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내년 1월부터 증여세 부담 커진다… 세금 줄이려면
”집값 하락기·부담부증여·세대분리 활용해 절세 가능”
누구에게나 세금은 부담이다. 빈부(貧富)나 노소(老少)를 가릴 것도 없다. 이런 와중에 최근 들어서는 특히 증여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고공행진을 달리던 부동산 가격이 꺾이자, 이때를 활용해 증여에 나선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증여세에 대한 과표 기준이 바뀐다. 쉽게 말해 내야 할 세금을 매길 때 적용하는 기준을 올려, 세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눈치 빠른 이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부동산 거래 침체 속에서도 주택 증여 거래 비중은 커졌는데,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며 증여 막차 심리가 작용했다.
만약 올해 안에 증여하지 못하거나, 정부가 내놓은 세금 감경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세무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기에 증여하는 것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채무를 수증자(자녀 등 증여받는 사람)에게 함께 넘기는 부담부증여, 성년 자녀의 세대분리와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 등을 활용하는 것도 세금을 경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단 개개인의 상황과 증여 대상 자산의 형태와 가격, 미래 가치, 시장 금리와 거래량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유불리와 셈법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전문가와 함께 꼼꼼한 증여 계획을 세워야 한다.
◇ 증여세 기준 시가로 바뀌고 양도세 감면도 까다로워져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주택 총 7만3005건이 증여 거래됐다. 전체 주택 거래량의 9%를 차지하는 규모로, 해당 통계 집계 이래 증여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증여에 따른 세 부담이 커진다는 소식에 증여 거래가 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내달부터 증여취득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과표기준이 ‘시가인정액(시세)’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증여 시 발생하는 세 부담이 커진다. 올해까지는 통상 시세의 60~70% 수준인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시가인정액은 취득시점과 비슷한 시기의 매매사례, 감정가, 공매가 등을 기준으로 한다.
양도소득세 절세 요건도 팍팍해진다. 올해까지는 주택을 증여받고 5년이 지난 뒤 매도 처분하면, 양도차익 계산 시 증여자(부모)의 취득액이 아닌 수증자(자녀)가 증여받은 가액으로 차감 계산해줘 양도세를 줄일 수 있었다. 내년부터는 증여 후 10년이 지나야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유 부동산이 상당한 자산가들은 더 일찍이 대응했다는 게 시중은행 PB들의 얘기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에 대비해 보유 자산 일부를 매도 처분해 차익을 실현했고, 매물로 내놓기 아까운 주택 등 부동산은 자녀에 물려줬다는 의미다.
증여취득세의 과표기준이 올라가니 증여 당사자들에겐 불리한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증여에 따른 세 부담을 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올해 12월 31일 안에 증여를 마치는 것이지만, 올해가 겨우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쉽지 않다.
◇ 연내 증여 못했다면 부동산가격 하락을 기회 삼아야
그렇다고 해서 내년부터 바뀌는 제도 환경이 증여에 모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정원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세무사는 “제도·시장 변화가 증여에 불리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시적인 가격 하락기를 기회 삼아 미래 가치가 있는 자산을 증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상속이나 증여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 정 세무사는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이 아닌 지난 6개월간 거래된 동일 평형, 유사 층수의 실거래가와 증여 이후 3개월간 거래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증여세를 과세하기 때문에 만약 증여하고자 하는 아파트와 비슷한 매물이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면 증여세를 낮출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정부는 규제지역 대부분을 해제했고 세금 감경 방안도 내놨다. 시장 환경과 정책 방향이 다소 바뀐 덕에, 다주택자로 분류됐던 2주택자는 증여취득세 폭탄(증여취득세율 12%)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의 부동산 관련 세율을 대폭 강화했었다. 그 중 하나가 청약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내 공시가격 3억원 이상 주택을 증여한 경우 증여받은 자가 내는 증여 취득세율을 기존 3.5%에서 12%로 대폭 상향했다. 저금리 기조 속 급등하는 주택가격을 잡으려는 취지도 깔렸었다.
규제가 강화하면서 1세대 1주택자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증여하는 경우를 빼곤 다주택자의 각종 세 부담이 불어났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다시 손질했다. 지난 21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취득세 중과를 완화해 2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폐지해 증여 일반세율로 과세하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의 3억원 이상 주택증여에 대한 증여취득세 중과세율도 21일부터 기존 12%에서 6%로 인하하기로 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서울,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만 규제지역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지역은 해제했다. 조정대상지역 소재 주택들이 각종 세 부담이 불어날 처지였던 것을 감안하면, 조정대상지역 등에서 해제된 지역 소재 3억원 이상 주택들은 증여를 엿볼 수 있는 여건으로 바뀐 셈이다.
◇ 저가 직거래 꼼수 부리다 세금 더 내야 할 수도
부모가 보유한 집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자식에게 매도하는 직거래로 세 부담을 덜려는 사람들도 있다. 경우에 따라 부모-자식 간 직거래가 세 부담을 더는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외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가령 최근 실거래가가 10억원인 아파트를 보유한 어머니가 자녀에게 6억원에 매매하는 직거래를 할 경우, 자칫 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으로 여겨져 추가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다. 고의적인 부적절한 거래로 보고, 소득금액을 다시 계산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만약 해당 아파트단지 시세가 하락하면서 이미 6억원대 수준에 일반 매매 거래가 이뤄진 경우라면 이를 기준 삼아 부모-자식 간 증여 및 직거래를 해볼 수 있다. 정 세무사는 “증여 실거래 인정 기준을 ‘증여일로부터 이전 6개월과 증여일 이후 3개월’을 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담부 증여’를 활용하는 것도 절세 방법이다. 이는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할 때 해당 부동산에 잡혀 있는 전·월세 임차보증금이나 은행 대출 등 채무를 같이 수증자(증여를 받는 사람)에게 넘겨, 이후 수증자인 자녀가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다.
단, 증여자에겐 그 채무액만큼을 유상 양도로 보고 양도소득세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채무에 따른 공제를 제한 잔액에 대한 부분 증여세와 증여자가 내야 하는 부분 양도세 합이 전체 일반 증여 시 내야 하는 세금보다 적은 경우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보유 주택 가격과 자녀의 채무 상환 능력 유무 등에 따라 부담부 증여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세무사는 “부담부 증여 시 수증자가 떠안은 채무는 증여재산가액에서 공제하고 그 잔액만 갖고 증여세를 계산해, 세를 줄이는 효과가 생긴다”며 “1가구 1주택인데 세대가 분리된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는 경우,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는데 부담부 증여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절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5월 9일 종료 예정이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특례는 1년 더 연장된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는 주택 양도 시 기본세율에 30%포인트(p)를 추가해 물리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 10%p였던 중과세율을 30%p까지 올렸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5월 9일까지 양도세 중과를 배제했는데, 이를 1년 더 연장했다.
만만치 않은 세금이 달갑지 않은 게 보편적인 심리다. 하지만 ‘증여세 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마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 세무사는 “증여세는 증여세보다 더 무거운 상속세를 최종적으로 절세하는 방법”이라며 “증여세는 상속세를 미리 대폭 할인해 선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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