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품소비↓·근원물가 약간↑”···“강하면 긴축걱정·약하면 침체우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크리스마스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21%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59% 0.53% 올랐는데요.
이날 관심이 쏠렸던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반적으로 예측치와 부합한 가운데 근원 PCE가 전년 대비 다소 높게 나왔습니다. 소비는 생각보다 덜했는데요. 반면 미시간대의 인플레이션 기대는 12월 확정치가 하향조정됐고, 소비자 심리는 올라갔습니다.
이날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뒤섞여 있었는데요.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도 지난 달에 5.8% 늘어나면서 두 달째 깜짝 증가세를 보여줬습니다.
미 전국적으로는 눈폭풍에 6600편 이상의 항공기가 운항에 차질을 빚고 100만 가구 이상이 정전됐다고 하는데요. 상원에 이어 미 하원이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2023 회계연도 예산법안을 가결 처리했습니다. 처리 시한인 이날 관련 절차를 끝내면서 셧다운도 피했죠. 오늘은 11월 PCE와 함께 소비, 인플레이션 기대,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PCE부터 보죠. 이날 나온 11월 PCE가 전년 대비 5.5%, 전월 대비 0.1% 상승했는데요. 월가의 전망치와 같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한 수치는 5%대에 들어왔는데요.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CE는 1년 전에 비해 4.7%, 1달 전 대비 0.2% 올랐습니다. 큰 틀에서 예상 범위 수준이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물가압력이 완화하는 환영할만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하지만 전년비 근원 PCE가 예상치(4.6%)를 소폭 웃돌았습니다. 전월비 근원 PCE도 10월 수치가 기존의 0.2%에서 0.3%로 상향 조정됐는데요. 절대적인 수치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타깃(2%)을 고려하면 너무 높죠.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연 3.749%까지 올랐습니다. 데이비드 베셀 브루킹스 연구소 디렉터는 “방향은 맞으나 연준이 만족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라며 “연준이 긴축에 관해 말하는 것들을 믿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인플레이션 기대는 확실히 떨어졌습니다. 이날 미시간대가 내놓은 12월 인플레이션 기대 확정치를 보면 1년이 4.4%로 9일이 나왔던 잠정치(4.6%)보다 0.2%포인트(p) 낮아졌는데요. 18개월 만의 최저치라고 하죠. 중요한 장기 인플레 기대(5년 이상)도 당초 3.0%에서 2.9%로 내려왔습니다. 명확히 증시에 플러스 요인이었죠.
반면 소비는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PCE를 보면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 사이버 먼데이가 낀 11월의 개인소비가 전월 대비 0.1% 증가, 10월(0.9%)보다 증가세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개인소비는 마이너스를 보였던 7월(-0.1%) 이후 8월(0.7%), 9월(0.6%) 등으로 꾸준히 늘어왔죠.
