 부자는 그렇게 부럽지 않다. 부동산이나 주식이 올라서 부자가 되거나 상속을 많이 받아서 부자가 된 사람이 더 부럽다. 로또가 맞아서 부자가 된 사람이 제일 부럽다. 별다른 노력 없이 부자가 되면 부러운 법이다.
많은 언론이 기획재정부 자료를 인용하여 종합부동산세 부담자의 3분의 1이 연봉 2000만 원도 안되는 빈곤층이라고 한다. 종부세는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 아니라고 한다.
출처는 기획재정부다. 기획재정부가 주장한 자료를 쓰더라도 언론은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 없이 정부 보도자료만 요약하는 것은 언론의 책무를 벗어난 행동이다. 그리고 검증의 핵심은 출처 확인이다. 기재부 주장의 출처를 보니 2021년 '국세청 소득' 기준이라고 한다.
언론 등에서 소득 얘기가 나오면 가장 흔한 출처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의 소득이거나 국세청 소득이다. 각각의 통계별로 장단점이 있다. 국세청 소득 자료의 가장 큰 단점은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소득은 누락되었다는 것이다. 즉, 기재부는 국세청 소득 자료를 통해 종부세 내는 사람 소득이 적다고 주장했다. 이를 정확히 말하면 종부세 내는 사람은 '국세청에서 파악한 소득'이 적다고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근로소득 위주의 저 자산가 위주의 소득은 거의 투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임대소득 위주의 자산가 소득은 국세청에서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떤 소득은 투명하고 어떤 소득은 국세청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 따져보자.
첫째, 근로소득.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근로소득이 있으면, 거의 그대로 국세청 소득에 잡힌다. 둘째, 사업소득. 사업소득은 근로소득보다는 국세청에서 파악하지 못한 소득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사업소득은 변동이 심하다. 종부세를 낼 정도의 수십억 원의 주택을 소유했다면 사업소득이 높았던 때는 분명히 있었다. 다만, 2021년도 사업 소득은 적을 수는 있다.
이제 자산 소득을 보자 셋째, 부동산 부자. 부동산 부자의 주 수입원은 임대소득이다. 그런데 임대소득은 소득 누락이 심한 소득 중 하나다. 종부세 대상자가 아무리 임대소득이 많아도 신고만 하지 않으면 국세청 소득 통계에서는 누락이 될수 밖에 없다. 넷째, 주식 부자. 주식이 올라서 번 돈은 대부분 국세청 소득 통계에는 누락되어 있다. 상장주식 양도차익은 기본적으로 비과세다. 법이 그렇다. 소득 신고할 의무가 없으니 국세청은 파악조차 할 수 없다. 종목당 10억 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만 소득세를 낸다. 총 주식 10억 원이 아니라 종목당 10억 원이다. 100억 원 정도를 10여개 종목에 분산투자를 하는 슈퍼개미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현재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합의가 안되고 있다. 여야가 싸우고 있는 주요 사안 중에 하나는 종목당 10억 원 비과세 기준을 100억 원으로 올리자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야당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코인을 투자해서 부자가 된 사람도 국세청 소득에는 잡히지 않는다.
특히, 자산가의 수입은 임대소득 외에도 이자 배당소득도 많다. 그런데 이자 배당소득이 2000만 원 나온다는 의미는 금융자산만 약 10억 원이 있다는 뜻이다. 21년도 이자율이 약 2%라고 한다면 10억 원이 있어야 2000만 원을 벌 수 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투자 원칙에 따라 금융자산이 10억 원이 있다면, 다른 주식 또는 부동산 자산도 그보다 서너배는 더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근로소득으로 2000만 원을 벌면 생활이 팍팍하지만 이자 배당소득으로 20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수십억 원 자산가라는 의미다.
다섯째, 상속부자. 상속을 받아서 부자가 된 사람은 별 소득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소득이 아니라 상속을 통해 부자가 되었다는 이유로 종부세를 깎아줘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로또가 되어서 부자가 된 사람은 어떨까? 놀라지 마시라 로또가 되어도 종부세는 내기 어렵다. 최근 로또 1등 당첨금은 약 20억 원이다. 세금을 제외한 수령액은 13억 원이 조금 넘는다. 만약 취득세 없이 13억 원짜리 주택을 샀다더라도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시가가 13억 원이면 공시가격은 보통 70%인 10억 원도 안 된다. 1주택 자라면 과세표준 11억 원 이하 주택에는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종부세는 부자가 내는 세금이 아니라는 말은 로또가 되어도 부자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정리해보자. 기재부는 종부세 납부자의 1/3이 소득 2000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이라고 한다. 많은 언론은 그대로 종부세 납부자는 부자가 아니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층'이라고 한다. 그러나 검증의 핵심은 출처 확인이다. 그리고 출처가 국세청 소득이라고 한다면 임대소득, 주식 양도차익소득 같은 자산가의 소득은 대부분 누락된 통계라는 사실을 지적했어야 했다. 물론 가장 근본적 문제는 종부세는 소득세제가 아니라 재산세제라는 사실이다. 소득세는 자산을 고려하지 않고 소득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 부가가치세와 같은 소비세도 소득과 상관없이 같은 소비에는 같은 세금을 부과한다. 소득이 없는 은퇴한 노령자라고 해서 부가가치를 깎아주는 일은 없다. 소비 행위 자체에 담세력을 인정하는 것이 소비세다. 마찬가지로 종부세와 같은 재산세제는 재산 보유 자체에 담세력을 인정하는 세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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