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존재' '관계' 흔적의 사유…'흔적의 흔적'展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동양화를 전공한 젊은 작가 7인이 각자의 세계관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드러낸 '흔적의 흔적'(Trace the Trace) 전이 2023년 1월20일까지 서울 중구 금산갤러리에서 개최된다.
◇ 김지훈, '벽'을 들어내다
김지훈 작가는 다양한 색을 통해 다채로운 인간사회를 추상적으로 드러낸 '댄싱라인'을 선보였다. 2011년부터 인간 사이의 드러나지 않은 '벽'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한 작가는 올해 '벽'을 들어냈다. '벽'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중에서 춤추는 '선'이 자유분방하게 내려앉는다.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 선들은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작동 방식이다. 작가는 "'연결된 벽' 연작에서 '댄싱라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며 작품이 더욱 자유롭고 에너제틱해 진다. 춤추는 선들과 다채로운 색들은 인간세상의 에너지다"라고 정의했다.
◇ 작가 성소민…파고, 또 잊고, 파고, 기억하고
성소민 작가는 조각도를 이용해 목판을 판다. 새겨진 것은 형태를 알 수 없다. 거침없고 투박하다. 통상적으로 각인은 소중한 무언가를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함이지만 작품 속 '각인'은 마치 상처 자국처럼 아프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겪고 경험한 일이나 시간이 지나면 당시의 상황과는 어딘가 달라지고 왜곡되고 잊힌 채로 기억이 남는다"고 말한다. 조각도를 이용해 표면을 파낸 무질서한 흔적은 우리의 '기억'과 다름 없다.
"망각과 왜곡이 뒤섞여도 기억은 남아 나를 이룬다. 그래서 파고, 또 잊고, 파고, 기억하고...."(작가노트 중에서)
◇ 이혜진, 기억하려는 '과거' 보존하려는 '흔적'
이혜진 작가는 경계선을 설정해 과거의 흔적을 보존한다. 흐릿한 인공 구조물과 달리 나무와 풀, 흙은 진하다 못해 까맣다. 작품 속 공간은 모두 실재하는 장소다. 이곳을 시간 간격을 두고 되찾고, 사라져가는 흔적을 기록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구현하고 서로 다른 시간을 중첩해 제3의 공간이 건축된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공간으로부터 전해지는 울림, 되살아나는 기억의 잔상은 공간에 시간의 차원을 더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고 했다.
◇ 장현호, '먹빛 나무' 그때는 언제일까
장현호 작가는 장지에 먹을 이용해 '어느 순간'의 나무와 숲을 그린다. 장지에 드러난 '나무'는 강한 힘을 내뿜지만 아침 햇살을 받은 때인지, 한낮인지, 저녁노을을 받아들인 때인지,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인지 알 수 없다.
작가는 "찰나의 순간, 빛을 받은 나무를 먹빛으로 표현해 냈을 때 사람들은 각자 다른 시간 때를 상상한다"고 했다.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나무와 나, 제3자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는 점을 '찰나의 순간'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찰나의 순간을 찍어 작품으로 옮긴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실의 순간을 보다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정서원, 기억의 편린으로 뒤덮힌 안식처
정서원 작가의 '완벽한 거짓의 재구성'은 선인장과 꽃, 나무 테이블, 형형색색의 식물, 커튼 등이 무질서하지만 마치 있어야할 곳에 있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불안정한' 현실을 마주할 때면 어릴 적 할머니집에서 나무와 풀을 보던 '놀이'(산책)로 환기한다. 작품은 더 궁극으로의 '환기'라는 인상을 준다. 각자 다른 장소에 있던 기억의 편린들을 한자리에 모아 이상향을 구축하는 식이다.
아무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일기를 쓰는 것에서 작품을 시작했다는 작가는 "일기장을 꾸며내듯 화면을 나의 영역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나에겐 부드럽고 만만한 놀이와 같다. 이를 통해 안정감과 아늑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 하수민, '사진→회화' 주관적 감성의 기록
하수민 작가의 '95.10.21'은, 이날 어느 순간이 실제로 존재했던 시간이다. 작가가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던 공간과 시간이지만 마치 '존재'했던 것처럼 생생하다.
작가는 과거의 사진을 의도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사진을 평면으로 옮기는 작업 방식은 새로운 서사의 구축이고 주관적 감성의 기록이다.
작가는 "나의 작업은 과거를 다시 불러내는 행위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면 속에 저장하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 허유, 왓 이즈 블루(What is Blue)
허유 작가는 대학에서 철학을 복수전공했다. '존재'(Being)에 대한 사유에 몰두하는 작가는 작품 '왓 이즈 블루'에 이를 투영한다. 따로 놓여있는 열두개의 원, 진짜 '블루'는 무엇인가. 작가는 현재에 집중해 이에 대한 흔적만 남길 뿐 다른 목적이나 이상은 설정하지 않는다. 정답이 아닌 과정에의 집중이다.
작가는 "어떤 궁극적이고 완전한 것은 일종의 목적으로서 단지 대상으로서만 존재할 뿐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것들은 이미 그 자체로 형형색색 존재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복사물인지 스크린인지 그 무엇인지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경험하기로 했다"고 설정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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