10월 수치가 기존 0.5%에서 0.9%로 수정됐다는 점에서 11월 수요가 조기 세일에 10월로 앞당겨졌다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최근 분위기가 썩 좋은 건 아닌데요. 멜리사 민코우 CI&T의 소매전략 디렉터는 “연휴시즌(11~12월) 초기의 판매성장률이 미미했다는 데 시장의 합의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며 “경제는 모두에게 꽤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개인소비지출도 11월에 0.0%로 전망치(0.1%)를 밑돌았죠. 이 대목이 이날 증시 약세 요인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침체와 관련 있는 만큼 좀 더 세부적으로 보겠습니다. 11월 개인의 상품소비가 전월 대비 -1.0%를 기록, 7월(-0.1%) 이후 다시 마이너스 전환했는데요. 이중 자동차 같은 내구재는 감소율이 -2.3%에 달합니다. 5월(-1.3%) 이후 첫 감소인데요. 인플레도 내려갔지만 경기도 함께 가라앉는 신호를 보이는 겁니다. 케일라 브룬 모닝 컨설트의 경제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소비에 큰 하방압력”이라며 “저임금 노동자들은 인플레이션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다만, 서비스는 0.7%로 10월(0.7%)과 같습니다. 상품과 달리 견조한 수요를 보여주는 건데요. 서비스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도 11월에 0.3%로 전달(0.3%)과 동일하죠. 베로니카 클라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상품수요는 약해지고 있지만 모든 서비스 분야는 꽤 좋아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리하면, 인플레이션은 내려가고 있지만 빠르지 않으며 침체 우려를 키우는 소비가 둔화하는 가운데 서비스 지출이 상대적으로 좋아 다른 측면에서 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겁니다. 개인들의 지속적인 서비스 소비는 서비스 임금과 물가를 높게 만들고 이는 긴축을 더 오래가게 하는데요. ‘더 높게 더 오래가는 긴축=침체 가능성 급등’이죠. 제이 솔 UBS 애널리스트는 “저축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소비자가 줄고 있고 더 많은 이들이 재정적으로 불안정하거나 매우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소비자 지출에 더 해로울 것이라는 높은 리스크를 보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여기에는 반대의 시각도 있는데요. 노동이 여전히 강하다는 거죠. 물가를 감안한 개인 가처분소득도 11월 증가율이 0.3%로 10월(0.4%)보다 약간 떨어졌지만 나쁘지 않았는데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는 4분기 미국 성장률을 이날 연율기준 3.7%로 1%p나 올려잡았습니다.
이 정도되면 헷갈립니다. 이날 증시도 오락가락했는데요.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지금은 경기침체가 아니지만 내년에는 침체가 올 것”이라며 “소비는 내년을 꽤 자신있게 시작하겠지만 2분기과 3분기에 연속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다. 상품은 내년에 서비스보다 더 급격하게 소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아직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부분이나 지표가 있을 수는 있어도 연준이 지금 같은 추세로 긴축을 계속하면 어떤 식으로든 경기는 둔화할 수밖에 없는데요. 경기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이 어느 수준까지는 내려가고 인플레이션 기대도 떨어지겠죠. 현재도 그렇구요.
하지만 침체를 피할 수 있느냐는 별개입니다.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생각보다 강한 경제와 임금수입은 추가 긴축을 불러올 근거가 되죠. 톰 시몬스 제프리스의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의 침체는 전통적인 것으로 기업 이익의 상당한 축소에 따른 인력감축이 일어나고 그 뒤에 경기둔화와 인플레 하락으로 번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생각은 다릅니다. 먼저 그는 “대개 침체는 조용히 오며 최고경영자(CEO)들은 경기침체를 자기 입 밖에 절대로 내지 않는데 이제는 CEO들이 스스로 침체를 얘기한다”며 “TV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침체를 말한다. 나는 이런 적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내리기 위해 긴축을 하면 침체를 불러오게 된다"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모두가 침체를 예상하고 있어 이것이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바꿔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준이 과도하게 긴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는데요.
60~70% 안팎의 전문가와 국민들이 침체를 전망하는 상황이 스스로 투자와 소비를 줄여 추가적인 긴축 없이도 물가를 잡고 고용을 둔화시킬 수도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는 내년 월간 일자리 증가 10만 개를 볼 수 있을 것이며 기본적으로는 제로 수준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침체의 신호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소렌 스코우 해운회사 머스크의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수요감소와 공급 병목현상 완화에 해운운임이 피크를 찍고 둔화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머스크는 내년에 해운 수요가 -2~-4%일 것으로 봅니다. 페덱스는 일 평균 소포 물량이 10.2% 하락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특히 공급망 문제의 해소에도 예전 같은 수준의 정상화는 갈 길이 먼 듯합니다. CNBC가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전미소매업협회와 미국 의류 및 신발협회, 공급망 관리협회 등에 소속돼 있는 기업 341곳의 물류 담당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공급망의 정상화 시점으로 2024년을 제시한 이들이 30%로 가장 많았는데요. 2023년(19%)과 절대 오지 않음(12%), 2025년(10%), 2025년 이후(7%) 등이었습니다. 잘 모르겠다/불확실하다도 22%에 달했는데요. 최소 59%가 2024년 이후라고 답한 꼴입니다.
