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릿골 덕봉산 장호항... 수로부인과 BTS 거쳐 간 바다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빼어난 풍광에 사진도 잘 나오면 여행지로 금상첨화다. 해수욕장, 해변 드라이브, 해산물 맛집 등 관광자원이 넘치는 삼척이 명소마다 포토존을 설치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삼척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나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하거나, KTX이음을 타고 동해역에 내려 시내버스로 환승하는 방법이 있다. 편리성으로 따지면 버스가 낫다. 요금이 싸고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어서다. 3시간 30분이 걸려 동해역에서 환승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현지에서 이동은 렌터카를 권한다. 맘먹고 시간을 낸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된다.
삼척 남부 해안... 수로부인헌화공원과 삼척해상케이블카
첫 목적지 삼척 남쪽 해안에 위치한 수로부인헌화공원으로 향한다. 일연의 삼국유사 ‘기이편’에 수로부인을 주인공으로 한 ‘헌화가’와 ‘해가사’가 수록돼 있다. 수로부인헌화공원은 이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했다. 헌화가의 배경을 임원항 뒤쪽 남화산으로 설정하고 공원으로 꾸몄다.
수로부인이 해룡에 납치됐을 때 해가를 부르던 군중의 모습, 남편인 강릉태수 순정공의 부임 행차, 12지신상 등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오색 대리석을 깎아 만든 수로부인상이 압권이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의 1.5배에 달하는 초대형이다. 배경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져 수평선에서 용을 타고 올라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삼척해상케이블카는 움직이는 풍경 영화관이다. 중간에 케이블을 받치는 타워가 없어 막힘 없는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장호해수욕장과 장호항, 기암괴석과 쪽빛바다가 생동감이 넘친다. 낮게 나는 경비행기를 타듯 스릴이 더해져 꿈속에서 바다 여행을 만끽하는 듯하다. 이동거리가 짧은 게 흠인데, 아쉬움은 용화역과 장호역에서 달랜다. 각 역의 전망대와 스카이라운지에서 케이블카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수로부인헌화공원 입장료는 3,000원, 삼척해상케이블카 이용료는 왕복 1만 원, 편도 6,000원이다. 삼척터미널 앞에서 24, 30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삼척 중부 해안... 덕봉산과 맹방해수욕장 BTS 포토존
덕봉산은 1968년 삼척·울진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군사시설과 경계 철책이 설치돼 반세기 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곳이었다. 지난해 해안생태탐방로를 개설하며 53년 만에 그 비경이 공개됐다. 이동거리는 짧아도 볼거리는 알차다.
해변에서 이어진 탐방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거칠 것 없는 바다 풍광이 펼쳐진다. 양쪽으로 맹방해수욕장과 덕산해수욕장이 손에 잡힐 듯하다. 봉우리 아래로 연결된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 해안코스도 괜찮다. 느릿느릿 걷다가 2곳의 전망대에서 휴식하며 드넓은 바다와 파도소리에 젖는다.
바로 위 맹방해수욕장은 은빛 모래사장이 곱기로 이름난 곳인데, 최근엔 방탄소년단(BTS)의 ‘버터(Butter)’ 싱글앨범 재킷 촬영지로 더욱 알려졌다. 촬영 당시 사용한 선베드, 파라솔 등 소품을 포토존으로 보존해 BTS팬과 여행객이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덕봉산과 맹방해수욕장까지는 삼척터미널에서 23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삼척 북부 해안... 나릿골과 삼척해수욕장
나릿골은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이다. 슬레이트 지붕, 시멘트 블록 담, 좁은 골목, 텃밭의 모습을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1960,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다. 골목인가 싶으면 마당으로 연결되고, 마당인가 싶으면 다시 골목과 이어지는 정겨운 산동네다.
바닷가 언덕마을이 예쁘다고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불편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벽화, 포토존을 설치하는 등 나릿골은 복고 감성 여행지로 변모했다. 옹기종기 붙은 지붕이나 아기자기한 골목을 배경으로 셔터만 누르면 예쁜 작품사진이다.
마지막 목적지는 삼척해수욕장이다. 길이 1.2㎞, 폭 100m의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삼척 최대 해변이다. 울창한 송림에 조성된 덱 길은 해파랑길 32코스로 여행객은 물론 지역 주민도 즐겨 찾는 훌륭한 산책로다. 해변에는 ‘I♡U’ ‘내 삶의 쉼표 SAMCHEOK’ 등 개성 만점 포토존이 설치돼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삼척해수욕장의 진면목은 역시 해돋이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연말연시의 일출은 또 다른 감성과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다시 맞이하는 새해, 모든 일이 잘 풀기길 희망하고 새로운 목표의 성공을 다짐한다. 삼척터미널에서 나릿골까지는 10, 10-1·2·3·4번, 삼척해수욕장까지는 11-1, 11-3번 시내버스로 갈 수 있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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