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첫 예산 638조7000억 원 국회 통과…정부안보다 3000억 감소

김성훈 기자 2022. 12. 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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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처음 국회에서 예산 깎아

9조7000억 규모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 신설

폐지 추진 여가부, 내년 예산 올해보다 7% 늘어

법정 기한 22일 넘겨…국회선진화법 이후 최장 지각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이 법정 처리 기한을 3주 이상 넘기는 오랜 진통 끝에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새벽 본회의를 열어 638조7276억 원(총지출 기준)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내년 예산은 애초 정부안(639조419억 원)보다 3142억 원 줄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총지출 규모가 줄어든 것은 2020년도 예산안 이후 3년 만이다. 국가채무는 정부안(1134조8000억 원)보다 4000억 원 감소한 1134조4000억 원으로 전망된다.

내년 예산안은 헌법에 명시된 기한(12월 2일)을 22일 넘겨 처리됐다. 법정 처리 시한이 지나면 정부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게 한 ‘국회 선진화법’ 시행(2014년) 이후 최장 기간 지각 처리다.

내년 예산에는 고물가·고금리 등에 따른 서민 생계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을 위해 약 1조7000억 원이 증액됐다. 9조7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신설됐고, 반도체 산업 투자(1000억 원), 이태원 참사 관련 안전투자(213억 원) 등도 예산에 반영됐다. 인파 사고 위험도 분석·경보기술 개발 및 위치정보 기반 재난문자 발송 등 ‘현장인파관리시스템’ 구축 예산, 119구급대·권역 재난의료지원팀(DMAT)의 신속한 출동을 위한 노후 구급차 및 재난의료지원차량 교체 예산 등이 포함됐다. 쟁점 사항이던 공공 전세임대주택 예산 6630억 원도 반영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3년도 예산안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과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복합 위기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면서도 민생안정과 경제활력을 지원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며 "어려운 재정 여건하에서도 역대 최대규모인 24조 원의 지출구조 조정을 실행해 서민, 사회적 약자 보호와 역동적 경제 뒷받침, 국민 안전 보장 등 3가지 방향에 중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안보 강화 4.4조, 반도체특화단지에 1000억=산업통상자원부는 총 11조737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산업부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3000억 원 증액됐으나, 올해 본예산보다는 834억 원 줄었다.

반도체, 미래차 등 첨단산업과 원전 기술, 자원 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이 확충됐다. 첨단·주력산업 육성 예산은 올해보다 약 1025억 원 늘어난 5조6311억 원이 편성됐다. 이 가운데 용인과 평택 반도체 특화단지 인프라 설비 투자에 각 500억 원이 책정됐다.

에너지 안보 강화 예산에는 올해보다 1758억 원 줄어든 4조3490억 원이 편성됐다. 원전 분야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39억 원, 원전 해체 기술 개발 337억 원 등이다. 기업의 수출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코트라 예산(3029억 원)은 38억 원 늘렸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에는 254억 원을 쓴다.

◇교육세에서 1.5조 떼 대학에 투자=내년 초·중등교육에 투입될 예정이던 국세분 교육세 1조5000억 원이 고등교육으로 넘어간다. 교육부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설치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 개정법률안,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에 9조74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가 신설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1조2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내년에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특별회계로 들어가는 교육세 전입금이 3조 원에서 1조5200억 원으로 줄었다.

교육세는 초·중등 교육 예산의 주요 재원이라, 교육세를 떼어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로 넘기면 그만큼 초·중등 교육 예산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야당은 ‘동생 돈 뺏어서 형님 먹여 살린다’고 반대하며, 별도 재원을 마련해 고등교육을 지원하라고 요구해 왔다. 반면 여당은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등 교육 예산이 남아돈다고 맞서다가 야당 입장을 일부 반영해 교육세 전입금을 반감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정부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조성한 재원을 통해 사립대 구조개선 지원에 25억 원을 신규 투자한다. 또 국립대 육성에 4580억 원, 국립대 시설 개선·확충에 1조 원, 지방대 활성화에 1900억 원 등을 투자한다. 석·박사급 고급 인재를 위한 4단계 두뇌한국 21사업 연구 사업에는 5261억원을 투입한다.

내년도 교육부 소관 예산은 102조 원으로 정부안에 견줘 2000억 원 늘어났다. 특히 유아 및 초·중등 부문은 80조9120억 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10조1819억 원 증가했다. 고등교육 부문 예산은 13조5135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6126억 원 증액됐다.

