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 만에 10도 ‘뚝’ 이불 덮고 외출… 체감 영하 59도 美한파, 왜?

문지연 기자 입력 2022. 12. 24. 09:23 수정 2022. 12. 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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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한 시민이 담요를 뒤집어 쓴 채 걷는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에 영하 50도가 넘는 최악의 ‘크리스마스 한파’가 불어 닥쳤다. 국립기상청도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라며 경고한 가운데, 곳곳에서는 방한 마스크로 중무장하거나 두꺼운 이불을 덮어쓴 채 외출한 시민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2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 중부와 북부 일부 지역 기온이 급강하하고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이 찾아왔다. 체감 온도는 영하 50도를 돌파했는데 지역별로 일리노이주 시카고가 영하 53도, 테네시주 멤피스가 영하 54도를 기록했다. 몬태나주 엘크 파크는 기온이 영하 45도까지 떨어지며 체감 온도도 영하 59도까지 곤두박질쳤다.

12월 23일(현지 시각) 겨울 폭풍 블리자드가 몰아친 미국 미시간주 바이런 센터 도로에 오도 가도 못한 차들이 눈속에 파묻혀 있다./The Grand Rapids Press via AP/연합뉴스

대이동 기간인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앞두고 기록적 한파가 닥치자 사람들은 발이 묶였다. 앞서 미국인 1억1300만명이 휴가철을 맞아 여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여러 항공·철도·버스 편이 취소되거나 연착된 상태다. 항공기 운항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미국을 오가는 항공기 4780편 운항이 취소됐다고 집계했다. 22일 2700여편이 결항된 데 이은 것으로, 이틀 사이 7500여편의 운항이 취소된 셈이다. 결빙과 강풍에 따른 지연 운항도 6900편에 달한다.

23일 미국 덴버 국제공항 터미널 한 켠에서 여행객들이 바닥에 누워 자고 있다. 갑자기 몰아친 겨울 눈폭풍으로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 됐다./AP 연합뉴스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한파로 결항된 항공편들. /EPA 연합뉴스

미국에 이같은 강추위가 닥친 이유는 ‘극소용돌이’의 남하에서 찾을 수 있다. 극소용돌이는 북극 주변을 맴도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를 말한다. 보통 정상 조건에서는 대류권 상층부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 일명 제트기류에 갇혀 그대로 북극 주변에 머문다. 그러나 제트기류가 약화해 아래로 늘어지면 극소용돌이도 함께 경로를 이탈해 남하한다.

북극에 있어야 할 극소용돌이의 이동이 가속화할 경우, 이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지역에서는 수 시간 안에 기온이 수십 도 이상 떨어질 수 있다. 이번 역시 북극 공기를 가장 먼저 맞은 와이오밍주가 그랬다. 이곳에서는 영상 10도였던 기온이 불과 9분 만에 0도로 내려왔고, 영하 46도까지 떨어져 40년 만에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23일 위성이 찍은 북 아메리카 모습. 북극한파와 겨울 눈폭풍 블리자드가 대륙을 덮고 있다./NOAA/AP 연합뉴스

다만 과학계에서는 아직 이 현상에 대한 일치된 의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위스콘신대 기후과학자인 스티브 바브러스 박사가 2012년 ‘북극의 온난화가 극소용돌이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제기한 바 있으나, 그는 “불행하게도 여전히 상황은 모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는 극소용돌이가 제자리로 돌아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이어져 최대 수 주간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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