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2년 전으로…정부는 '다주택자 카드'
서울 -0.72% 또 최대 낙폭 기록…30주 연속 하락세
정부, 경제정책방향 통해 다주택자 규제 대대적 완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해 오른 만큼 올해 집값이 떨어진 결과인데요. 특히 노원구와 도봉구, 성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은 주간 낙폭이 1%대를 넘어서는 등 하락세가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2년 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 경고음이 더욱 커지자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과 대출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해줬습니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다주택자들을 거래 시장에 참여시켜 시장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방안에도 하락세는 내년까지 지속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노원구, 주간 낙폭 1%대 넘겨…서울 내 최대 폭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1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73% 하락하며 전주(-0.64%)보다 낙폭이 더욱 확대했습니다. 부동산원이 2012년 5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낙폭인데요. 매주 기록을 갈아치우며 집값이 그야말로 '추락'하는 모양새입니다.
수도권과 지방도 낙폭이 커졌습니다. 수도권은 전주 -0.79%에서 이번 주 -0.91%로 하락 폭이 크게 확대했고요. 지방도 같은 기간 -0.50%에서 -0.55%로 낙폭이 확대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0.72%를 기록하며 30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역대 최대 낙폭을 경신했습니다. 7주째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특히 노원구와 도봉구, 성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은 그야말로 바닥없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주 이 지역들의 주간 낙폭은 처음으로 1%대를 넘겼습니다.
노원구는 1.34% 하락하면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요. 도봉구는 1.26%, 성북구는 1.03% 각각 하락했습니다.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값 하락세는 다소 잦아들었습니다. 송파구의 경우 전주 -0.81%에서 이번 주 -0.75%로 낙폭이 줄었고요. 강남구(-0.44%)와 서초구(-0.27%)의 경우 전주와 같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연말 겨울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추가 하락 우려에 따라 매수 문의가 급감한 상황"이라며 "매도자 사정에 따른 급매물만 간헐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등 지난주 대비 하락 폭 확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지난해 오른만큼 하락…규제완화책 무용지물
올해 하반기 들어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년 전 수준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서울의 올해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이 -0.61%를 기록하며 지난해 상승률(6.55%)에 근접한 건데요. 지난해 집값이 오른 만큼 떨어진 셈입니다.
특히 노원구(-10.94%)와 도봉구(-10.72%) 등 서울 외곽 지역의 경우 지난해 오른 것보다 집값이 더 떨어져 눈길을 끕니다.
지난 수년간 집값이 급등해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집값이 어느 정도 하락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락세가 너무 가팔라지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산 이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데요.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앞으로 주택 가격이 올해 6월 말보다 20% 떨어지면 대출자 100명 가운데 5명은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은 부동산업과 건설업 등 관련 업종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저하할 수 있다"며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사업성을 악화시켜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규제 완화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2023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고 양도세 중과 배제는 1년간 연장하는 방안 등을 내놨습니다.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로 해제했고요. 내년 초에는 규제지역을 추가로 해제하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관련 기사: 다주택자 '세금·대출' 숨통 터줬다…연착륙 구원투수 될까(12월 22일)
시장에서는 이번 방안으로 다주택자들이 일부 급매물을 소화하는 등 거래가 다소 살아날 수는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장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집값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속절없이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기존 실수요 중심의 대책에서 벗어나 다주택자까지 거래 시장에 참여시켜 시장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하지만 높은 이자 부담과 주택 시장 침체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은 수요자들의 관심 환기와 급매물 소진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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