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필수의료]①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미 지고 있다” 10년 뒤엔 수술대란

신민혜 2022. 12. 2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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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중증 질환을 고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보통 필수의료 진료과로는 내과,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있는데요. 이들 진료과의 의료 행위 중에서도 골든타임이 있는 중증 외상이나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의 급성심뇌혈관 질환, 분만과 소아진료 분야는 치료의 시급성과 중대성이 특히 큽니다. 위기의 필수의료, 각 과별 상황과 대책을 오늘과 내일 잇따라 짚어보겠습니다.

■ 외과 상황

외과
외과 전공의 지원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 20년이 넘고 있습니다. 외과 의사 부족은 한두 해 이야기가 아닌 만성적인 문제입니다. 2019년엔 전공의 수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였지만, 지원율 반등세는 없었고, 내년도 상반기 지원율은 77%에 그쳤습니다. 전공의 빈자리를 교수들이 직접 당직까지 서면서 메우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는게 현장 이야기입니다. 일부 중소 대학병원에선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교수들이 개원가로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외과 의사들의 평균 연령은 전체 과에서 가장 높은 만 53세.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은 "50대 외과 의사들이 10년 후면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데 그때는 정말 수술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우려했습니다.

흉부외과
흉부외과 역시, 만성적인 의사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한해 신규 배출되는 전문의 수가 1996년도에 51명이었던 것이 지속적으로 줄어 2021년도엔 20명에 불과했습니다. 연간 흉부외과에 지원하는 의사는 전국적으로 20명 남짓인데요, 이 중 20% 정도는 중도에 포기하는 실정입니다. 내년도 상반기 지원율도 60%에 그쳤습니다.

신경외과
지난 여름에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에서 뇌출혈로 간호사가 쓰러졌는데, 뇌수술할 의사가 없어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수술 분야를 더 이상 선택하지 않고 있는데요. 한 해 신규 신경외과 의사 80여 명 중 80~90%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수술 척추 치료 분야로 진출하고 있고, 소아 뇌종양이나 척추 기형 수술을 하겠단 신경외과 전문의는 한두 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학회에서는 개두술이 가능한 숙련된 뇌혈관외과 의사가 국내에 250명 정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현재 130여 명뿐입니다.

소아외과
중증 소아 수술을 담당하는 소아외과 전문의 부족이 심각합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 중인 소아외과 의사는 40여 명밖에 안 되고, 강원도를 통틀어선 단 1명뿐입니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의 소아외과 교수는 "365일, 24시간 온 콜(On Call, 긴급 대기)이다. 매일 당직이고 늘 전화 오면 응급실 가야 하는 대기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 소아청소년과 상황

지난 12일,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이 의료진이 부족해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했습니다. 소아청소년 진료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는데요. 요즘 밤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소아과 의사 진료받기가 힘들고, 몇 시 이후엔 소아과 의사가 없다고 써붙여놓은 곳도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락하면서 야간 응급진료에 나설 소아과 의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년도 전공의 지원율은 무려 16%까지 급락했습니다. 정원 200여 명 중 지원자는 33명뿐이었고, 전국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66곳 중 55곳은 지원자가 단 1명도 없었습니다.


올해 학회가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24시간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36%에 불과했습니다. 3분의 2가 밤에 소아 응급진료가 불가능하단 뜻입니다. 내년도엔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채 10곳도 되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복합 기형, 선천성 대사 질환, 소아 중환자를 담당하는 전문의 부족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구요.

10년 전과 비교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총 진료비가 감소한 과는 소아청소년과가 유일합니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초저출산과 비정상적인 저수가 정책으로 어려운 환경 하에서 대량진료에 의존해 왔으나 코로나19로 진료량이 40% 감소하면서 진료체계 붕괴가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산부인과 상황

우리나라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81명,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이렇게 분만 수요가 감소하면서 분만 병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습니다. 2017년 571개에서 2021년 487개로 4년 새 약 15%가량 줄었습니다.

문제는, 전체 분만 건수는 줄고 있지만, 고령 산모가 증가하면서 고위험 산모·신생아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위험 분만을 처리할 숙련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현장을 떠나고 있는 상황인거죠. 지역별로 분만의료 접근성의 격차도 큰데, 2021년 250개 시군구 중 분만 취약지는 105개로, 42%에 달합니다.

■ 지방 상황은 더 심각…"시간과의 싸움"

지방의 필수의료 의사 부족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부산에 사는 한 40대 여성이 장염전, 즉 장이 꼬였지만 부산지역 내에서 응급 수술해 줄 병원을 찾지 못해 진주까지 넘어가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박중재 진주제일병원 외과 과장은 "장이 꼬인 시간이 길어져 장이 괴사하면, 복막염이 되고 패혈증에 빠져서 사망에 이르는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면서 "이런 경우,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생활, 자녀 교육, 진료 여건 격차로 지역 필수 인력의 수도권으로의 쏠림이 발생하면서 지역에서는 응급상황 발생 시, 도 단위 간 이동도 비일비재한 상황. 지역 필수의료 인프라가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신민혜 기자 (medic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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