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아이템 확률 공개 의무화' 반대하는 게임업계 속내는

김주환 2022. 12.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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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사가 밀집한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 [성남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이른바 '가챠'로 불리는 유료 뽑기 아이템의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법(게임산업법) 개정 논의가 결국 연내 국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내년 초로 밀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유동수·유정주·이상헌·전용기 의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을 의무적으로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하고, 미표시 게임을 유통하거나 조작·허위 기재가 드러날 시 처벌하도록 했다. 하태경 의원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사에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고, 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조사하거나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소위원회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런 내용이 담긴 법안을 통과시켜 전체회의에 상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체위에서 민주당 간사를 맡은 김윤덕 의원이 '업계 자율규제가 잘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으로 규제하면 산업계에 피해를 줄 수 있고,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신중론을 내면서 심사가 오는 1월까지 계류됐다.

국회의사당 [연합뉴스TV 제공]

게임업계 "처벌조항 도입은 지나쳐…국내 게임사 역차별"

이 같은 주장은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견해와 일맥상통한다.

게임 업계는 그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에 계속해서 반대 의견을 내왔다.

게임산업협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김윤덕 의원 지적과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게임 업계가 설립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도 법안 심사를 앞두고 업계 자율규제가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게임 업계는 전반적으로 확률공개 의무화 자체보다는 처벌 조항의 존재,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논란을 민감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서버 이상이나 프로그래밍 오류로 본의 아니게 공시한 확률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게임사 관계자도 "국내 업계는 대부분 GSOK 기준에 따라 아이템 확률을 공시하고 있지만, 외국 게임사 중에는 수년째 지키지 않는 업체가 수두룩하다"며 "현실적으로 이를 외산 게임에 강제할 방안이 없다"고 전했다.

뜨거운 게임 열기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11.20 handbrother@yna.co.kr

"역차별론은 어불성설…핵심 BM 타격 입을까 노심초사하는 것"

다른 한편에서는 게임 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 반대 주장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업체들은 지금도 국내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데, 그렇다면 국내 게임사들은 역차별을 '자발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오히려 뽑기 확률 표시를 법제화해 외산 게임도 이를 따라야 심의를 받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GSOK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준수율은 지난 10월 기준 국내 업체 99.1%, 해외 업체 56.6%로 나타났다.

게임 업계가 경계하는 법안은 확률 공개 의무화뿐만이 아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게임산업법 개정안 중에는 유동수 의원실이 발의한 '컴플리트 가챠' 금지 법안이 있다.

컴플리트 가챠는 확률형 아이템 뽑기로 나온 결과물을 모아 특정 조합을 완성하면 희귀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시스템으로, 사행성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위 교수는 "확률 공개 의무화가 추가적인 규제로 이어질 것을 게임 업계가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이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확률형 아이템 넘어 새로운 BM 정착할 수 있을까

게임 개발자들 역시 '페이 투 윈'(Pay to Win·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을 조장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결코 놓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 판매가 기업 입장에서 든든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앱 마켓에서 매출 순위 상위권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리니지' 시리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 '히트2' 등의 게임은 모두 확률형 아이템 뽑기가 주된 BM(수익모델)이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여론이 세계 각국에서 힘을 얻고 있고, 다양하고 참신한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게임사들도 변화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문예창작전공 교수)은 "정부·국회가 주도하는 규제보다는 자율규제가 안착해야 한다"면서도 "확률형 아이템 모델은 갈수록 한계에 부딪히고 있고, 업계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새로운 BM을 연구해 탈출구를 찾아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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