특히 급격하게 증가한 재고 탓에 창고시설 이용 비용이 400%나 높아졌다고 하죠. 재러드 그로스 JP모건 자산운용의 기관 포트폴리오 전략 헤드는 “투자자들은 내년에도 공급망과 산업정책, 에너지, 안보가 미치는 영향을 계속해서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제유가가 대표적인데요. 러시아가 서방의 가격상한제에 대응해 감산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국제유가가 뛰었습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의 내년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날보다 2.07달러(2.67%) 오른 배럴당 79.56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유가는 인플레와 관련 있기 때문에 잘 봐야 하죠. 금과 은, 구리 등도 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보겠습니다. 좁은 의미의 산타랠리 기간의 첫 날이었던 23일 증시는 혼조세를 보이다가 상승 마감했는데요. 어쨌든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을 산타랠리 기간이라고 본다고 합니다. 특히 3대 대규모 산타랠리는 2008~2009년, 1974~1975년, 1973~1974년처럼 경기침체기에 발생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침체 우려가 많으니 혹시나 한다는 건데요. CNBC는 “올해 마지막으로 가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는 깜짝 산타랠리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22년 거래일이 앞으로 4일밖에 안 남았습니다. T3라이브닷컴의 파트너 스콧 레들러는 “다음 주는 꽤 까다로울 것이다. 많은 이들이 휴가를 갔기 때문에 거래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애플은 주당 129달러, 테슬라는 122달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연말 증시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테퍼의 인터뷰 때문에 탈선했다”고 했는데요. 앞서 억만장자 데이비드 테퍼는 CNBC에 “나는 주식매도(short) 쪽에 기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피터 치르 아카데미 증권의 거시 전략 헤드도 “나는 (당분간) 유동성의 깊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매일, 그리고 주간의 옵션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작은 소식에도 시장의 움직임을 과장되기 키우고 있다”고 걱정했는데요.
일본의 뒤늦은 움직임도 계속 리스크 요인입니다. 앞서 10년 만기 국채금리 변동폭을 0.25%에서 0.5%로 올린 일본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7%로 나오면서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이는 일본의 추가 금리인상 움직임을 부채질하는데요. ‘미스터 엔’이라고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가 내년 1월 일본은행(BOJ)이 국채금리 변동폭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하기도 했죠.
이날 블룸버그의 소날리 바삭 기자가 고인이 된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 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되새기며 “그는 절대로 낙관적인 사람을 채권 펀드매니저로 뽑지 마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주식은 채권과 다르고 가능한 한 돈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말인데요.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소날리 바삭이 평소 제 생각과 비슷한 얘기를 추가로 적었는데요. 그는 “마이너드가 나를 부정적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내가 그에게서 얻은 것은 금융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다. 모든 위험을 고려하라(consider all risks)는 것”이라고 했죠.
‘3분 월스트리트’의 임무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위험을 살필 수 있게 돕는 것, 그것이 3분 월스트리트가 독자 분들께 해드리려는 건데요.
특히 지금은 경기가 강하면 연준발 침체, 약하면 스스로 곧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투자자에게는 최악인데요.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는 “강한 소비와 더 높은 성장은 (연준의 더 강한 긴축을 불러와) 증시에 간접적으로 나쁜 반면 지출과 성장 둔화는 기업어닝 감소를 뜻하기에 직접적으로 나쁜 상황이다. 코너에 몰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26일(화)은 크리스마스 연휴에 따른 휴장입니다. 27일에는 10월 케이스-실러 주택지수, 28일에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나오는데요.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고 한국 시간 27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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