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312원" 은행까지 뛰어든 앱테크의 씁쓸함
요즘 뜨고 있는 앱테크
하루 버는 돈은 평균 312원
기업 마케팅의 희생양 아닐까
"클릭만 해도 돈을 드립니다." 앱을 통해 돈을 버는 앱테크(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성인남녀 1707명 중 75.0%가 "앱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인크루트·2021년 3월 기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용 빈도도 높다. 앱테크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엔 68.5%가 '매일 한다'고 답했다. 앱테크를 하는 이유로는 '자투리 시간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서'가 32.3%가 가장 많았다. '소액이라도 저축하고 싶어서'란 답변도 30.1%에 달했다(표❶).
앱테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인지 앱테크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앱테크가 태동하던 2010년 중반엔 광고를 시청하면 소정의 보상을 받는 방식이 대표적이었지만 앱에 접속하면 보상을 얻는 '출석체크형' 걸음 수에 따라 보상을 받는 '만보기형' 질문에 답하고 광고를 시청하는 '질문답변형' 등 종류가 다양해졌다(표❷).
금융권도 앱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5일 '온국민 건강적금'을 출시했다. 건강관리와 금융을 결합한 서비스로, 매월 10만보씩 걸은 후 앱을 통해 걸음 수를 확인하면 월 0.5%포인트씩 최고 연 3.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케이뱅크는 '현금줍줍 행운상자'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앱 오른쪽 상단의 선물상자를 클릭하면 소정의 현금을 100% 지급하는 방식이다(표❸).
그럼 앱테크로 벌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앱테크로 올리는 수익은 하루 평균 312원에 불과했다. 한달 기준으론 '3000원 미만'이 37.2%로 가장 많았고, '5000~1만원 미만(21.%)'이 그 뒤를 이었다(표❹). 앱테크 이용자 2명 중 하나가 앱테크로 벌어들인 수익이 한달에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10초~1분의 짧은 시간이면 쉽게 보상을 얻을 순 있다곤 해도 액수가 무척 적다.
앱테크를 운영 중인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있는 돈 없는 돈을 끌어모아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영끌족'이 유행했지만, 올해 자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한푼이라도 더 벌고 싶은 젊은 소비자층의 심리를 금융사들이 마케팅 요소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앱테크가 인기를 끌수록 서민의 지갑도 그만큼 얇아졌다는 얘기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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