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역대급 조용한 다저스, 내년 시즌 정말 괜찮을까

이창섭 2022. 12. 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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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스토브리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쉴 새 없이 소식들이 쏟아지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마치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당겨진 것 같다.

요동치는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은 뉴욕 메츠다. 구단주 스티븐 코헨이 자신의 재력을 확실하게 과시하고 있다. 카를로스 코레아까지 영입하면서 총 지출액이 8억 달러에 육박했다. 내년 시즌 팀 연봉은 3억8430만 달러로 예상되며, 이에 부과하게 될 사치세만 무려 1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무도 범접한 적이 없는 영역이다.

메츠는 구단주의 폭주로 스토브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반면 기존에 스토브리그를 주도했던 LA 다저스는 이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몇 년간 굵직한 영입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가급적 움직임을 아끼고 있다.

올해 다저스의 시즌은 '혹시나'로 시작해 '역시나'로 끝났다. 정규시즌은 팀 역대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지만(111승) 포스트시즌에서 또 고배를 마셨다. 내셔널리그 1번 시드를 확보하면서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했는데, 그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곧바로 탈락했다(1승3패). 심지어 상대 팀은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정규시즌 맞대결 전적은 다저스가 14승5패로 압도적인 우위였다).

아픈 가을이 지나갔다. 그리고 쓸쓸한 겨울이 찾아왔다. 다저스에게 올 겨울은 이별의 시간이었다.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과 함께 최강 상위 타선을 구축했던 트레이 터너가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했다. 선발진에서 힘을 보탠 타일러 앤더슨은 LA 에인절스로 향했다. 저스틴 터너의 터너 타임은 장소를 옮겼고, 앤드류 히니와 크리스 마틴도 새로운 팀을 찾았다. '백조에서 미운 오리'로 전락한 코디 벨린저 역시 다저스 커리어를 마감했다. 팀에서 크고 작은 비중을 차지했던 선수들이 한꺼번에 팀을 떠났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그동안 다저스는 이 말과 반대로 떠난 선수들의 빈 자리가 크지 않았다.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면서 탄탄한 전력을 유지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내년에도 이러한 순환이 잘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이번 겨울 특유의 한 방이 사라졌다. 다저스는 FA 계약 또는 트레이드를 통해서 묘수를 제시해왔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영입이 없다. 가장 많은 돈을 안겨준 선수가 1년 2000만 달러에 묶어둔 클레이튼 커쇼다. 커쇼를 비롯해 노아 신더가드(1년 1300만 달러)와 제이디 마르티네스(1년 1000만 달러) 셸비 밀러(1년 150만 달러) 제이슨 헤이워드(마이너 계약)를 데려온 것이 전부였다. 트레이드도 빅네임은 없었다(J P 파이어아이젠, 요니 에르난데스). 모든 것이 묘수보다 모험에 가까웠다.

승리기여도 측면에서도 전력 누수는 두드러진다. 다저스를 떠난 주요 선수들의 올해 승리기여도 총합은 17.1이었다(팬그래프닷컴 기준). 하지만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승리기여도 총합은 8.1에 그쳤다. 이마저도 원래 다저스에 있었던 커쇼(3.8)를 제외하면 4.3으로 떨어진다. 참고로 트레이 터너가 혼자 올린 승리기여도가 6.3이었다.

물론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이 대신 버틴 잇몸이 웬만한 다른 팀들의 이보다 단단했다. 오죽하면 다저스는 A팀과 B팀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문제는 선수층은 기본 전력이 확고해야 강점이 된다는 것이다. 주전들을 뒷받침 해온 백업 선수들은 역할이 늘어났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수 없다. 유망주 제임스 아웃맨과 미겔 바르가스의 어깨가 무거워진 가운데 주전 유격수로 낙점될 개빈 럭스도 더 큰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이 선수들이 성장하지 못하면 다저스의 전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마운드는 변수가 더 심하다. 올해도 부상을 벗어나지 못한 커쇼는 이제 관리가 필수적인 투수다(2021년 121⅓이닝, 2022년 126⅓이닝). 훌리오 우리아스(17승7패 2.16)를 제외하면 프런트라인에 세울 수 있는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트레버 바우어는 논외로 둔다). 토니 곤솔린과 더스틴 메이, 여기에 신더가드는 규정이닝을 채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신더가드는 '제2의 타일러 앤더슨'을 예고했지만, 그렇게 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근래 가장 불안한 시즌을 앞두고 있다. 다저스는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다른 팀들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누군가에게 위기를, 누군가는 기회로 활용했다. 하지만 지금 전력은 부상자가 나와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데려온 선수들은 모두 부상 위험이 높은 선수들이다. 부상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상 확률은 더 커진 셈이다.

막연한 대책이지만, 결국 다저스 매직이 곳곳에 발휘되어야 한다. 선수들을 빛나게 만드는 연금술이 필요하다. 프런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지도력도 훨씬 중요해졌다. 어쩌면, 내년 시즌은 다저스의 진짜 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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