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굽은 길·폭설 헤치고 달린 '그랜저 HEV' 진가 드러났다

정한결 기자 2022. 12. 24. 07: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정한결 기자.


하이브리드(HEV) 차량은 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에게는 솔깃한 선택지다. 가솔린·디젤 차량보다 빼어난 정숙성과 가속력, 안정적인 승차감을 갖춘 가운데 낮은 연비가 가장 큰 장점이다.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인데, 최근 친환경차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도 사전계약 물량 약 11만대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시작가만 4376만원으로 가솔린 모델보다 600만원 가까이 높지만, 과반이 넘는 소비자가 하이브리드를 택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가솔린과 과연 큰 차별점이 있는지,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에서 의왕시 백운호수까지 왕복 약 50㎞를 시승해봤다.

7세대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 모델은 외관상 차이가 없다. 호불호가 갈리는 일자형 통합 헤드라이트와 그릴부터, 1세대 '각 그랜저'를 오마주한 외부 디자인도 그대로다. 이전 모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고급스러운 실내와 넓은 레그룸, 수납공간도 확보했다. '원조 사장님차'답게 뒷좌석도 넉넉하며, 리클라이닝와 통풍시트 등 각종 고급 편의사양도 갖췄다.

/사진=정한결 기자.


차이점을 찾자면 주행감이다. 그랜저 가솔린·하이브리드 둘 다 묵직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이달 초 시승한 가솔린 모델의 경우 고속으로 전환할 때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저속과 고속구간 모두 잘 뻗어나가며 고속으로의 전환도 매끄럽다. 특히 모터를 사용하는 저속에서는 가속력을 갖춰 훨씬 부드럽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하이브리드 특유의 회생제동 이질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E-모션 드라이브' 기능이 적용됐는데, 속도 방지턱 등 불규칙한 노면에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고 흔들림을 저감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급가속 및 코너링 등의 빠른 조향 상황에서는 다이내믹하고 안정적인 운동 성능을 구현한다.

방지턱이 연속으로 열댓개 있는 의왕시 오전동 일대에서 이를 시험해봤다. 방지턱을 지나갈 때 승차감을 점검한 결과,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흔들림이 확실히 줄어 부드러웠다. 30~40㎞로 주행하면서 10번 중 7번은 매끄럽게 넘어갔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지나갈 때도 매끄럽게 넘어갔는데, 방지턱이 너무 클 경우에는 충격이 전해졌다.

/사진=정한결 기자.


하이브리드의 장점인 연비도 달릴수록 줄어드는 것이 계기판에 보였다. 현대차가 발표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리터(ℓ)당 18㎞다. 이날 시승에서는 폭설과 한파로 도로 위에 얼음과 눈이 쌓였음에도 15.5㎞/ℓ를 기록했다.

별도의 연비주행을 하지 않고 언덕과 산, 시내, 고속도로 등 다양한 도로를 주행했는데, 달리면 달릴수록 연비가 늘었다. 1㎞ 이하 주행거리에서는 연비가 3~7㎞/ℓ를 기록했고, 10㎞ 이상을 달렸을 때는 연비가 주행거리와 비슷했다. 30㎞를 넘게 달리자 연비도 15㎞/ℓ로 올랐다. 고속도로를 주행하거나 더 긴 거리를 달렸다면 연비 역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정숙성도 보다 빼어나다. 현대차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계측해 실시간으로 역위상의 음파를 생성해 소음을 상쇄하는 ANC-R 기술을 탑재하고, 이중 접합 차음 유리·도어 3중 실링 구조·분리형 카펫·흡음 타이어를 장착해 정숙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타보면 저속에서든 고속에서든 풍절음과 외부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특히 하이브리드는 저속에서 전기 모터를 사용하기에 전기차처럼 고요하다.

/사진=정한결 기자.


흠이라면 가격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난과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현대차·기아의 평균 100만원 가량 인상됐다. 가뜩이나 비싼 하이브리드는 더 많이 올랐다. 친환경차 혜택을 받을 수는 있지만 풀옵션 탑재시 가격은 58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7세대 그랜저는 오른 가격만큼의 가치를 보여주는 차다. 그동안 '아빠차' 이미지로 굳었던 그랜저였지만, 이번에 실내를 개선하면서 '원조 사장님차' 본연의 럭셔리스러움을 되살렸다. 연비를 생각하면 하이브리드를 모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이번 7세대 그랜저 2.5리터 GDI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11.7㎞/ℓ, 3.5리터 GDI 모델이 10.4㎞/ℓ로 하이브리드 모델과 약 8㎞/ℓ 가량 차이 난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