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전문가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의 정시 지원 꿀팁

문영훈 기자 2022. 12. 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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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9일 대학 입시의 마지막 기회, 정시 모집이 시작된다. 15년 경력의 입시 전문가,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을 만나 정시 지원 마지막 ‘꿀팁’을 들었다.

2022년 12월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결과를 발표했다. '불수능’으로 불렸던 2022학년도 수능보다는 쉬워졌지만, 수학 만점자 비율이 줄고 영어와 탐구 영역이 까다롭게 출제되는 등의 이유로 정시 지원의 셈법은 여전히 복잡하다. 여기에 문리과 통합 수능 영향으로 벌어진 이과의 문과 침공 현상도 고려해야 하는 등 학생들의 고민은 깊다.

정시 모집 시작을 보름 앞두고, 12월 14일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을 만나 올해 정시 지원의 키포인트를 물었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2008~2017년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에서 평가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사교육 중심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대학미래연구소를 운영하며,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뿐 아니라 입시 컨설턴트 교육도 진행하는 입시 전문가다.

"‘묻지마식’ 교차 지원하면 1년 버린다"

2023학년도 수능 난이도에 대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국어를 제외한 과목은 까다롭게 출제됐습니다. 특히 수학의 경우 킬러 문제가 상당히 어려워져서 만점자 비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사회 탐구나 과학 탐구 영역 역시 어렵게 출제돼 지난해에 비해 고득점이 어려워졌다고 봐야 합니다.

2023학년도 정시 모집 지원에 앞서 주목해야 하는 포인트는 뭔가요.

서울대가 정시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신설했고 일반 전형의 경우에도 교과 평가를 도입했습니다.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나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스마트모빌리티학부 등 신설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역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 반영 비율을 바꿔서 자연계열에서 인문계열로 교차 지원하는 흐름을 막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은 서울대 지원을 하지 않는 게 좋을까요.

모의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대 교과 평가 20점 만점을 기준으로 최소 15점에서 최대 20점대 정도의 학생들이 서울대 정시 모집에 지원하는 양상을 띱니다. 특히 18점 이상의 학생 지원율이 높습니다. 이는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은 아예 지원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내신 점수를 지원자 스스로 검열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만큼 합격, 불합격 여부에 내신의 변별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2023학년도 입시에서 처음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학과는 전년도 입시 결과가 없기 때문에 정시 지원을 피하는 게 좋을까요.

신설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최초 합격자는 등록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주로 약대 같은 더 높은 학과를 지원하고 계약학과를 걸어두는 학생이 많죠. 모의 지원은 과열된 양상을 보이지만, 추가 합격자가 많이 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점수가 부족한 학생들도 상향을 노린다면 과감히 써보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교차 지원을 막는 학교는 어딘가요.

성균관대가 대표적입니다. 올해 성균관대 인문계열의 경우 국어, 수학의 반영 비율을 줄이고 사회 탐구 과목 비율을 늘려서 자연계 학생이 인문계로 교차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보통 교차 지원이 유리한 대학은 수학 반영 비율이 높고 탐구 과목 반영 비율이 낮은 특징을 보입니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경희대와 한양대 상경계열 등입니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교차 지원이 큰 화두가 됐습니다. 올해도 유지될까요.

교차 지원의 원동력은 수학입니다. 2022학년도 수능 수학 점수 도수분포표를 살펴보면 수학을 두 문제 틀린 학생이 추정컨대 9000명 정도였습니다. 올해는 7000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만큼 교차 지원을 할 에너지를 갖고 있는 학생이 많이 줄었다고 봐야 합니다. 모의 지원 분석을 해봐도 지난 입시와 비교해 교차 지원을 택하는 학생 비중이 20% 정도 줄었습니다. 가령 2022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한양대 경영금융학부 자연계 학생이 90%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2023학년도 모의 지원(12월 14일 기준) 현황을 보면 자연계열 학생은 70%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또 과학 탐구 과목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교차 지원의 전제 조건은 지원하는 자연계열 학과에서 최초 합격을 하고, 인문계열 쪽은 상향해서 추가 합격을 노리는 형태입니다. 현재 자연계열 합격선 자체가 정확하게 잡히고 있지 않아서 교차 지원하는 학생이 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교차 지원할 때 학생의 미래를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쪽입니다.

왜 그런가요.

지금의 교차 지원 양상은 사회적인 합의나 당사자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문리과 통합형 수능 점수 체계에 따라 이과 학생들의 수학 점수가 상승한 결과로 발생한 현상입니다. 소위 대학의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것이죠. 학생 진로나 성향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입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들과 상담해봤을 때 '묻지마식’으로 교차 지원했던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서 학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해서 첫 강의를 듣고 바로 재수 종합반을 등록한 사례나 1학기를 마치고 반수를 위해 휴학하는 학생도 꽤 봤습니다. 무턱대고 교차 지원하면 1년을 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신중하게 택해야 합니다.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은 2022학년도 입시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많은 학생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 위해 준비하는 과목이 영어와 탐구입니다. 2023학년도 수능은 둘 다 어렵게 나와서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날 거라고 예상됩니다. 특히 사회 탐구 과목의 경우 정답률이 3%에 불과한 문제도 있었습니다. 대개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는 학생을 50%라고 보는데 최대 35%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인원만큼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게 됩니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인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 수시 지원자 중에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학생이 꽤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의치한 정시 경쟁률은 떨어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합격선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수학 만점자가 2700명 나와서 전반적으로 의치한 계열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점수가 인플레이션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수능에서는 수학 만점자가 900명, 즉 3분의 1로 줄었기 때문에 동일 점수대에 모여 있는 현상이 줄었습니다.

