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 200만원!...대기업 제치고 해외 16개국 니치향수 독점 판매권 딴 기업 [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2. 12.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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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영국 향수 브랜드 ‘클라이브 크리스찬’. /사진 제공=휴럼
한 병에 200만원 넘는 니치 향수(소수의 성향을 위한 프리미엄 향수)가 내년 초부터 우리나라에서 판매된다. 향수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영국 향수 브랜드 ‘클라이브 크리스찬’으로, 비싼 제품은 한 병에 수억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향수 용기에 빅토리아 여왕의 왕관 모양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영국 왕실로부터 유일하게 허가받은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들도 따내지 못한 클라이브 크리스찬의 한국 내 독점 판매권을 획득한 기업은 화장품·패션 회사도, 유통·무역회사도 아닌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개발·판매회사 휴럼이다. 휴럼의 대표 제품은 위산에는 녹지 않고 장에서만 녹는 ‘엔테락 기술’이 적용된 유산균 ‘트루락’이다. 휴럼은 코스닥 상장사로, 지난해 매출 690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달성했다.

김진석 휴럼 대표는 “클라이브 크리스찬, 아뜰리에 데조, 카잘, 몽탈, 만세라, 라리끄 등 16개의 해외 니치 향수 브랜드의 한국 독점 판매권을 획득하고 향수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품목 기준으로 향수는 화장품에 가깝지만 소비자들에게는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 화장품 회사들이 향수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이라며 “휴럼이 자체 향수 브랜드를 개발해 출시하는 것보다 해외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는 게 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향수 브랜드 ‘몽탈’의 향수가 진열돼 있다. /사진 제공=휴럼
휴럼이 향수 산업에 진출한 것은 최근 몇 년 새 한국의 향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와 화장품 업계는 내년 우리나라 향수 시장 규모가 6500억원대를 돌파한 후 조만간 1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김 대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향수 시장이 최근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흔한 향수가 아닌 독특한 향수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니치 향수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럼은 새 먹거리 창출을 위해 피부 미용 등에 사용되는 필러 제조회사 와이유도 올해 인수했다. 와이유는 신규 제품으로 ‘구슬 필러’ 개발을 끝내고 내년 초부터 구슬 필러 수출에 나선다. 국내에도 판매하려면 별도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국내 판매를 위한 임상시험도 2년 안에 끝낼 계획이다.

김 대표는 “와이유의 구슬 필러는 구슬처럼 알갱이가 있는 필러로, 피부에 주입했을 때 액상형태인 일반 필러와 비교해 지속기간이 2~3배가량 긴 장점을 지녔다”며 “구슬 필러는 미용 목적 외에 반월상 연골 부분 절제수술 후 절제 부위에 넣어 관절염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용, 남성의 주요 부위를 확대하는 용도 등 활용 범위가 넓다”고 강조했다.

휴럼이 올해 인수한 필러 제조회사 ‘와이유’의 구슬 필러. /사진 제공=휴럼
건강기능식품 회사인 휴럼이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영역과 전혀 다른 향수·필러 사업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으려는 이유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치열해진 데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건강기능식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업종과 관계없이 많은 기업들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건강기능식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이 고객사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어주면서 손쉽게 제약회사, 화장품·식품 회사, 유명인 등이 앞다퉈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였다. 실제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수요 대비 공급자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경영이 어려워지는 건강기능식품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김 대표는 “낚시할 때 물고기가 안 잡히면 낚싯대를 옮겨야 하는 것처럼 기업이 속한 시장이 변하고 있으면 새로운 시장에서도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전략방향을 바꿔야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며 “휴럼은 앞으로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새로운 산업군에도 진출하고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수현 기자

※남돈남산은 많이 팔린 제품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협찬, 광고 등을 통해 나가는 기사가 아닙니다. 기자가 기업에 직접 접촉하고 여러 가지를 직접 취재한 후 공들여 쓰는 기사입니다. 자사 제품 중에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많이 팔린 제품이 있다면 제보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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