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끌어주고 창작극 받쳐주고…팬데믹 털고 도약한 뮤지컬계

임지우 2022. 12.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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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장 규모 4천억 첫 돌파 전망…창작 뮤지컬 약진·해외 진출 눈길
뮤지컬 '물랑루즈!'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타를 맞았던 뮤지컬 업계가 올 한 해 동안 회복을 넘어 완전한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인지도 높은 해외 대형 라이선스 극뿐 아니라 다양한 창작 뮤지컬 작품들도 국내외에서 사랑받으며 질적으로도 성장한 한 해였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오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엔데믹 보복 소비에 연간 매출 역대 최고…창작 뮤지컬 흥행 성과 기대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예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던 뮤지컬 시장 매출액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해 올해에는 집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24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 한 해 뮤지컬 티켓 총 판매액은 이달 22일 기준 3천984억 원으로 이달 말까지 4천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팬데믹 영향 아래 있던 지난해 매출액인 2천346억 원을 훌쩍 넘을 뿐 아니라 역대 최고 수치다.

이 같은 수치는 팬데믹으로 억눌려 있다 터져 나온 소비 욕구에, 해외 내한 공연과 대작 뮤지컬의 개막, 새로운 창작 뮤지컬의 시도가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뮤지컬 티켓예매 순위 상위권 10개 작품을 보면 '지킬 앤 하이드', '레베카', '아이다' 등 인지도 높은 해외 라이선스 작품과 '라이온 킹'의 해외 오리지널 내한 공연뿐 아니라 '웃는 남자', '마타하리', '엑스칼리버' 등 국내 창작 뮤지컬까지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

특히 '웃는 남자'와 '마타하리'는 그간 해외 라이선스 공연의 전유물이었던 대극장에서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증명하며 상반기 최대 흥행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한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인 '서편제'도 3분기 흥행작 10편에 이름을 올렸으며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영웅'도 이달 개막했다.

뮤지컬 '프리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지난 3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프리다'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12.24. mjkang@yna.co.kr

중·소극장에서도 다양한 창작 뮤지컬 공연 시도가 이어졌다. 202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던 창작 뮤지컬 '프리다'가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쳐 올해 상반기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이어도 비영어권 국가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등 국내 제작사의 존재감을 증명한 작품도 있었다. 하반기에 개막한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브로드웨이 공연 이후 해외 라이선스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였다. 원작에 적극적인 각색을 더한 '논 레플리카' 방식으로 만들어진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브로드웨이 공연과 차별화된 한국식 코미디를 적절히 더해 좋은 평가를 얻었다.

최근 개막한 '물랑루즈!'는 미국, 호주 등에서 공연한 뒤 아시아 국가에서는 처음으로는 한국에서 무대에 오른다. 이는 제작사인 CJ ENM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부터 공동 제작을 맡아 가능한 성과였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지난 9월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12.24 jin90@yna.co.kr

해외 진출·영화화 등 다양하게 확장한 K-뮤지컬

단계적인 개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국내 뮤지컬이 해외로 수출되고 국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첫 뮤지컬 영화가 만들어지는 등 뮤지컬 장르가 다양한 경로로 확장한 한 해기도 했다.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 사업에서 리딩 공연으로 출발한 뮤지컬 '마리 퀴리'는 2020년 성공적으로 국내에서 초연과 재연을 마치고 올해 일본으로 해외 라이선스 수출에 성공했다. 마나키 레이카 등 일본의 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이 참여해 내년 3월 도쿄와 오사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마리 퀴리' 한국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웅'은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뮤지컬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로 만들어졌다. 해외에서는 '캣츠', '시카고', '레미제라블' 등 많은 뮤지컬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코로나로 새로운 시도를 망설였던 제작사들이 올해에는 다양한 창작 시도를 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특히 '프리다'의 경우 창작극이 단계적인 개발 및 성장 과정을 거쳐 자리 잡은 바람직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마케팅 수사에 그쳤던 해외 진출이 구체적인 사례로 만들어지고 '영웅'이 영화화되는 등 일시적인 매출 신장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 뮤지컬의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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