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론·긴축 공포에 몸살 앓는 뉴욕증시

백지현 2022. 12.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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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브리핑]
마이크론 어닝쇼크에 반도체 업종 지수 급락
나이키·페덱스 실적 호조 덕에 '방긋'

지난주 뉴욕증시는 반도체 위기론 속 암울한 장세를 보였다. 반도체 대표종목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가 어닝쇼크로 추락하면서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에도 저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반면 서프라이즈 실적을 낸 나이키, 페덱스 등은 웃었다. 적극적인 경영 대응에 투자자 심리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주 후반에는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경기지표로 긴축 우려가 불거졌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고용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자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Fed)이 공격적인 긴축을 이어갈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실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재고 조정에 부진한 마이크론, 주가도 급락 

이번 주 뉴욕증시에서는 마이크론의 어닝쇼크에 반도체 업종이 흔들렸다. 

21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47% 감소한 40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컨센서스인 41억4000만달러를 밑돈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1억달러에 달했다. 마이크론이 영업적자를 낸 건 7년만이다. IT 수요가 줄고 고객사들이 재고를 조정함에 따라 출하량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이에 마이크론은 자발적인 구조조정안을 꺼내들었다. 마이크론은 내년까지 직원 수를 10%가량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마이크론의 직원 수는 4만8000명으로 약 5000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에 따른 예상 비용은 3000만달러로 추산된다. 

부진한 실적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매출액이 36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반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업계가 13년 간 가장 심한 불균형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로이터통신은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지정학적 긴장, 중국의 봉쇄 조치가 투자와 수요를 억제하고 이는 PC와 스마트폰 시장을 타격했다"며 "지난해 반도체 공급 쇼티지와 정반대 상황이 됐으며, 노트북부터 차량에 이르는 관련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마이크론의 시간외 주가는 2% 넘게 하락했고, 다음날인 22일에는 3% 내리며 낙폭을 확대했다. 반도체 업황 전반에 대한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같은 날 4%가량 빠졌다.

경기지표 호조에 시장은 울상

암울한 시장 속에서도 웃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나이키와 페덱스였다, 나이키 9~11월 매출액은 133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7% 증가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125억7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나이키는 지난 분기까지 재고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재고는 93억달러로 전년대비 43% 증가했는데, 전분기 대비로는 4% 감소해 재고 규모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페덱스의 매출액은 228억달러로 시장예상치인 237억달러를 하회했다. 그러나 비용절감이 투자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페덱스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에 대응해 올 비용을 10억달러 추가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나이키와 페덱스 주가는 각각 12%, 3%씩 올랐다. 

한편, 뉴욕증시는 경기지표가 예상 밖 호조 속 암울했다. 시장은 연초 전세계적으로 긴축 정책이 시작된 이후 고용과 경기가 견실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지표가 나오면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3.2%를 기록했다.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인 2.9%, 10월 발표된 속보치인 2.6% 대비 상향조정됐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강세를 보여 뒷받침한 덕분이다. 개인 소비지출 증가율은 2.3%로 잠정치인 1.7%보다 상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용지표도 호조를 나타냈다. 12월 3주차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6000건으로 직전 주 대비 2000건 늘어났다. 그러나 전망치인 22만2000건을 밑돌아 여전히 탄탄한 고용시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소비와 고용이 견조할 것이란 신호에 증시는 연준이 내년에도 공격적인 긴축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렸다. 시카고 페드와치에 따르면 연준이 내년 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55%인 반면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20%로 집계된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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