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도 세법도 ‘밀실 협상’… “도깨비처럼 등장해 국회 모독”
쟁점법안도 깜깜이 심사 “반나절도 논의 안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처음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각 상임위에서부터 ‘윤석열표’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하며 파행을 거듭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 및 국정 과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쪽으로 ‘단독 의결’하기도 했다.
상임위서 의결된 예산안을 넘겨받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해 감액·증액 심사에 착수했지만, 여야 대치는 계속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부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점을 문제 삼아 아예 심사를 거부했다.
그 결과 예결특위는 법정 활동 기한인 11월30일까지 감액 심사도 완료하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고, 예산안은 이른바 ‘소(小)소위’ 단계로 넘어갔다.
소소위는 교섭단체 원내 지도부와 예결위 간사 등 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협의체로, 국회법상 근거 조항이 없어 속기록도 남지 않고 비공개로 회의가 이뤄져 ‘깜깜이 심사’,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여야는 ‘소소위’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예산안은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넘긴 데 이어 정기국회 기한(12월 9일) 내에도 처리되지 못했다.
결국 양당 원내대표들의 지난한 협상이 이어졌고, 이들의 ‘담판’을 통해 지난 22일에야 합의가 이뤄졌다. 이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악의 예산안 처리 지연 사태로 기록됐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24일 본회의에 상정된 내년도 예산안 반대 토론에서 “특히 올해는 예산안 심사와 합의 과정이 더욱더 비공개로, 더 은밀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 무슨 내용이 심사되고 있는 것인지 국회 예결특위 위원인 저를 포함한 예결특위 위원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계신 대다수 의원님 모두 예산심사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잘못된 절차로 제대로 된 예산안 내용이 만들어질 리가 없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된 19건의 세법 관련 예산 부수 법안 역시 제대로 된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법인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쟁점 법안에 대한 심사는 상임위에서부터 여야가 큰 견해차를 노출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1대 하반기 국회 개원 이후 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다가 지난달 16일에서야 조세소위를 구성했다. 뒤늦게 출발한 조세소위는 총 6번의 회의를 열었으나 여야 이견 탓에 주요 쟁점 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했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기자 결국 이들 법안은 여야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가 구성한 ‘2+2 협의체’로 넘어갔다.
여야는 줄다리기를 거듭하다 22일 새해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을 한꺼번에 합의했고, 이들 법안은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됐다.
본회의에서는 이를 두고 ‘깜깜이’ 법안 심사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당 안팎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고, 밀실 협의인 만큼 법안이 여야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모든 과표구간에서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은 정의당과 민주당에서 반대표가 37표나 나왔다. 기권표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가세하며 34표나 됐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법인세법 개정안 반대토론에서 “국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건너뛰고, 세수가 줄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반나절도 논의하지 않고 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면서 “수정안이 도깨비처럼 등장해 국회를 모독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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