◇여가부 예산 1조5700억, 스토킹 피해자 주거지원 등 신설=여성가족부는 2023년도 예산이 2022년 1조4650억 원보다 7.0% 증가한 1조5678억 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국회 심의를 거치며 스토킹피해자, 1인 가구, 고(高)위기 청소년, 학교밖청소년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이 정부안보다 173억 원 늘어났다.

특히 내년도 예산에는 스토킹 피해자의 긴급 주거지원 비용이 신설됐다. 스토킹피해자의 안전한 일상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임시숙소 및 임대주택을 활용한 주거지원, 치료회복프로그램 도입에 14억 원이 새로 배정됐다. 내년 인신매매방지법 시행에 맞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지역권익보호기관을 시범 운영하고 여성폭력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기 위한 사업에는 4억 원이 배정됐다.

폭력피해 남성 보호시설 설치 예산도 처음으로 배정됐다. 내년에 1곳이 설치되며 예산은 1억 원이다.

아이돌봄 시간제 지원 시간 확대 및 지원 가구 확대에는 지난해보다 768억 원 증가한 3546억 원이 쓰일 예정이다. 아이돌봄 지원 시간을 연 840시간에서 960시간(1일 3시간 30분→4시간)으로 확대하고, 지원 가구도 7만5000가구에서 8만5000가구로 늘린다.

◇K-콘텐츠 지원 확대=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 지출 예산은 올해 본예산보다 8.9% 줄어든 6조7408억 원으로 확정됐다. 문화예술 부문 2조3140억 원(2022년 대비 -7.3%), 콘텐츠 부문 1조1738억 원(+2.5%), 관광 부문 1조2339억 원(-14.9%), 체육 부문 1조6398억 원(-15.1%) 등이다.

문체부는 K-콘텐츠가 경제산업 지도를 바꾸는 승부수로 발돋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K-콘텐츠 펀드’를 올해보다 512억 원 늘린 1900억 원으로 확정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도 723억 원 늘려 991억 원으로 책정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해외비즈니스센터’ 등 수출거점 5곳 확대 예산은 올해보다 45억 원 증액해 102억 원, 콘텐츠 해외 시장 개척 지원 예산은 40억 원 늘어 80억 원이 됐다.

체육 분야에서는 국가대표선수 훈련수당을 하루 7만 원에서 8만 원으로 인상하고, 트레이너 고용 기간을 11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렸다.

한편 청와대를 문화예술·역사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취지에 따라 소장 미술품을 비롯한 각종 전시에 36억 원, 청와대 활용 공연에 64억 원, 사랑채 개보수 및 안내센터 운영에 60억 원 등 총 164억 원을 책정했다.

◇식량안보 강화 423억 증액=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올해보다 2.8% 많은 17조3574억 원으로 확정됐다. 농식품부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789억 원이나 증액됐는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인 423억 원이 식량안보 강화 예산에 추가됐다. 특히 논에 벼 대신 밀, 콩 등 대체 작물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주는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이 정부안 720억 원에서 1121억 원으로 401억 원 늘었다.

증액분 중 74억 원은 우유 원유가격 안정을 위한 예산에 추가됐다. 정부는 우유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내년 시행하는데, 이 제도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또 취약계층에 식품을 지원하는 농식품 바우처(전자카드) 실증연구 사업 예산은 정부안 89억 원에서 59억 원 더 늘려 총 4만8000가구가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외교부 예산 올해보다 11.7%↑=외교부는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11.7%(3527억 원) 늘어난 3조3580억 원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정부안보다도 374억 원 증액됐다.

외교부는 내년 예산을 우리 정부의 외교 기조인 ‘글로벌 중추국가’ 강화를 위해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지원, 난민·기아·감염병 등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금이 올해 2366억 원에서 내년 2994억 원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 국제적 공조체계인 ‘ACT-A’(치료제 및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고 공평한 배분을 보장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에 1억 달러를 기여하고 글로벌펀드,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 국제보건기구에 대한 기여에 1000억 원을 배정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소규모 무상원조 예산은 올해 115억 원에서 내년 780억 원으로 크게 늘렸다.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한 예산도 올해보다 확대됐다. 과학기술 외교 강화 예산이 올해 8억 원에서 내년 18억 원으로 늘어난다. 주요국 경제안보정책 대응에는 올해보다 2억 원 늘어난 28억 원이 배정됐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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