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고시원 인구, 청년 첫 추월…“이 돈에 살 곳은 여기 뿐”
[앵커]
겨우 한 몸 누일 수 있는 좁은 고시원 방이나 지하, 옥탑방에 사는 이들이 여전히 176만 명으로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노인들의 주거 문제가 심각한데, 청년들의 임시 거처였던 고시원에 이젠 노인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주거 빈곤 노인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방법은 없는지 계현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신림동 고시촌 끝자락.
80대 황 모 씨는 한 평 남짓한 지하 단칸방에 삽니다.
난방비도 없어 한겨울 추위는 이불 세 겹으로 버텨냅니다.
기초 연금 35만 원이 수입의 전부인데, 월세와 치료비를 내면 남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황○○/고시원 거주 노인 : "갈 데도 없고, 다리도 아프고 나갈 그것도 못 됩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요즘 메마른 세상에 누가 도와주겠습니까? 사는 게 사는 거 아닙니다."]
70대 정 모 씨가 한 몸 누일 곳도 창문 없는 월세 30만 원짜리 고시원뿐입니다.
방 15개가 있는 한 층에 화장실은 단 하나.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에 들려오는 소음은 고역입니다.
[정○○/고시원 거주 노인 : "고성에 막 진짜 스트레스 받아요. 창문도 없지. 계속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러려니하고 사는 거죠."]
이들처럼 고시원 등 집이 아닌 곳에 사는 노인은 10만여 가구.
5년 동안 청년은 2만 가구 줄었는데 노인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노인 빈곤 가구는 목돈이 없어 보증금을 낼 수 없고 결국 월세만 내면 지낼 수 있는 고시원으로 밀려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주거 복지 정책은 청년층에 편중돼있습니다.
공공임대 가운데 청년을 주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은 지금까지 13만 호가 공급된 반면, 고령자 복지 주택은 3천 호가 채 안 됩니다.
게다가 공공 임대 예산은 내년에 5조 원 더 줄어듭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빠르게 초고령 사회가 되어가는데, 대비는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죠. 열악한 주거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거든요. 노인 맞춤형 공공임대 주택 공급이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좋은 입지에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공공주택도 소득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
계현우 기자 (ky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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