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 자랑한 그림은…제우스의 ‘번개’와 ‘반신반인’ 주인공[尹대통령이 반한 화가②]
학습장애 있던 주인공, 신들의 전쟁 막기 위해 나서
尹대통령, ‘수학’ 중요성 강조…장애 딛은 작가 소개
김 작가 “발달장애인 예술가보다 현대미술가로 불리길”
픽셀 드로잉 아티스트 김현우 작가 ‘픽셀의 기억’ 전시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소개한 픽셀 드로잉 아티스트 김현우 작가의 작품 ‘퍼시 잭슨 수학드로잉’은 미국의 작가 릭 라이어던이 그리스로마신화를 주제로 집필한 판타지 소설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2010년 영화로도 개봉한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고대 그리스 신들과 함께 공존하는 현대도시에서 사는 퍼시 잭슨이 주인공이다. 17세의 퍼시 잭슨은 난독증으로 인한 주의력 결핍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의 번개가 사라지는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받는다. 자신이 바다를 지배하는 신 ‘포세이돈’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포세이돈으로부터 물려받은 물을 다루는 능력을 깨닫고 신들의 전쟁을 막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 작가의 ‘퍼시잭슨 수학드로잉’에서 노란색과 주황색, 빨간색의 강렬한 색감은 제우스의 ‘번개’를 상징한다. 그 위에 도형, 기호, 숫자로 만든 수학공식을 통해 ‘퍼시잭슨’을 형상화했다. 작가는 난독증으로 학습장애가 있지만 사실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특별한 능력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퍼시 잭슨과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지만 예술적으로 그리스로마신들과 마주하는 자신을 동일시했을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21일 한미정상회담 단독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용산 대통령실 5층 집무실에 걸려있는 이 작품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원천기술의 근본은 수학이라며 기술동맹을 언급했다. 장애를 극복하고 화가가 된 김 작가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처음 김 작가의 전시를 찾았을 때 특히 수학드로잉 시리즈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김 작가는 6월17일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김 작가와 정상회담을 했던 자리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힘내시고, 좋은 일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고 김 작가는 떠올렸다. 해당 작품은 이후 8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최된 장애인예술가들의 특별전시회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에도 전시됐다.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퍼시 잭슨 수학드로잉’ 작품은 춘추관에서 대여돼 특별 전시됐다.
윤 대통령의 자택 거실에 걸려있는 김 작가의 ‘바다 모래 수학드로잉’도 작가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 흠뻑 빠져있을 때 탄생한 작품이다. 통상 작품명 앞에 그리스로마신의 이름이 붙는 반면 이 작품은 ‘바다 모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차별점이다.
쉬면서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김 작가는 그리스로마신화나 삼국지와 같이 장대한 서사와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고전을 좋아한다. 김 작가는 “클래식이나, 비틀스, 그리스로마신화 책에서 주로 영감을 받습니다”라고 밝혔다. ‘수학드로잉’ 시리즈에는 쇼팽과 베토벤도 있다.
김 작가의 어머니이자 전시 기획자인 김성원씨는 “현우 작업은 당시는 저도 모르고 그냥 묻히는 것도 많은데 후에 어떤 인연이나 계기를 통해 서서히 얼개가 풀리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아들의 작품을 이해하고 의미를 찾아 대중과 연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김씨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고, 또 찾아지고, 여전히 묻히기도 하는 것이 우리 인간사와 같다”며 “모든 예술에서 장애 예술의 존재도 그렇고, 우리 개인도 모든 것을 다 풀 수 있고 모든 것이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적인 인식의 장벽은 존재한다. 김 작가에게 어떤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분을 물었더니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평소 김 작가는 자신이 ‘발달장애인 예술가’보다 ‘현대미술가’라고 불리기를 바란다. 처음 기자를 만나 자기소개를 강조했던 것도 그런 이유일 터다. 김 작가는 모든 예술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혜의 대상’이라는 시선보다 ‘차별 없는 예술가’로 인식되기를 원한다.
김 작가의 향후 계획은 “전시”다. 목표는 “미국에서의 전시”다. 내년에는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캐나다에서 전시 계획이 있다. 이번 ‘픽셀의 기억’ 개인전은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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