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잇슈] 이준석 포비아·유승민 포비아, 룰 바꾼 이유

이상훈 전문기자(karllee@mk.co.kr) 입력 2022. 12. 2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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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국민의힘이 새 당대표를 책임당원(1년 중 3개월 이상 당비 납부한 당원) 투표만 반영해서 뽑기로 23일 확정했습니다. 작년 전당대회(이 행사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뽑는다)에선 책임당원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를 반영한 건데 룰을 고친겁니다.

근본적으로는 옳은 방향입니다. 통계일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지도부 경선에 반영한다는 자체가 문제이긴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차범위가 ±3.3%포인트라고 한다면 35%와 30%는 통계상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단 0.1%포인트라도 높으면 우세하다고 결정해버리는 자체가 문제인거지요.

그런데 이 이슈에서 핵심은 하필 왜 지금이냐는 겁니다. 국민의힘 친윤 인사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20만 명 대인 당원이 이젠 80만 명으로 늘었기 때문에 굳이 여론조사를 반영할 필요가 없다, 청년 세대 당원도 많이 늘었기 때문에 굳이 청년민심을 반영하려고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 등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합리적 의문. 정말 이게 진짜 이유일까요. 당원, 특히 청년 당원이 늘었다는 건 당의 지지층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의미죠. 그러니 그 변화에 맞춰 룰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다만 더 진지하게 시간을 들이고 과정을 거쳐서 룰에 대해 의견도 모으고 논의하는 게 순리입니다. 여론조사를 반영한 게 2004년부터이니 18년을 시행한 제도니까요.

게다가 곧 있을 전당대회가 아니라 그다음 전당대회에 적용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차기가 아니라 차차기 말입니다. 정말 당원의 변화가 이유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돌연 룰 개정이 나섰고 그것도 단 5일 만에 절차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내년 3월에 있을 전당대회에 바로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급하게 서두른 거죠. 이 때문에 특정인을 배제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소리가 나옵니다.

작년에 이준석 전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거두며 당대표가 됐습니다. 그 이후 윤석열 대통령·친윤과 이 전 대표 사이에 벌어진 일들은 충돌과 대립의 연속이었습니다. 친윤과 윤 대통령에게는 매우 불편한 존재가 된 겁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매일경제]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졌고, 어찌 보면 결이 비슷한 유승민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유 전 의원과 윤 대통령은 이미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불편한 관계가 됐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런 유 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죠. 반면에 친윤으로 꼽히는 인사들의 지지도는 한자리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혹시 이러다가 유승민이 당대표가 되는 거 아닌가'란 두려움이 생긴 거 아니냐는 겁니다.

그러니 룰을 고친 건 ‘이준석 포비아', ‘유승민 포비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잘 안됩니다. 공세라기보다는 수세적인 태도인 거지요. 정말 순수하게 당원의 변화를 반영하려고 했다면 이처럼 서두르지도, 곧바로 다음 전당대회에 적용하지도 않을 겁니다.

일단 이 ‘포비아'를 가라앉힐 룰은 마련됐습니다. 이젠 유 전 의원은 정말 당대표 경선에 출마를 할까, 한다면 당원들로부터 얼마나 표를 얻을까(특히 대구·경북과 수도권 당원, 청년 당원의 표의 향배가 관심), 여론조사 상으로 저조한 친윤 인사들이 당대표 경선에서는 어떤 결과를 얻을까(친윤 당대표 탄생 여부), 이번에 도입되는 결선투표(과반 득표가 없을 경우 1·2위만 따로 추가 경선을 함)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등이 남아 있습니다. 이래저래 여당 전당대회는 야당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는 대상이 된 듯합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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