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후임’ 실명 거론돼도…침묵 지키는 베트남 축구협회 왜 [신짜오 베트남]
[신짜오 베트남-225] 얼마전 베트남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가 있었습니다.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의 후임으로 필립 트루시에 전 일본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임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트루시에 감독은 2002년 당시 주최국 자격으로 월드컵 무대에 오른 일본을 16강에 안착시켜 일본 축구팬들의 열화와 같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라이벌 한국이 4강까지 오르는 ‘기적의 스토리’를 썼기 때문이지요.
사실 일본을 16강에 올린 것만해도 엄청난 업적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한데 “한국은 4강에 올랐는데 일본은 고작 16강이 끝이냐”는 일본 팬들의 항의에 직면한 것입니다.
트루시에 감독이 박 감독 후임이란 추측이 나오는 것은 2019년 9월 부터 베트남 U-18 대표팀의 감독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축구 상황을 잘 아는 감독이기에 자연스레 박 감독 자리를 이어받을 거란 예상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관련 보도가 나가자마자 베트남축구협회(VFF)에서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VFF측은 “아직까지 확정된 사실이 없다. 우리는 여전히 신임감독을 물색중이며 최종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멘트가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박항서 감독의 계약이 만료될때까지 새로운 감독이 누구인지에 대해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현지 언론들은 이것이야말로 베트남 축구계가 박 감독에게 표현할 수 있는 존경심이라고 해석합니다.
이같은 정황으로 살펴볼 때 세간에 떠도는 트루시에 감독 선임설은 사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지 VFF 측이 박 감독에게 작은 흠집이라도 날까 두려워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베트남 일부 팬들이 “박 감독 후임으로 트루시에 감독이 적절한가”를 놓고 논란을 제기하는 것도 VFF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박 감독이 베트남 팀을 이끌고 낸 성과는 ‘찬란하다’는 단어로는 부족합니다. U-23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대표팀을 베트남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지역 최종예선까지 올리기도 했습니다.
박 감독 후임은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드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웬만한 성과를 내서는 박 감독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VFF 입장에서는 더욱 더 처신이 조심스러울 것입니다.
박 감독은 최근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과 ‘아름다운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대회를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AFF 챔피언십은 동남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격년제 대회입니다. 동남아시아 월드컵이라고도 불립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박 감독이 베트남을 이끌고 출전하는 마지막 대회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 경기인 라오스와의 일전에서 무려 ‘6대 0’의 대승을 거뒀습니다. 박 감독이 베트남 팀을 지휘한 이래 최다점수차 승리입니다. 마지막 대회에서조차 박 감독은 신기록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을 20년 전으로 돌려 2002년으로 돌아가 봅니다. 박항서는 거스 히딩크를 보좌하는 코치에 불과했습니다. 트루시에는 한국의 라이벌 일본을 이끄는 대표팀 감독이었습니다. 20년뒤인 2022년 둘은 베트남에서 대표팀 지휘봉 바톤 터치를 할지 모르는 사이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 트루시에가 베트남을 이끌게 되더라도, 확률적으로 박항서의 명성을 뛰어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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