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그 후]'민식이법' 1000일…어린이 교통사고는 제자리, 왜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건널목을 지나던 김민식군(당시 9세)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2020년 3월 일명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도입됐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인명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였다.
민식이법은 국회의원 220명의 찬성표를 얻어 시행됐다. 법안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통행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하고 △신호등·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안전 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자를 가중처벌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1000일을 넘겼지만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는 여전하다. 신호등과 무인단속카메라 대수는 늘었지만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제자리여서다. 법제처가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도록 권고한 가운데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경찰청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은 2019년 12월 기준 1만344대에서 지난 6월 기준으로 1만4171대로 늘었다. 무인단속카메라장비도 2019년 12월 기준 870개에서 지난 9월 기준으로 7456개로 급증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법규 위반은 줄지 않았다. 단속카메라가 늘어난 만큼 적발 건수와 과태료도 증가한 것이다.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카메라 단속 건수는 2020년 162만1505건에서 지난 1월~11월 514만1780건으로 3.17배 늘었다. 부과된 과태료 액수도 같은 기간 3.07배 증가했다.
반면 민식이법의 입법 취지인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건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2020년 483건(사망 3명·부상 507명), 2021년 523건(사망 2명·부상 563명), 2022년 1~9월 399건(사망 1명·부상398명, 잠정 집계)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반기 통계가 포함되면 사고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2년 반이 넘었지만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에 신호등과 무인단속카메라가 갖춰진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오후 4시57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후문 앞에서는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A군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신호등이나 무인단속카메라가 없었다.
지자체에서는 도로 사정상 교통 단속 장비를 설치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사고 현장은) 사람과 차가 양방향으로 다닐 수 있는 보차도혼용도로라서 과속 측정이 되지 않는 곳이었다"며 "무인 교통 단속 장비는 도로의 노란 선 바깥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도로 폭이 4.5m가량으로 인도가 설치되지 못할 만큼 좁은 구간이라 지주 설치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도로 사정에 따라 학교 앞문에는 교통 단속 장비를 설치해도 뒷문에는 설치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A군이 사고를 당한 초등학교 후문에는 교통 단속 장비가 없었지만, 해당 초등학교 정문 인근에는 인도와 함께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과속 단속 장비가 있었다. 이런 경우 후문은 교통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민식이법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며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제처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년 제2회 국가행정법제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입법영향분석에 따른 제도개선 과제를 논의하고 시간·요일과 무관하게 상시 적용되는 어린이보호구역의 속도 제한 규제를 완화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더라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을 위해 민식이법의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여론에 따라서 사회적 규제가 완화되고 강화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운전자들에게 교통안전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무혁 도로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아무리 처벌 수위를 높이고 교통안전 시설물을 확충해도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은 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운전자의 편의도 존중해야 하지만 어린이들의 교통안전을 위해 특별히 지정한 스쿨존 내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일반 도로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심층적인 검토를 해야할 것"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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