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선수 맞나?’ 최성원이 잘 하는 원동력은 체력

이재범 2022. 12. 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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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울산/이재범 기자] “팀에서 배려를 해주셔서 볼부터 만지지 않고 체력훈련부터 했다. 그게 도움이 되었다.”

지난달 23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9명의 선수가 제대했다. 이들 중 출전 기회를 받고 있는 선수는 최성원(SK)과 김광철(삼성), 최승욱(LG) 정도다.

이 가운데 최성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최성원은 13경기 평균 28분 43초 출전해 8.3점 2.0리바운드 2.1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3점슛 성공률 46.4%(26/56)가 돋보인다.

평균 출전시간만 따지면 자밀 워니(30분 59초)와 최준용(30분 39초)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김선형(27분 26초)보다 더 오래 뛰고 있는 것이다.

최성원이 복귀하는 날 최준용도 부상에서 돌아왔다. 두 선수가 가세한 SK는 완전 달라졌다. 두 선수 복귀 이전에는 4승 8패였던 팀 성적은 9승 4패로 승패가 뒤바뀌었다. SK는 이 덕분에 13승 12패를 기록하며 상위권 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최준용의 복귀 효과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최성원이 이렇게 잘 하는 게 의외다.

물론 최성원은 군 복무하기 전에도 수비와 3점슛 능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상무에서 제대한 뒤 복귀하는 선수들이 이렇게 군 복무 이전보다 더 존재감을 발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최성원의 활약이 의외다.

전희철 SK 감독은 지난 21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경기를 앞두고 “(최성원이 이렇게 잘 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를 하면 거짓말이다(웃음). 누가 생각해도 이렇게 할 줄 몰랐다. 수비와 슛이 좋아서 스페이싱은 잡힐 줄 알았다. 우리가 원하는 건 해줄 줄 알았다. 어떤 것까지 잘 해주느냐 하면 볼 연결 고리에서 전에는 기다리기만 했는데, 자신이 볼을 잡아서 2차 공격 옵션을 만들어준다”며 “2대2 플레이를 꾸준하게 많이 하는 건 아니다. 김선형이 2대2를 하면서 풀고, 볼이 나오면 (최성원이) 슛을 던지거나 (플레이를 이어나가는데) 주저함이 없다. 오재현에게 (패스가) 가면 머뭇거리거나 답답한 상황이 나온다. 최성원이 그런 상황에서 자신있게 하는 게 상무 가기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수비는 원래 좋았다”고 최성원의 복귀 후 활약을 만족했다.

이어 오재현과 최성원의 수비 방법을 비교해서 설명했다.

“재현이와 성원이 둘 다 수비가 좋지만, 스타일이 다르다. 2대2 픽에 대한 수비는 성원이가 더 좋다고 생각하고, 1대1 프레스 수비는 재현이가 더 좋다. 2대2에서 순간 스텝을 이용해서 빠져나가는 건 성원이가 낫다. 공의 흐름을 조금 더 빨리 안다. 공격이 이렇게 되어서 이렇게 된다는 흐름을 안다. 재현이는 상황을 보고 수비를 하는 편이라면 성원이는 흐름을 알아서 미리 길도 찾아간다. 그건 경험이다.

재현이는 힘이 좋으니까 빅맨들과 싸운다. 자기가 부수려고 한다. (가드는 빅맨을 힘으로) 절대 못 부순다. 자꾸 빅맨과 싸운다. 싸워서 나가려니까 (빅맨에게) 걸려서 한 박자 늦다. 농담으로 아무리 네가 힘이 좋아도 빅맨은 못 이기니까 스텝으로 빠져나가라고 한다. 그런 부분이다. 재현이는 부딪히고 밀고 나가려고 성향이 있고, 성원이는 자기가 부딪히면 안 되는 거 아니까 안 부딪히고 미리 스텝으로 이용해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전희철 감독은 더불어 “(최준용과 최성원이 복귀해서) 선형이 출전시간이 조금 줄기는 했는데 마진은 더 좋아졌다. 생산력을 계산해보면 공수 마진은 더 좋다. 공격 횟수는 조금 줄었는데 성공률이 높아져서 득점이 줄지 않고, 마진이 좋아졌다”며 “선형이도 준용이와 성원이가 없을 때 본인이 계속 (공격을) 해야 하는 위치라서 나중에는 힘이 떨어졌다”고 했다.

김선형도 가스공사에게 승리한 뒤 최성원을 언급하자 “감독님께서 느끼셨듯이 나도 그렇게 느끼는 게 부담이 줄었다. 1라운드 때는 나와 워니만 공격을 계속 했는데 그러면 체력 부담이 항상 4쿼터 때 왔다”며 “지금은 최준용, 허일영 형, 최성원 등 볼을 만지는 선수들이 들어오니까 내가 쉴 타이밍이 더 생기고, 감독님도 조합을 맞춰서 기용하신다. 오늘(21일)도 3쿼터 때 빠졌다가 4쿼터 때 (출전해서) 힘을 썼던 것처럼 그런 부분이 되게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성공률도 올라간다”고 했다.

23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오전 훈련을 앞두고 최성원을 만났다.

최성원은 입대 하기 전보다 더 3점슛(38.4%→46.4%)이 좋아졌다고 하자 “그 전에도 나쁘지 않았는데 상무에 가서 내가 잘 하는 걸 연습했다. 슈팅 훈련을 많이 해서 잘 들어가는 거 같다”며 “상무 입대 전에는 세트 슛 연습을 많이 했었다. 상무에 있는 동안 제대 후 세트 슛보다는 무빙 슛을 많이 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부분을 많이 연습했는데 경기 때 잘 들어간다”고 했다.

상무에서 제대한 직후 선수들이 대부분 부진한 것과 전혀 다르다고 하자 최성원은 “상무에 있을 때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전역 후에는 몸도 안 되어있고, 그 전의 기량을 못 보여준다는 말이 엄청 많았다”며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다. 그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나는 나에게 자신이 있어서 열심히 했다. 뭐가 부족한지 연구를 하면서 훈련을 했기에 제대 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상무에서 제대한 선수들이 부진한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체력이었다고 답했다. 상무에서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한다고 해도 팀에서 하는 훈련량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이 차이가 경기를 뛸수록 체력의 열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선배들의 경험을 듣고 더 많이 훈련했다고 했던 선수들도 결국 체력의 벽에 부딪혔다.

최성원은 “다행히 상무에서 많이 배려를 해주셔서 일찍 나와 팀에서 훈련했다. 미리 몸을 만들어서 체력은 아직은 괜찮다”며 “팀에서 배려를 해주셔서 볼부터 만지지 않고 체력훈련부터 했다. 그게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전희철 감독도 “성원이가 성실하다. 또 휴가를 마지막에 몰아놨기에 제대하기 전에 휴가기간 동안 팀에서 체력훈련부터 했다”고 최성원과 비슷한 말을 했다.

또한 안영준의 입대라는 운도 따랐다. 만약 안영준이 그대로 버티고 있다면 최성원의 출전 시간이 지금처럼 길지 않을 것이다. 선수는 경기를 많이 뛰어야 더 좋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

최성원은 기본적으로 수비뿐 아니라 슈팅 능력까지 갖췄다. 이 덕분에 오재현과 최원혁이라는 비슷한 성향의 선수가 있음에도 조금 더 출전 기회를 받았다. 여기에 기존 제대 선수들이 겪는 체력을 복귀 직전 다져놓았다. 이것이 최성원이 SK의 상승세의 한 축을 맡는 원동력이다.

#사진_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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