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또 쉬는 날이네” 했는데…대형마트 주말휴업 이제 없어질까 [뉴스 쉽게보기]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2. 12. 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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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말에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장이나 볼까 했는데 공교롭게도 마트가 쉬는 날이었던 경험이 있나요?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매달 둘째·넷째 주 일요일엔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요.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규정해놓은 법 때문이죠.

그런데 이제 대구에선 주말에 대형마트 가기 전에 휴무일인지 찾아볼 필요가 없게 된대요. 주말에 항상 정상 영업을 하게 된 거죠. 지난 19일 대구광역시가 광역시·도 중에는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대한 방침을 바꿨기 때문인데요. 달라진 방침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에요. 대구시를 시작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요. 물론 이런 변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대형마트, 왜 쉬는 거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2012년에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어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운영시간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죠. 당시 여기저기에 대형마트가 들어섰고, 시장 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거든요.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 대형마트는 한 달에 이틀 문을 닫아야 한다
  • 쉬는 요일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한다
  • 오전 0시~10시에도 영업할 수 없다
제일 먼저 나선 건 서울시예요. 매달 둘째·넷째 주 일요일엔 대형마트가 영업할 수 없도록 했죠. 이후 부산과 대구, 인천 등 6개 광역시에서도 같은 내용의 규제를 적용했어요. 왜 하필 일요일이냐고요? 사람들이 쇼핑을 제일 많이 하는 건 주말이니까요. 주말 영업을 제한하는 게 전통시장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 거죠.
그런데 왜 바꾸는 거야?
최근 의무휴업일 제도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취지와 달리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딱히 없고, 엉뚱한 업체들의 배만 불려준다는 주장인데요. 정부는 법의 내용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 왔죠. 법은 변하지 않은 상황이라 대구시는 일단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거예요. 이 법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어요.

① 대세는 ‘온라인 vs 오프라인’

이제 대형마트가 영업을 안 한다고 전통시장이 이익을 보는 구조가 더 이상 아니라는 거예요. 온라인 쇼핑이 워낙 편리해졌잖아요. 외출할 필요 없이 클릭 혹은 터치 몇번이면 문 앞까지 원하는 상품을 배달해 주죠. 대형마트에 못 가게 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는 게 아니라 온라인 쇼핑을 한다는 거예요.

의무휴업일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전통시장 규모가 조금 커지긴 했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에요. 이제 대결 구도는 ‘오프라인 쇼핑 vs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됐는데, 굳이 대형마트를 규제할 필요가 있냐는 거죠.

자료=통계청, 중소벤처기업부
오전 0시부터 10시 사이에 대형마트 영업을 금지한 ‘영업시간 제한’ 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요. 요즘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로켓 배송’이나 ‘새벽 배송’ 등 빠른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하고 있잖아요.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건 막대한 돈을 들여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세워놓은 덕인데요. 고객과 가장 가까운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배송하면 되니까요.

사실 대형마트 업체들은 빠른 온라인 배송 서비스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대형마트를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위한 물류센터로 사용하면 되죠. 마트에서 물건을 팔면서 동시에 창고로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이 방법은 활용하기 어려워요. 물류센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24시간 가동돼야 하잖아요. 그런데 문을 닫는 시간 동안 대형마트를 온라인 배송 사업에 활용하는 것도 금지됐대요. 결국 멀쩡한 시설을 놔두고 새로 물류센터를 만들 수밖에 없는 거예요.

② 주변 상권만 죽어

생각지도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주장도 있어요.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주변 상권이 위축된다는 건데요. 한 연구기관이 2020년에 폐점한 대형마트 7곳 주변 상권을 분석해봤는데, 대형마트 한 곳이 폐점하면 반경 1㎞ 상권의 매출이 4.8% 정도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대요. 주말에 대형마트에 가려고 외출했다가 겸사겸사 근처 식당에 가거나, 마트 외에 다른 곳에서 돈을 쓰는 경우도 있다는 거죠.

자료=한국유통학회
실제로 대구시가 이번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때, 주요 이해 당사자인 대구지역 상인들과도 협의했는데요. 이들 중 일부가 규제 완화를 요청했대요. 이에 대구지역 대형마트 업체들은 주차장을 시장 손님에게도 개방하기로 약속하면서 화답했고요.

③ 반사이익은 엉뚱한 곳으로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엉뚱한 기업들이 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대형마트 규제 대상은 ‘매장 면적이 3000㎡(약 900평) 이상인 대규모 점포’ 혹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점포’인데요.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은 규제 대상이 아니죠. ‘식자재마트’라고도 불리는 이런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요. 2020년을 기준으로 국내 식자재마트 사업체는 1800여개로 2014년에 비해 74%나 증가했대요. 사실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는 보기 어려운 식자재마트 업체들에만 좋은 일을 시켜주고 있다는 거예요.

대형마트가 영업을 안 하는 날엔 소비자들이 휴업일이 다른 근처 대형마트로 몰리는 경우도 있어요.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쉬는데요. 경기도 등의 일부 지역에선 의무휴업일을 수요일 혹은 토요일로 지정해놨거든요. 이 지역의 대형마트들을 분석해봤더니 둘째·넷째 주 일요일 매출이 첫째·셋째 주 일요일보다 최대 60%까지 높게 나타났대요. 좀 멀더라도 대형마트를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제도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거죠.

자료=마트 업계 종합
그럼 반대하는 사람은 없는 거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놔둬야 한다는 건데요. 대구지역 상인들과 달리, 여전히 많은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 단체들은 ‘이 제도가 지금까지 골목상권 보호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해요. 대구시가 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것처럼, 지역별로 현실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시행 중인데 제도 자체를 없앨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대구시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는 것도 반대하고 있어요. 평일에 쉬는 것과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쉬는 건 엄연히 다르다는 거예요. 대형마트는 주말이 대목이고 제일 바쁘잖아요. 이런 날엔 쉬고 싶어도 회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요. 의무휴업일이 주말이면 한 달에 두 번이라도 주말에 남들 쉴 때 같이 쉴 수 있다는 거죠.

이번 대구시의 결정은 시와 대형마트 측 대표, 상인연합 대표 등이 모여 합의한 결과인데요. 대형마트 근로자 측은 ‘10년 전에는 노동자를 포함한 각계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고 적용한 법인데, 왜 이 법의 적용 내용을 바꿀 땐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느냐’라고 주장해요.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면서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주말 영업 제한이 사라질 거란 전망이 나와요. 대전광역시와 광주광역시가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나선 상태죠. 서울시는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고요. 법을 바꿔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요. ‘언제 쉬어야 하는가’는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요. 대구시의 결정은 전국 대형마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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