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김진수 기자 2022. 12. 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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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수은주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간 2022년 12월18일 서울 광화문 거리에 낯선 영어 구호가 울려퍼졌다.

12월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이다.

유엔은 2000년 12월4일, 전세계 이주노동자를 단순한 노동력으로 간주하지 않고 내국인과 동등한 자유를 가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날을 지정했다.

12월18일, 프랑스 파리의 이주노동자들도 연대 행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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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퀘어]12월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 열악한 노동환경, 납치, 추방 없애자는 연대의 행진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2022년 12월18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기념대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Free Job Change)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이 함께 연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 차별을 없앨 것을 요구했다.

수도권의 수은주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간 2022년 12월18일 서울 광화문 거리에 낯선 영어 구호가 울려퍼졌다. ‘프리 잡 체인지’(Free Job Change·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체인지 이피에스’(Change EPS·고용허가제 철폐)….

12월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이다. 유엔은 2000년 12월4일, 전세계 이주노동자를 단순한 노동력으로 간주하지 않고 내국인과 동등한 자유를 가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날을 지정했다. 앞서 1990년 12월 유엔은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했다. 이 협약은 46개 나라(2021년 3월 현재)가 비준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로 부족한 자국 노동력을 메운 대부분의 선진국은 비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비준도 서명도 하지 않았다.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속헹은 2020년 12월20일 영하 18도의 한파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자다 숨졌다. 이 죽음으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잠시 주목받았지만 달라진 건 없다. 그날과 다름없는 한파 속에 광화문 거리로 나선 이주노동자들은 집회에 앞서 속헹의 영전에 국화를 바쳤다.

이주민의 고통은 나라 밖에서도 다를 바가 없었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고국을 등진 이주민들은 멕시코 등 통과 지역에서 범죄 조직에 납치되기도 한다. 납치범들은 이주민 친척에게 몸값을 받아내려 아이까지 포함된 가족 수백 명을 붙잡아 가두기 일쑤다. 또 험로를 뚫고 미국 국경에 도착해도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이주민을 자국으로 추방하는 미국 행정 절차 ‘타이틀 42’가 이들을 가로막는다. 이 조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명분으로 도입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폐기하려 했지만 대법원이 12월19일 제동을 걸어 종료가 불투명해졌다.

세계인이 불면의 밤을 보낼 정도로 열광한 카타르월드컵은, 경기장과 고속도로·호텔 등 대규모 건설현장에서 희생된 이주노동자를 딛고 치러졌다. 하지만 정작 이주노동자들은 경기가 열리지 않은 빈 경기장 바닥에 앉아 중계화면으로 경기를 봐야 했다.

12월18일, 프랑스 파리의 이주노동자들도 연대 행진에 나섰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버이츠 배달노동자들이 12월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이주민의 날을 기념하는 연대 행진을 하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최근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주민의 거주와 취업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민법을 논의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12월14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웨스트 엔드 파크 인터내셔널 크리켓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모로코의 월드컵 준결승 경기를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2010년부터 2021년 말까지 7개 축구장과 호텔 등 대형 건설현장에서 675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몸값을 노린 납치범들에게 붙잡혔다 풀려난 한 살배기 이주민 아나 빅토리아가 12월11일 멕시코 치와와를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창으로 들어온 햇살에 손을 뻗고 있다. 미국으로 이주하려 니카라과를 떠난 빅토리아 가족은 멕시코 두랑고에서 납치범에게 며칠 억류됐다가 멕시코군에 의해 풀려났다.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12월18일(현지시각) 한 이주민이 버스정류장에서 추위에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엘패소는 중남미 이주민의 망명 신청이 크게 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진 김진수 선임기자, EPA, Getty Images, REUTERS

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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