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에 버킨백만 있나? 시계업계 긴장하는 이유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남성용·여성용 컴플리케이션 부문 2관왕
사실 이 글은 시계 팬들뿐만 아니라 시계 업계 사람들이 먼저 주목해야 한다. 200년 넘게 시계만 파고든 전문 업체에 패션하우스가 만드는 시계는 ‘경쟁 상대’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패션계 최고장인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젠 유구한 역사의 시계 브랜드도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다. 1등 브랜드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을 에르메스가 시계 분야에서도 드러내기 때문이다. 1970년대 본격 뛰어들었으니, 상대적으로는 늦은 출발이지만, 지난 2012년 자체 무브먼트(동력 장치)를 내놓으면서 제조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수많은 시계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자체 무브먼트를 만들고 자체 공방에서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는 손에 꼽힌다. 그런 에르메스가 이젠 세계적인 시계 분야 시상식에서 맨 위를 장식했다. 업계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꼽히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 올해 남성용 컴플리케이션,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부문 2관왕을 차지한 것. 영화로 예를 들자면,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건축으로 말하자면 최고 영예의 프리츠커상을 거머쥔 것이나 마찬가지다.
1978년 앙리 도리니가 디자인한 아쏘 시계는 에르메스의 세계관을 담아 여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선보인다. 에르메스의 상징인 말은 곧 이동의 증표이고, 이는 여행을 의미한다. 이미 2011년 올해의 베스트 남성 시계상을 수상한 아쏘 타임 서스펜디드를 시작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22년 GPHG 남·녀 컴플리케이션 부문 수상
‘아쏘 르 땅 보야쥬’
‘여행자의 시간’이라는 뜻의 아쏘 르 땅 보야쥬는 월드 타임(세계 시간)이라는 고전적인 하이엔드 컴플리케이션(고급 복잡 기술)을 에르메스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개발해 주목받았다. ‘트래블링 타임(Traveling Time)’ 메커니즘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우선 24개 도시의 타임 존을 디스크 타입(둥근 원형판)으로 보여준다. 그 다음 프랑스의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 제롬 콜리아르가 상상해낸 실크 스카프의 지도 위로 서브 다이얼이 마치 위성처럼 회전하며 도시를 넘나 들고, 사용자가 설정한 세컨드 타임 존의 시와 분을 알린다. 카운터 외곽에 장착한 레드 팁(붉은 색 표지)은 해당 도시명을 가리킨다. 12시 방향의 홈 타임 인디케이터(계측기)는 로컬 타임을 직관적으로 표시한다. 이 특별한 기능은 122개 부속품으로 이뤄진 두께 4.4mm의 모듈을 탑재한 인하우스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H1837′로 작동한다. 두 개의 아쏘 르 땅 보야쥬 모델은 각각 지름 41mm의 플래티넘 케이스에 매트 블랙이 코팅된 티타늄 베젤 버전과 38mm의 블루 모델인 스틸 케이스 버전이 있다.
◇에르메스 역대 GPHG 수상작
① 2019년 최고의 캘린더 천문 분야 시계상 ‘아쏘 레흐 드라룬’
전통적인 문페이즈(얼굴 모양처럼 된 달 문양)를 에르메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북반구와 남반구의 문페이즈를 동시에 보여주며 달의 색다른 모습을 제시해 운석 다이얼 위에 두 개의 카운터가 돌고 있다. 전용 모듈과 H1837 매뉴팩처 무브먼트의 움직임에 따라 자개 소재의 달이 모습을 감추고 드러내기를 반복한다. 두 개의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위아래가 뒤섞였다. 남반구 달은 ‘북’쪽에, 북반구 달은 ‘남’쪽에 위치한 것. 시간을 초월해 깊은 우주를 상상하라는 미학적인 창작이다. 117개의 부품은 4.2mm 두께의 에르메스 매뉴팩처 무브먼트 H1837 안에 모두 조립돼 있다. 59일 동안 다이얼 위를 회전하는 프레임의 세밀한 두께를 구현해 찬사를 받았다.
② 2018년 예술시계 부문 최고상 ‘아쏘 로브 뒤 수아’
다양한 컬러의 조각들과 이를 감싸는 빛의 마술 같은 조합으로 에르메스의 예술적 감각을 발휘했다. 41mm의 아쏘 시계 위로 2200개의 매우 작은 사각형 가죽 조각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낼 수밖에. 프랑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플로랑스 만리크가 2018 년 디자인한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 ‘로브 뒤 수아 (Robe du Soir·밤의 예복)’ 속 말의 옆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다이얼 위 일렉트릭 블루 컬러를 배경으로 화려한 색감의 모티프 조각들은 나뭇잎 스타일의 시곗바늘과 함께 반짝이는 로즈골드 케이스에 담겼다. 단 12개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였다.
③ 2015년 최고의 캘린더 부문 최고상, ‘슬림 데르메스 퍼페추얼 캘린더’
에르메스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이 디자인했다. 프랑스의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인 필립 아펠로아의 독창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아워 마커로 도입해 가느다랗고 섬세한 숫자 형태로 시간에 생동감 넘치는 운율을 더한다. 39.5mm 사이즈로, 고급 시계 기능 중 가장 정교한 컴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을 포함하고 있어 윤년 조정을 할 필요가 없다. 천연 화이트 자개와 사금석으로 장식한 문페이즈와 듀얼타임 기능도 함께 장착돼 있다.
④ 2011년 올해의 베스트 남성 시계상 ‘아쏘 타임 서스펜디드’
세계 최초로 에르메스가 개발한 기능으로, 다이얼을 눌러 흐르는 시간을 잠시 동안 멈출 수 있게 했다. 시간에 대한 에르메스 특유의 철학이 담긴 제품. 잠시 시간의 흐름을 잊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머물러 있는 시간과 현재 시각의 경계에서 자동적으로 자연스럽게 변환되는 기술은 새롭게 추가된 모듈로 완성했다. ‘시간이 멈춰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하고 바라는 특별하고 행복한 ‘그때 그 시간’을 길게 음미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오랜 소망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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