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위선·무능 풍자한 '나대로 선생' 이홍우 화백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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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에 시사를 풍자하는 만화를 연재하며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삼팔선'(38세도 선선히 사표를 받아준다) 등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이홍우 화백이 23일 별세했다.
고인이 27년간 만화를 연재한 동아일보에 따르면 고인은 가족에게 "나는 죽을 때까지 나대로였다", "후회 없이 멋지게 살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대로'란 고인이 무려 27년간 집필한 만화 '나대로 선생'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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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랄한 풍자로 서민에 카타르시스 선사
경제 포기한 대통령 '경포대' 등 유행어도
일간지에 시사를 풍자하는 만화를 연재하며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삼팔선’(38세도 선선히 사표를 받아준다) 등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이홍우 화백이 23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만화에 애정이 깊어 고교생 시절 학생 잡지에 고정적으로 만화를 그렸다. 서라벌예술대(현 중앙대 예술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7년 대전에서 발행되는 중도일보에 만화 ‘두루미’를 연재하기도 했다.
대표작인 ‘나대로 선생’을 동아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 11월12일부터다. 김성환(1932∼2019) 화백이 그려 큰 사랑을 받은 ‘고바우 영감’의 바통을 넘겨받은 것이다. 주인공 나대로는 평범한 중산층 가장으로 설정됐다. 하루 4컷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인데도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무능, 위선 등을 신랄하게 풍자해 서민들한테 날마다 촌철살인의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고인의 비판에는 ‘성역’이 없었다. 5공 군사정권 시절인 1986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참모총장 등 육군 수뇌부의 식사 자리에서 말다툼이 난투극으로 비화한 이른바 ‘국회 국방위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은 장군한테 얼굴을 폭행당한 의원의 입을 빌려 “맞고 나니 눈앞에 별이 번쩍번쩍하더군”이라고 썼다가 군 정보기관에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2007년 12월26일 ‘나대로 선생’ 연재를 8568회로 마무리한 고인은 그에 앞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날은 1년에 며칠 안된다”며 “정말 미치지 않았으면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후 2011년부터 2년간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 만화영상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2015년엔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한국시사만화가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제1회 고바우 만화상(2001), 제16회 대한언론인상 공로상(2007)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이경란씨, 자녀 이상민(시공사 만화팀 편집자)·지현씨(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강사) 등이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은 26일 오전 8시. (070)7816-0349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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