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버텼더니 빙하기 오네”...삼성전자 SK하이닉스 봄날은 언제 [MK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2. 12. 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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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에 위치한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장
반도체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가 대형 기업까지도 직접적 타격을 줄 정도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3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마이크론이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어닝쇼크’를 냈습니다. 마이크론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직원의 10%를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회사 가운데 실적 발표가 한 달가량 일러 업계의 ‘풍향계’로 불립니다. 반도체 시장의 한파가 실제 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준 것으로 확인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자체 회계연도에 따른 전 분기(9~11월) 매출액이 41억달러(약 5조234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었고, 영업손실은 1억달러(약 1276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이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7년 만입니다.

이날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와 함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자발적인 감원과 인력 감축을 결합해 내년까지 직원 수를 약 10% 줄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의 직원 수는 약 4만8000명으로, 50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공급에 비해 수요가 현저히 부족해 재고가 늘고 회사가 가격결정력을 잃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의 현격한 불일치로 인해 내년에도 1년 내내 수익성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마이크론 뿐이 아닙니다. 인텔은 위기 극복을 위해 2025년까지 지출을 100억달러(약 12조76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삭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와 퀄컴 역시 고용을 동결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반도체업계 전반으로 공포감이 번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기업들의 이 같은 ‘위기 모드’ 전환은 반도체 수요 급감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팔리지 않은 반도체 재고가 쌓여가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기업이 가격 결정권 잃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초호황기’를 맞았던 반도체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달간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게 줄어 재고만 쌓이고 있고, 회사는 가격 결정권을 읽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최근 집계한 글로벌 반도체 판매 실적에 따르면 올해 10월 글로벌 반도체 판매는 469억달러(약 59조8000억원)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의 491억달러(약 62조6000억원)에 비해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전인 올해 9월에 비해서도 0.3% 줄었습니다.

존 뉴퍼 SIA 사장은 “올해 10월 글로벌 반도체 판매는 2019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반도체 D램 매출액은 175억4800만달러(약 22조4000억원)로 직전 분기인 올해 2분기의 249억8400만달러(약 31조84000억원)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삼성 영업익 25% 하향 조정
내년 시장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3.6% 감소한 5960억달러(약 760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세계 경제 둔화와 수요 감소가 내년 반도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가트너의 예측입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4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입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7조997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유진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6조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2020년 1분기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더 비관적인 예상을 내놨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5조8200억원으로 당초 예측치인 7조8000억원에 비해 25%가량 하향 조정했습니다. 반도체 사업이 급격한 침체를 맞을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것입니다.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예상이 대부분입니다. 일부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B증권·유안타증권·다올투자증권은 영업손실 1조1000억원, 신영증권은 영업손실 1조3000억원을 예측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SK하이닉스 실적은 매출액이 올해보다 32% 줄어든 31조원, 영업손실 5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내년 경기 침체를 우려한 고객사의 보수적인 재고 정책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D램과 낸드의 평균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위기대응 나선 삼성과 SK하이닉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위기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22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주재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연말 성과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선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3분기 ‘어닝쇼크’ 이후 내년도 투자 규모를 50% 줄였습니다. 여기에 감산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습니다.

반도체업계의 아킬레스건은 빠르게 늘어나는 재고입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DS부문 재고자산 규모는 26조3652억원으로 지난해 말(16조4551억원)에 비해 60% 급증했습니다. SK하이닉스 재고자산도 같은 기간 8조9166억원에서 14조6650억원으로 64% 불었습니다. 반도체 혹한기가 본격화된 올해 4분기 재고 수준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내년 상반기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이뤄지고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반영되면 내년 3분기부터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세트 업체의 재고 조정이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자본지출 축소와 감산 효과가 내년 3분기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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