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지하철 스크린도어, 이렇게 변신?” 전세계 한국만 할 수 있다는 ‘신기술’ 뭐길래 [비즈360]
투명 OLED가 만들어갈 미래 모습 구현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한강다리 위를 지나는 지하철 창문 밖으로 서울 도심이 보인다. 관광명소인 롯데타워를 지나자 관련 정보가 창문에 표시된다. 다리를 다 건너고 열차가 지하로 진입하면 방금까지 바깥 풍경을 보여주던 창문 유리가 광고판으로 변한다.
#. 카페에서 쇼케이스를 터치하자 구매 하려는 케이크의 칼로리와 가격이 표시된다. 터치만으로 손님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영업이 끝나면 디지털 사이니지로 탈바꿈한다.
미래 공상 과학 기술로만 여겨졌던 투명 디스플레이가 일상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투명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대중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중국에선 이미 지하철과 박물관 등에 투명 OLED를 적용하고 있다.
24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투명한 미래전(展)’을 방문해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가 만들어갈 미래 모습을 엿봤다.
투명 OLED는 화소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기존 유리창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투명도가 높고, 얇고 가볍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세계 투명 OLED 시장 규모는 2022년 1000억원, 2025년 3조원, 2030년에는 12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전시회는 투명 OLED를 활용한 혁신적인 미래 모습을 소개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개방형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각 분야의 글로벌 주요 고객을 초청해 구체적 활용 및 전략적 협업 방안을 제안했다.
트랜스포메이션, 모빌리티, 사무공간, 문화&엔터테인먼트, 리테일, 홈 등 6개 테마존으로 구성됐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모빌리티 존이었다. 열차 출입문과 창문에 투명 OLED를 탑재하자 정보 제공 및 광고판으로 변했다. 유리처럼 투명해 바깥 풍경을 보는 동시에, 운행 및 날씨 정보를 제공한다. 유명 관광지를 지날 때는 관련 정보 또는 광고가 유리창에 뜬다. 지하철 안에서 증강현실(AR) 경험이 가능한 것이다.
승강장에 설치된 스크린 도어도 투명 OLED를 적용하자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광고와 지하철 노선도, 운행 정보, 열차 내 혼잡도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몰입감있게 제공한다.
전시회 관계자는 “기존에 아무도 보지 않던 스크린 도어에 투명 OLED를 적용하면 광고 매체 및 사이니지로 재탄생한다”며 “수익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고 말했다.
문화 산업에서의 활용도 빛을 발했다. 박물관용 ‘슬라이딩 T-도슨트(Sliding T Docent)’ 솔루션은 투명 OLED가 미닫이문처럼 좌우로 움직이며 각 전시품에 적합한 정보를 보여줬다.
손상된 유물 위에 투명 OLED를 겹치자, 복원됐을 때 유물의 모습을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이집트 유물에 새겨진 고대문자 의미를 해석해주기도 했다.
유물이 발굴된 현장 바닥에 투명 OLED를 적용한 매직 티 워크(Magic T-Walk)도 공개됐다. 전시 공간 활용의 효율성이 대폭 높인 솔루션으로, 유물의 본래 모습을 함께 관찰할 수 있었다.
리테일 분야의 활용은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체감하기 쉬운 영역이었다. 일례로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케잌 쇼케이스(Cake Showcase)’는 고객들이 쇼케이스에 진열된 음식을 보면서 가격, 칼로리, 영양 성분 등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커브드 투명 OLED로 기존의 일반 쇼케이스와 외형적인 차이도 없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투명 디스플레이 산업의 유일무이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CSO(전무)는 “투명디스플레이 시장과 산업을 LG디스플레이는 물론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키워나가고 싶어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투명 산업은 대한민국의 산업’이라는 인식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LCD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상당히 올라왔지만, 투명 디스플레이는 전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 혼자 하고 있다”며 “경쟁업체가 들어온다고 해도 앞으로 수년 더 걸릴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현재 투명 OLED 기술은 어디든 적용 가능한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준호 SCX그룹장(상무)는 “지하철, 리테일샵, 박물관 등 전시회에서 보여준 사례들은 실제 적용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단지 적용 지역이 중국 등에 한정된 것 뿐이며, 자동차 산업 적용은 아직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투명 디스플레이 활용 아이디어 확장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여 상무는 “투명이란 소재가 아직 대중에게 생소해 어떻게 활용할지 고객사의 고민이 많다”며 “이번 전시회 같은 행사를 통해 투명 디스플레이의 솔루션 사례를 고객에게 얼마나 많이 알려드리느냐가 과제”라고 밝혔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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