모의 지원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

모의 지원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이 있나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참고하되 절대적으로 신뢰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모의 지원의 노예가 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진학사가 발표한 모의 지원 적중도는 86%입니다. 14%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합격 여부를 판단하고 안정권을 잡아두기 좋습니다. 표본이 많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내 점수가 지원자 상위 50% 안에 있다면 그 학과가 소위 '폭발’(최종 합격 커트라인이 예상되는 커트라인보다 현저히 높은 경우)한다고 하더라도 최초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모의 지원을 통해 안정권을 파악해두고 다른 모집 단위에서 상향 지원을 노려야 하는 거죠.

많은 학생의 목표는 상향 지원한 학교에 합격하는 것입니다.

정시가 입시의 마지막 관문이다 보니 이른바 우주 상향(자신의 성적보다 과도하게 높은 학과에 지원해 합격하는 것)을 많은 학생이 원하죠. 진학사 모의 지원과 고속성장 분석기를 통해 우주 상향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이를 위해 2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고속성장 분석기에서 소신 점수 근처에 자신의 점수가 있고, 진학사 모의 지원에서 3칸이 동시에 만족되는 것입니다. 이때 그 학과가 소위 '펑크’(최종 합격 커트라인이 예상되는 커트라인보다 현저히 낮은 경우)가 났을 때 합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국 5000여 개가 넘는 모집 단위를 전수 조사할 수는 없지만 몇 개의 모집 단위를 분석해보면 펑크 난 학교의 최종 합격 컷과 고속성장 분석기 소신 점수가 유사한 경향을 보입니다. 모집 단위 중 하나 정도는 우주 상향을 노려본다면 고속성장 분석기와 진학사 모의 지원 자료를 컬래버해서 사용하는 걸 권합니다.

또 모의 지원 결과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나요.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선호가 높은 학과의 경우 모의 지원보다 실제 최초 커트라인이 낮게 형성되고 선호가 낮은 과는 모의 지원보다 실제 최초 커트라인이 높게 형성됩니다. 또 중하위 학과가 오히려 펑크가 적습니다. 높은 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모의 지원에서 불합격 결과를 받으면 밑으로 내려오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펑크가 나면 현저히 점수가 떨어지는 학생도 합격할 수 있나요.

정시 지원에서 펑크가 나면 대학별 환산점수를 쭉 나열했을 때 특정 구간에서 점수가 툭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럼 대학은 낮은 점수대의 학생을 선발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대부분 선발하지 않는 쪽을 택합니다. SNS나 수험생 커뮤니티가 워낙 활성화돼 있어서 너무 낮은 점수로 어떤 대학 어떤 과에 붙었다는 정보가 돌면 반나절이면 큰 이슈가 됩니다. 대학 처지에서는 이러한 논란이 나오는 걸 꺼리고요. 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수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선발하지 않겠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습니다. 모집할 인원이 남았다고 해서 대학이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학생을 뽑을 의무는 없죠.

"예비 수험생, 겨울방학 동안 탐구 한 과목 끝내라"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 모집 요강을 꼭 살펴보라는 조언을 합니다. 모집 요강의 양이 굉장히 많은데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나요.

기본적으로 대학별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은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건 놀랍게도 원서 접수 마감 시간입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오후 6시에 마감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5시에 마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끝까지 고민하다가 원서 접수 기간을 놓쳐 허망하게 지원을 못 하는 사례를 더러 봤습니다.

정시 지원할 때 안정, 적정, 상향을 하나씩 쓰는 게 정답인가요.

과거에는 컨설팅하면서 상향을 많이 권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을 통과한 학생들, 그러니까 2021학년도 입시를 거친 학생들부터는 재수를 말리는 편입니다. 이전의 학생들에 비해 심약한 면이 있습니다. 공부해야 하는 학습량도 이전 학생들에 비해 줄었기 때문에 재수했을 때 꾸준히 공부하는 에너지가 부족하기도 하고요. 또 소속감 없이 공부했을 때 불안감을 잘 견디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최소 하나는 안정을 택하는 걸 권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정시 상담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데이터를 보는 기준이 사교육 시장과는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게 맞다, 틀리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공교육 쪽에서는 전년도 입시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신뢰도와 관계없이 학교 선생님들 역시 입시에 오래 몸담아온 분들이니 전략을 청취해보는 게 좋습니다. 다만 커트라인이 모의 지원보다 높은 양상을 띱니다.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한다고 보면 되겠죠.

입시에서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나요.

결국 재료가 제일 중요하죠.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컨설턴트를 붙여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수능을 1년 앞둔 예비 고3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기조가 수능 변별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난도가 크게 떨어질 일이 없다는 거죠. 수능은 계속 어렵게 출제된다고 생각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특히 재학생의 경우 겨울방학 동안 탐구 과목 하나는 미리 제대로 공부해두는 걸 추천합니다. 국영수는 누구나 열심히 합니다. 정시로 좋은 대학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원점수로 45점 정도는 만들어둬야 고3이 됐을 때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이건 인문계열도 마찬가지입니다. 탐구 과목 반영 비율이 자연계열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정시에서는 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수험생 학부모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수능은 내신과는 다르기 때문에 정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오랜 시간 학생을 믿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수능 완성은 한두 달 안에 이뤄지는 게 아니에요. 학생 처지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잘 안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모의고사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부모는 조바심 갖지 말고 기다려주시는 게 좋습니다. 부모님이 불안해하면 그 기운이 학생에게 전염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기둥이 돼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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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호영 뉴스1 뉴시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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