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국서 인정받은 메시…한 편의 글에 울음 터뜨렸다
메시, 음성메시지로 사의 전해…"부인과 함께 듣다 감동했다"고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아르헨티나 유명 작가가 리오넬 메시(35)를 조명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라디오로 소개된 글 요약본에는 스페인 2군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세계 정상에 오르기까지 메시가 아르헨티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해온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메시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안디 크스네초프와 직접 헌정글을 소개한 작가 에르난 카시아리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 "아내와 함께 라디오를 듣고 감동해 울음을 터뜨렸다. 모두 맞는 얘기"라고 소감을 전했다.
작가 카시아리는 울먹이며 메시의 메시지를 경청한 뒤, "노벨문학상과 세르반테스상, 메시를 감동시키는 영예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메시를 감동시키는 오늘의 이 영예를 택하겠다"고 화답해 또 한 번 메시의 심금을 울렸다.
◇존재 자체로도 아르헨 이민자들에게 위로였던 선수 카시아리는 '리오넬의 트렁크(La Valija de Lionel)'란 제목의 헌정글 요약본에서 자신의 15년간 스페인 생활을 소개하며 "2003년 그 시절 스페인에 살던 아르헨티나 이민자들에겐 두 가지가 중요한 대화 주제였다"고 회상했다.
고국에선 쉽게 사다 먹는 '둘쎄 데 레체(우유에 설탕을 넣고 끓여 식힌 뒤 빵이나 과자에 발라 먹는 현지 음식)'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와 '로사리오(메시 고향)에서 온 그 15세 남자애 경기가 몇 시에 있는지'가 바로 그것이다.
메시는 2003~2004년 바르셀로라 C클럽(유스팀), 2004~2005년 바르셀로라 B클럽(FC바르셀로나 2군)을 거쳐 2004~2021년 바르샤에서 활약한 뒤 작년부터 파리생제르맹(PSG)에 몸담고 있다.
카시아리는 "2003-2004 시즌 37경기에 출전해 35골을 득점한 메시는 당시 (스페인에 사는 아르헨티나 동포들 사이에서) 미용실을 가든 술집을 가든 어디서든 입에 오르내렸다"고 전했다.
◇인터뷰 때마다 늘 지켜온 고국 말씨
카시아리는 메시가 오랜 스페인 생활에서도 인터뷰 때마다 아르헨티나 단어를 사용하고 고국 억양을 지켰던 모습에 주목했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는 같은 '카스테야노(스페인어)'를 사용하지만, 영국식과 미국식 영어 이상으로 억양과 자주 쓰는 단어에 차이가 있다. 억양을 지킨다는 건 그들에겐 자존심이기도 하다.
카시아리는 "타국 생활이 길어지면 이민자들도 악센트를 유지하는 게 진짜 어려워진다"며 "메시도 바르샤 10대 선수가 되고, 라리가와 국왕컵, 챔피언스리그에 가기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정말 힘들었을 텐데 늘 악센트를 유지했다"고 했다.
그는 "메시가 타국에 사는 우리 이민자들의 삶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줬는지, 우리가 단조로운 사회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고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어떻게 도왔는지를 다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빠, 왜 아르헨티나에서는 아빠를 죽일듯이 해?"
메시의 가장 아팠던 곳도 어루만졌다. 카시아리는 "어느덧 우리는 일생 최고의 선수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을 넘어, 그가 인터뷰할 때 고향 말을 까먹는지 감시하고 있었다"고 했다.
고국에서는 메시를 향해 '냉혈한', '돈만 밝히는 놈', '아르헨티나인이 아니라 갈리시아놈', '용병' 등의 모욕적 언사가 쏟아졌다고도 소개했다.
카시아리는 "나도 15년을 타국에서 살아 세상 가장 사랑하는 고국에서 경멸의 목소리를 듣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이해한다"며 "아들 티아고에게서 '아빠, 왜 아르헨티아에서는 아빠를 죽일듯이 해?'라는 말을 듣는 것만큼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시가 2016년 국가대표팀에서 물러난 것은 우리 이민자들에겐 안도감을 줬다"며 "그가 얼마나 조국을 사랑하고 탯줄을 끊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지 아는 우리는 그가 그렇게 고통받는 것을 볼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깜짝 소개된 엔소 페르난데스와의 인연
후배이자 같은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21)와의 인연도 소개됐다.
카시아리는 "2016년 메시가 모욕에 질려 대표팀을 그만두기로 했을 때 한 15세 소년이 페이스북에 '남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즐거우려고 남는 거죠. 그게 바로 사람들이 당신에게서 빼앗으려 하는 거고요'라는 글을 올렸다"고 했다.
이 글을 쓴 소년이 바로 엔소 페르난데스다.
메시는 결국 용기내 돌아왔고, 그는 자신을 비난하던 사람들의 입을 막아버렸다고 카시아리는 평했다.
아르헨티나인들을 감격시킨 한 마디. "뭘 봐, 이 바보야. 저리 꺼져."
◇메시가 돌아왔다…"뭘 봐, 이 바보야"
메시가 이번 월드컵 기간 인터뷰 중 네덜란드팀 골키퍼를 향해 내뱉은 이 말은 아르헨티나를 감동시켰다. 조금 거친 언사이지만 별다른 욕은 아닌 이 말이 동영상 리믹스로 계속 재생되고 티셔츠나 머그컵에 인쇄돼 불티나게 팔리며 화제가 된 건 아르헨티나 길거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바로 그 '고향말'이기 때문이다.
카시아리도 글에서 '말을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모든 질문에 예, 아니오 또는 감사하다는 단답만 한 뒤 시선을 아래로 내리던 소년'이라고 묘사했던 스페인에서의 메시는, 고국 아르헨티나 국민들 눈엔 수다스럽고 거친 아르헨티나 국민성을 잃어버린 '이제 유럽 사람 다 된 놈'이었다.
그런 메시가, 거친 언사와 아르헨티나 특유의 억양으로 국민성을 드러냈다는 게 별 거 아닌 그 말에 국민들이 환호한 이유였다.
카시아리는 "이민자들 중엔 두 종류가 있다. 스페인에 도착하자마자 트렁크를 옷장에 넣고 스페인식 악센트를 익히는 사람들과, 트렁크를 쥐고 전통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라며 "이 이야기는 15세의 그 리오넬이 트렁크를 옷장에 숨기고 스페인식 억양을 받아들였다면 결코 나오지 못했을 이야기"라고 맺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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