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다 이건 훨씬 심각” 인구 전문가가 꼬집은 한국의 문제점은 [한중일 톺아보기]
◆ 한국 저성장 쇼크 ◆
한국이 직면해 있는 상황에 대해 인구학 전문가 이상림 박사를 만나 궁금점들을 해소해 보았습니다. 다음은 일문 일답 발췌.
일본같은 경우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0%정도 되고요. 75세 이상 노인인구도 15%정도 됩니다. 아이가 조금 태어나는 것은 교육시장 축소라든가 학교 교육체제 문제라든가 이런 문제를 유발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회에 큰 변화를 주고 재정적으로나 경제와 관련된 실질적 역량을 줄이는 것은 노인이 많아지는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 고령화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출산 문제를 포기해야 되는 건 절대 아니라는 점. 또 하나는 고령화에 집중 하다보면 노인이 많아지고 노인 복지가 늘어나는 것만을 고령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노인이 많아져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 우리 사회 전반에 다른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거든요. 노인의 복지 문제로만 축소하려 하지말고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 노인들이 많아지면 활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청년들은 노인이 많은 지역을 떠나 수도권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죠. 지역간 불평등이 더 커지고 지역 교육 체계가 무너지고, 중산층이 떠나면서 빈곤화는 더 가속화되고, 생각지 못했던 다른 많은 문제들이 나타납니다. 인구문제는 문제 발생 이후에도 그게 인구 문제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예컨데, 국내 가요시장이 1990년대 제일 컸는데 몰락 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불법 음반 때문이다, IMF 영향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제가 보기에 가장 핵심은 대중문화 최대 소비층인 국내 2030 인구, 청년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나타나고 나서도 인구 때문인지 몰랐던 거죠.
1.0 대가 무너졌던 사례들이 독일이 통일됐을 때 동독 지역, 그리고 동구권이 1990년대 초에 무너지면서 정도 거든요. 사회 시스템이 붕괴됐으니까요.
한국 출산율이 특히 문제인게 2008년께 있었던 글로벌 경제위기라든지 그 이전 IMF 위기라든지 그런 특별한 사유가 없어요. 그런데도 2010년대 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금융 위기 같은 위기가 생기면 출산율이 떨어졌다가도 다시 어느 정도 회복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지금 5년 넘게 회복 기미가 안 나타나고 있어요. 굉장히 위험한 신호 입니다. 문제의 수준뿐 아니라 질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가족을 가지려는 욕구, 아이를 키우려고 하는 수요 자체가 달라졌어요. 그러니까 옛날엔 비용 문제가 해결되면 아이를 낳게 될 것이라고 봤는데, 지금은 비용 문제가 해결돼도 아마 아이를 낳는 선택을 청년들이 하지 않을것 같아요.
굉장히 다른 가치관을 가진 청년들이 나타난 건데요. 그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이 1990년대 후반에 IMF를 겪으면서 사회가 굉장히 빠르게 변했고 가족과의 친밀성이라든지 가족 간의 관계에서 행복감을 느낀 경험이 적어졌던 것을 요인으로 생각합니다. 가족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거죠.
가족들은 중산층에서 탈락하지 않게 아등바등 버텼고 중산층은 좋은 아파트 라든가 성공을 위해 달려갔고 자녀들도 나름대로 좋은 대학에 가려고 달려갔죠. 가족이 무슨 유격대가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런 가치관 속에서 성장했던 친구들은 가족에 대한 욕구, 가족에 대한 근원적인, 기존에 우리가 원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가치관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한국에선 기존의 비용측면의 정책 효과와 효율성이 예전보다 훨씬 떨어질 것 같습니다. 때문에 다른 형태의 사회적 대응도 마련돼야 될 겁니다.
그리고 건강 수명이라고 하는게 계속 무한정 올라가는 게 아니에요. 굉장히 조금씩 올라갑니다. 노인들이 6,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해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고령화 상황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약간 뒤로 미루는 효과밖에 없어요. 실제로 그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가도 또 다른 문제고요.
둘째, 우리가 인구 문제를 자꾸 노동력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요. 이게 굉장히 우려스러운 겁니다. 인구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인구는 생산자이기도 하고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주권자이기도 하고 병력이기도 하고 납세자이기도 하고요. 이것을 딱 노동력의 측면만 바라보는 거는 굉장히 인구를 잘못 바라보고 있는 거고 어떨때는 위험한 시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생산을 과학기술과 로봇이 해결 준다고 가정 한다고 해도 그럼 소비는 누가 하나요? 모든 것을 수출만 할 것도 아니고요. 수출을 하려면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도 있죠. 그런 식의 단순 논리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지방 소멸이라고 얘기 합니다. 사실 지방뿐 아니라 이미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원심, 원도심, 구도심을 중심으로 지역 쇠퇴가 일어나고 있어요. 고령화 결과 빈집이 많아지고 젊은 사람들이 떠나면서 빈집은 더 늘어나고 노인이 더 많아집니다. 전반적 소득 수준도 떨어지고 그러면서 교육 여건은 나빠지고 중산층은 더 떠나는 이런 악순환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2010년 쯤부터 일본과 같은 부동산 대폭락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어요. 사실 그때 일본 사례를 자세히 보면 예언은 틀렸어요. 일본의 자산 가치 폭락이 일어났던 것은 인구 문제라기 보다 플라자 선언 같은 조치의 영향이나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굉장히 과도한 투자 거품이 있었습니다. 그런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었고 인구변화는 시기적으론 그 보다 약간 뒤에 있었습니다.
다만 일본에서 부동산이 반등하는 힘을 떨어트리는 데서 고령화의 영향은 분명 있었다는 겁니다. 부동산이 시장 사이클이란게 있으니 언젠가 다시 오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일본에서 고령화가 자산 가치 폭락후 반등하지 못하도록 발목 잡았듯이 한국에서도 그런 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한국 주택시장을 보면, 자동차는 오래타면 값이 떨어지지만 아파트는 오래 돼도 값이 안 떨어집니다. 재건축을 할 수 있어서 그렇죠. 지금 100가구가 사는 아파트가 있다면 이걸 허물고 150가구가 사는 아파트를 짓습니다. 추가되는 50가구의 가치를 가지고 건설비도 대고 여러 자산문제를 해결하는 건데요.
문제가 뭐냐면 이건 인구가 계속 증가할 때 모습입니다. 성장시대 모델이죠. 인구가 줄어들고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없어지면 재건축 하기 힘들어지겠죠. 그렇게 되면 서서히 주거 시장은 가라앉고 노후화 되고 슬럼화되는 그런 형태로 발전할 수 있어요. 그런 형태는 지방 신도시 부터 먼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은 가라앉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그러면 서울, 수도권은 계속 높을 것이냐? 높아지기 위해선 인구를 계속 끌어와야 되겠죠. 그런데 그런 사회가 지속가능할까요. 아닐 겁니다. 그러면서 수도권 재건축시장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봅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주거 시장은 매우 공급론에 의해서 이끌려 왔던 경향이 있습니다. 어쩔수 없었던 측면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제 축소 시대, 인구감소의 시대일 때 어떤 주거 정책을 해야 되는가. 어떤 주거 정책이 지속성이 높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격차와 불평등, 사회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떤 주거 형태로 우리 공동체를 지켜나갈 것인가. 이제 더 이상 과거 성장시대 공급주의 보다 인구 축소시대 지속가능한 주거 형태에 대해서 고민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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